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는 소설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방학이 되자마자 최근 베스트셀러가..."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기 중에는 소설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방학이 되자마자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화제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손에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배꼽이 빠진다는 소문과 달리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물론 유머소설로서 그럭저럭 평타는 쳐 준다. 사실 100년이라는 시간과 전세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완전히 재미가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주인공 100세 노인 알란 칼손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개성도 강한 데다가, 다루고 있는 사건들도 황당무계 허무맹랑 기상천외한 지라, 다음 장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은 있다.

 '빵 터질 만큼' 웃기지는 않아도 꽤 쓸 만한 유머코드가 몇 개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다음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헤르베르트의 운전 학원은 대성공을 거뒀다. (중략) 그는 교통 운전법을 직접 강의하면서 다른 차와 충돌하고 싶지 않다면 차를 너무 빨리 몰지 말아야 한다고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설명했다. 또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싶지 않다면 너무 천천히 몰아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략) "헤르베르트, 난 자네가 몹시 자랑스러워. 자네가 운전 강사가 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차들이 좌측통행을 하는 이곳에서......" 알란이 축하하며 말했다.
 "좌측통행?" 헤르베르트가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차들이 좌측통행을 하나?"
(365)

 이렇듯 저자의 문장은 위트가 흘러 넘치고 재미있다.

 문제는 스토리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유머소설이다보니,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 모든 사건이 우연에 의존하고 있고, 주인공을 위해서 모든 인물들과 사건이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100년동안 원자폭탄 개발을 하고, 프랑코 장군과 윈스턴 처칠을 생명의 위기에서부터 구하고, 미국의 스파이로 소련 붕괴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소설이라 하더라도 주인공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듯한 작위적 느낌이 든다.

 주인공 알란이 이념에 대해 무관심, 아니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상기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트루먼 대통령과 프랑코 장군, 마오쩌둥과 친구가 될 수는 없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100세 노인을 역사적 사건마다 그 장면에 존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재밌기는 하지만, 단순히 각국 정상들과 만난 적이 있다는 식의 허풍뿐이어서 아쉽다. 역사에 농락당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포레스트 검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책의 선전문구 또한 <포레스트 검프>를 의식하고 있다. 그런데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라는 점에서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캐릭터로 설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다루고 있는 지점은 공민권 운동과 베트남전쟁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한 주제의식을 풀고 있다. 반면에 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그러한 문제의식 대신 허무맹랑한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어서 황당할 뿐이다. 

 소설의 또 하나의 축이 되는 100세가 된 알란의 돈가방 쟁탈기는 그나마 좀 더 재미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갱단을 너무 쉽게 죽이는 데다가, 갱단 보스가 너무 쉽게 개과천선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웃고 넘길 유머소설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필요하다. 소재만으로 보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는데 용두사미로 끝난 것 같아 아쉽다.
 학기 중에는 소설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방학이 되자마자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화제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손에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배꼽이 빠진다는 소문과 달리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물론 유머소설로서 그럭저럭 평타는 된다. 사실 100년이라는 시간과 전세계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완전히 재미가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주인공 100세 노인 알란 칼손을 비롯한 캐릭터들의 개성도 강한 데다가, 다루고 있는 사건들도 황당무계 허무맹랑 기상천외한 지라, 다음 장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은 있다.

 '빵 터질 만큼' 웃기지는 않아도 꽤 쓸 만한 유머코드가 몇 개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다음 부분이 특히 재밌었다.

 헤르베르트의 운전 학원은 대성공을 거뒀다. (중략) 그는 교통 운전법을 직접 강의하면서 다른 차와 충돌하고 싶지 않다면 차를 너무 빨리 몰지 말아야 한다고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설명했다. 또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싶지 않다면 너무 천천히 몰아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략) "헤르베르트, 난 자네가 몹시 자랑스러워. 자네가 운전 강사가 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차들이 좌측통행을 하는 이곳에서......" 알란이 축하하며 말했다.
 "좌측통행?" 헤르베르트가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차들이 좌측통행을 하나?"
(365)

 이렇듯 저자의 문장은 위트가 흘러 넘치고 재미있다.

 문제는 스토리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유머소설이다보니, 진지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했다. 모든 사건이 우연에 의존하고 있고, 주인공을 위해서 모든 인물들과 사건이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100년동안 원자폭탄 개발을 하고, 프랑코 장군과 윈스턴 처칠을 생명의 위기에서부터 구하고, 미국의 스파이로 소련 붕괴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소설이라 하더라도 주인공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듯한 작위적 느낌이 든다.

 주인공 알란이 이념에 대해 무관심, 아니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상기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트루먼 대통령과 프랑코 장군, 마오쩌둥과 친구가 될 수는 없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100세 노인을 역사적 사건마다 그 장면에 존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재밌기는 하지만, 단순히 각국 정상들과 만난 적이 있다는 식의 허풍뿐이어서 아쉽다. 역사에 농락당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포레스트 검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책의 선전문구 또한 <포레스트 검프>를 의식하고 있다. 그런데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라는 점에서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캐릭터로 설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과 영화가 다루고 있는 지점은 공민권 운동과 베트남전쟁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한 주제의식을 풀고 있다. 반면에 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그러한 문제의식 대신 허무맹랑한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어서 황당할 뿐이다. 

 소설의 또 하나의 축이 되는 100세가 된 알란의 돈가방 쟁탈기는 그나마 좀 더 재미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갱단을 너무 쉽게 죽이는 데다가, 갱단 보스가 너무 쉽게 개과천선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웃고 넘길 유머소설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개연성은 필요하다. 소재만으로 보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는데 용두사미로 끝난 것 같아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