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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시대의 한국정치
손호철 지음 / 푸른숲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의 가장 저명한 정치학자들 중 한 분인 손호철 교수님의 책, <신자유주의 시대의 한국정치>는 15년 전에 출판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시사하는 부분이 큰 책이다. 아니, 오히려 이 책을 보며 그간의 한국정치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바가 크다.
이 책에는 내각제, 노동운동, 진보정당, 민주화 등 한국정치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논고들이 실려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IMF와 김대중정부다. IMF사태가 터지고,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해가 1997년이다보니,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또한 당연히 IMF와 김대중정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용유연화, 정리해고와 같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위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김대중 정부가 IMF 극복을 위하여 시작한 것들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IMF를 극복하려 했던 김대중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다. 우선 저자가 진단한 IMF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군부정권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치경제가 아니라,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관치경제와 결합되면서 생긴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 또한 정리해고나 민영화 등을 통해 민주주의의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또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재벌개혁에는 미온적이며, "한국적 특징인 정경유착, 연고주의와 결합한 '크로니(Crony) 신자유주의' 내지 '정경유착형 신자유주의'로 나아가고 있다"(172)고 지적한다. 차라리 철저한 신자유주의 개혁을 성공시켰다면 나았을 것을, 관치경제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한국 특유의 정경유착 문화와 결합되어 양자의 나쁜 점만이 남은 것이 한국형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지역주의에 대해서도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87년 대선에서 민주세력의 분열로 인해 영남 대 호남의 지역주의 구도가 확립되었고, 97년 당시 제기되었던 호남 지역주의론 역시 오히려 지역주의 구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3김의 사당화 문제 등 3김정치, 유훈정치를 비판한 저자이기에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이후 해소는커녕 부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지역주의의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하면, 지역주의에 대해 지역주의로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이 아니겠는가.그러한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 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것은 지역주의 해소에 기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할 수 있겠다.
15년 전에 쓰여진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저자의 탁월한 분석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그동안 별다른 발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현재 한국정치를 옭아매고 있는 요소들 중 대부분은 15년 전에 이미 가시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연 정치가 발전하기는 하는지, 한국정치에 희망은 있는지 암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