갈등하는 동맹 - 한미관계 60년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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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대신,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한미 양국을 포함하여 동북아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는 뉴스를 들었다. 트럼프다운 과격하고도 파격적인 주장인데, 과연 헛소리로만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이승만정부부터 이명박정부까지의 한미동맹의 역사를 조망한 <갈등하는 동맹>을 읽다 보면,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감축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전쟁이 휴전한 이후, 미국은 한미동맹과 그에 따른 주한미군 주둔을 부담스럽게 느꼈다. 아이젠하워는 반공포로를 석방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을 제거할 계획까지 세웠고,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사령부에 귀속시켰다(24).


케네디정부와 존슨정부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43), 이에 반대한 박정희정부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여 5만의 한국군을 파병하였다. 한국군 파병은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지만, 존슨에 뒤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결국 "한국군 현대화 지원을 조건으로 1971년 6월까지 주한미군 지상군 1개 사단의 병력 약 2만 명을 철수시켰다(75)." 이때 미국은 "박정희 정부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에 강력히 반발하고, 또 미국으로 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내려고만 한다는"(75,76)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에 박정희 정부는 1968년 있었던 북한 게릴라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에 강한 위기감을 표하고 있었다.


인권문제를 유난히 중시했던 카터 대통령이 취임하자 한미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카터 대통령은 대선에서 박정희 정부의 국내적 억압을 비판했다. 로비스트 박동선이 박정희 정부의 후원으로 미국의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코리아게이트'가 발각되면서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되었다. 카터는 1982년까지 한국에서 육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공군과 해군만을 남겨둔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주한미군 철수 정책은 미국 국내에서도 반대여론에 봉착했고, 1979년 방한한 카터는 박정희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김영삼 국회의원 제명사건부터 부마사태에 이르기까지 카터 행정부는 "대사 소환, 대통령의 친서 전달, 공개적 비판, 원조 중단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박정희 정부에 압력을 가했(88)"고, 이는 간접적으로 10.26을 유발했다고 한다.


흔히 미국이 패권주의 때문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이해하는데,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기의 한미동맹을 보면, 미국은 어떻게든 한국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반면, 한국은 미군을 한국에 붙들어매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여러 반미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군의 한국 주둔은 결코 미국 입장에서 수지 맞는 장사도 아니었다. 한국전쟁에서 54000여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희생을 치르면서 미국이 한국에 계속 주둔하고 싶어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냉전이 끝나고, 한국이 민주화와 경제성장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한미관계에 변화가 나타난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는 한국이 대북강경책을 주장하며, 북한의 위협을 지렛대로 삼아(전두환 시대 이후에는 시민사회의 반미감정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90년대에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온건해지고, 미국이 강경책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김대중, 노무현과 부시정부 사이의 갈등이 바로 그러한 예라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제1차 북핵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장했으나 막상 클린턴 정부가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나서자 당황하여 서둘러 북핵위기를 봉합하려 했다.


이렇듯 한미동맹의 지난 역사는 박명림 교수의 말대로 "순응과 도전, 적응과 저항"을 거듭한 갈등속의 동맹이었다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한미동맹에 또 한 번의 위기가 다가오려 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경선에서 예상치 못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후보,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샌더스는 외교문제에 관해서는 아마추어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가 주한미군/주일미군 철수와 한국/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한 것은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와 샌더스가 보이고 있는 것은 제국으로서의 미국에서 보통국가로서의 미국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관계의 전환점에서 어떻게 더욱 발전된 한미동맹을 향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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