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순례여행을 떠나라 - 회복과 치유의 길, 시코쿠 88寺 순례기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경민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은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 4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혼슈가 가장 큰 섬으로 아오모리부터 후쿠시마, 도쿄, 나고야, 오사카, 교토, 히로시마, 야마구치 등 주요 도시들은 이 혼슈에 속한다. 홋카이도는 혼슈 북쪽에 있는 큰 섬으로, 춥다는 특징이 있다. 규슈는 한국과 가까운 섬이라 한국 사람에게 익숙하다. 후쿠오카, 구마모토, 나가사키, 가고시마 등이 규슈에 속한다.

넷 중에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는 참 애매하다. 고치현, 도쿠시마현, 가가와현, 에히메현, 네 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시코쿠는 딱히 떠오르는 큰 도시도 없고, 인구도 적고, 뚜렷한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떠올리자면, 고치현은 시바 료타로의 소설로 유명한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이고, 에히메현의 마쓰야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의 무대가 된 곳이고, 가가와현은 우동이 유명하다. 도쿠시마현은... 모르겠다. 자연경관은 좋지만, 그냥 한 마디로 시골이다.

그런데 시코쿠에도 한 가지 중요한 관광자원이 있어, 일본 전역으로부터 순례자들이 온다. 바로 시코쿠 전역에 구카이(空海)스님과 88개 사찰을 지정해 놓아 순례를 하게끔 해 놓은 것이다. 총 1200km라는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오헨로상"이라고 부른다(자동차나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도보 순례다). 한국 사람 중에서도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길을 도보로 순례하러 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하다. 그래서 시코쿠 순례길에 한국어 안내판이 늘자, 일본 혐한 세력이 혐한 스티커를 순례길에 붙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은 나 또한 언젠가 시코쿠로 88개 사찰 순례를 하러 가는 것이 꿈이다.

이 책은 저자가 43일간 시코쿠 순례길을 순례하고 쓴 책이다. 사실 처음에는 별 기대 않고 손에 든 책인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저자가 글을 잘 쓰는 데다가 순례 도중의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순례 중에 만난 할머니의 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서울에서 순사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불편한 심정이 들었다는 이야기,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스페인 청년과 일본인 여성 커플 이야기, 시코쿠 순례길에 대한 책을 번역한 할머니 등 순례 중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들이 흥미롭다. 순례길 그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노숙 여행을 하다가 야영지인 줄 알고 찾아간 "스바루"가 알고 보니 으리으리한 호텔인 탓에 난감해 하던 저자가 호텔에 사정을 이야기하자, 호텔 측에서 친절하게도 뒷뜰을 야영지로 제공해 주었다는 에피소드다. 일본 사람들의 친절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다.

이 책의 문제점은 저자가 일본어를 모른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예는 "젠코야도"다.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길에는 젠콘야도(善根宿)라는 게 있다. 시코쿠 주민들이 도보 순례자들을 위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시코쿠 순례의 매력 중 하나이고, 저자도 몇 번이나 젠콘야도들 이용한 탓에 책에서 백 번 정도는 나오는데, 저자가 젠콘야도를 "젠코야도"라고 표기해 놓은 탓에 책을 읽다가 난감한 기분이 든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를 가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