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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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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의 정수를 본 느낌이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통해 길지 않은 글에서 삶과 죽음, 세상사의 희비,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압도당할 뿐이었다.

<라면을 끓이며>라는 제목이 나타내듯이 저자는 추상적 관념을 거부하여 구체적 삶의 장면들을 그리고 있다. 저자 자신의 라면을 끓이는 노하우를 논하고, 목수들의 삶에 애정을 표하고, 인간의 손과 발 등 신체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저자가 허공에 떠 있는 관념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일상의 현장에 밀착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귀중하여 허투루 쓰인 것이 없다. 절묘하게 완급을 조절하여 사용한 문장들은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건조하고 담담한 문장 속에 유머가 녹아들어 있다. 그리고 글 마지막에 반전을 통해 여운을 남기고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밥벌이의 괴로움을 논하다가 마지막에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73)라고 말하는 식이다. 인생의 괴로움을 논하며 어쩔 수 없는 체념과 자조가 섞인 말을 내뱉는 것으로 삶에 작은 위로를 주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절판된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 수록되었던 산문들을 추리고, 그간 새로 쓴 산문들을 추가하여 펴낸 것이라고 한다. 위의 세 책은 2001-2003년 무렵 출판되었고, 이 책에 새로 수록된 세월호 글은 2015년에 쓰인 것이니, 대략 15년여의 간격을 두고 쓰인 산문들이 섞여 있다. 그런데 세월호 글과 박경리 선생 글 등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해당 산문이 어디에 처음 수록되었는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물론 저자와 출판사가 생각한 것처럼 이 글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읽힐 만한 글들일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출전은 밝혀 주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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