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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오션 - 그들은 어떻게 이권의 성벽을 쌓는가
박창기.윤범기.남충현 지음 / 필로소픽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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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기씨, 윤범기씨, 남충현씨, 세 사람의 공저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박창기씨의 경제이론을 현역 기자인 윤범기씨가 인터뷰하고, 남충현씨가 보충설명을 하는 식의 대담집이다. 경제에 대해서 막연한 이해밖에 없는 내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박창기씨가 발명한 블랙오션(이권경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설탕업계의 예를 들고 있다. 한국의 설탕업계는 CJ 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이 세 회사가 과점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설탕업계를 장악해 온 이들 세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983년 약간의 조정을 거친 이후, 제일제당 48.1%, 삼양사 32.4%, 대한제당 19.5%로 고착되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0.1%의 변동도 없었다는 것이다. 담합에 의해 높은 가격을 고정시켜 폭리를 취해온 것이다. 그리고는 정부로 하여금, 국내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외국산 설탕에 3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만들었다. 국내에 보호해야 할 사탕수수 농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설탕업계만이 아니라, 수많은 산업이 소수의 재벌들에 둘러싸여 결과적으로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고, 분배를 저하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권경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장질서를 바로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역설한다. 특히 법치와 시장경제를 적대시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세력이 무조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있지도 않을 뿐더러, 한국사회의 문제로 신자유주의가 지목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건전한 시장질서를 보호함으로써 이권추구세력을 제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찬가지로 말로만 법치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실제로는 이권만을 추구하는 보수세력 역시 이 책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실로 정곡을 찌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경시되었던 법치와 시장원리를 바로세우는 것이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마도 기존의 진보/보수 프레임에서 벗어난 한국판 제3의 길을 제시하는 책이 될 것 같다. 저자들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한국사회의 중도세력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남충현: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고, 이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국민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요. (중략)
 제3의 길이란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서 폭탄주를 만드는 것처럼 진보와 보수의 주장을 단순하게 섞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진보도 보수도 외면하고 있는 이런 이슈들을 부각시켜야 진정한 제3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는 진보와 보수 중에서 산술적으로 중도를 취하는 세력 따위는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중도 코스프레일 뿐인 것이죠.
 윤범기: 재밌는 주장이네요. (중략) 유권자들의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등 이슈에 따라 진보, 보수 주장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하고, 정치권이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의 이슈를 개발해서 의제화하는 게 진정한 중도세력인 것 같습니다.
(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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