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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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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우화 179편을 모은 우화집이다.


삶의 지혜를 모은 책이라고 하는데, 신이 등장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 가치있는 삶을 살자는 것이 대략적인 주제인 것 같은데, 힐링과 자기계발을 버무린 종교에세이 느낌이 난다. 내가 속세의 때가 많이 묻어서 그런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은 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에 곁들어진 황중환의 일러스트는 좋은데 말이다.


예를 들어 144번 우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곡예사가 광장 한가운데에 꼼짝 않고 서 있다가, 갑자기 오렌지 세 개를 손에 쥐더니 공중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면서 그의 훌륭한 솜씨와 우아한 몸짓에 감탄했다. (중략)

"우리네 인생도 저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오렌지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양손에 오렌지 한 개씩을 쥐고 있죠.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세 번째 오렌지입니다. 아무리 솜씨 좋고 능숙하게 던져봐야 소용없어요. 오렌지는 자기 고유의 길을 따라가니까요. 저 곡예사처럼 우리도 세상 속으로 우리의 꿈을 던지지만, 그 꿈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꿈을 신의 뜻에 맡기고, 그 꿈이 자신의 길을 위엄 있게 완수하는지, 때가 되었을 때 우리의 뜻대로 실현될지 여쭈어야 합니다." (255)


이 글을 읽고 무슨 소리인지 머릿속에 물음표만 떠오른다. 비유의 핵심을 이루는 "곡예사의 오렌지=우리의 꿈=신의 뜻에 맡겨야 함"이라는 논리구조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이 이렇게 납득이 안 가는 비유들만 실려 있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도 있긴 있었다.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저는 수년 동안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했습니다. 이제 곧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스승이 물었다.

"너는 무엇을 해서 생활비를 버느냐?"

"아직 생활비를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부양하시죠.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스승이 말했다.

"다음 단계는 삼십초 동안 해를 쳐다보는 것이다."

제자는 스승님 말대로 했다.

이윽고 스승은 제자에게 주위의 모습을 묘사해보라고 했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주위가 보이지 않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진리만 추구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은 절대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해만 계속 쳐다보는 사람이 결국엔 눈이 멀 듯이 말이다." (26,27)


이 이야기를 읽고 생활비도 못 버는 대학원생인 내 처지를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아서 처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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