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공동체 - 신화와 현실, EAI 외교안보대전략시리즈 6 EAI 외교안보대전략시리즈 6
하영선 외 지음. 하영선 엮음 / 동아시아연구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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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뛰어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동아시아공동체의 맹주로 등극하려고 하는 중국,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동아시아공동체에 관여하려는 미국, 중국을 동아시아공동체의 규범 속에 묶어두려는 일본, 동아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관심을 보이는 러시아. 이들 4대 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동아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동아시아공동체다. 10여년 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동아시아공동체를 추진하였고,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도 동아시아공동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타이완, 몽골, 북한, 한국이 모여있는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지역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더욱 가속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동아시아공동체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미중간의 패권경쟁,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 한중일 3국의 과거사 문제, 독도, 센카쿠, 쿠릴열도 문제,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양안문제, 북한의 핵 기발과 도발 등등 동아시아를 둘러싼 문제들은 하나 같이 해결이 어려운 것들이다.

 동아시아공동체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일단 우선 EU의 혼란이 문제다. 동아시아공동체 논의가 2000년대에 활기를 띌 수 있었던 것은 EU가 모범적인 모델을 제공해 주고 있었기에 EU를 본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 이후 그리스사태로 유로존이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었고, 영국은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한다. 동아시아보다 훨씬 통합이 진전된 것처럼 보였던 EU조차도 그 모양인데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 한중일미러 사이에 가치관의 차이가 확연하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패권적 태도를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한국과 중국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사국들 사이에 신뢰가 거의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대동아공영권, 혹은 전근대 중화질서의 재림으로 비춰지며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도 여러 현실적 한계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었다. 정치나 경제적 측면에서 통합을 서두르기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문화네트워크를 구상하자는 민병원 교수의 제언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동아시아라는 지역단위는 분명 매력적이다. 다자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가운데, 동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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