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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 세상을 조종해온 세 가지 논리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이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앨버트 허시먼이 "반동의 수사학"이라는 제목으로 보수파의 주장을 분석한 책인데, 자기 전공(경제학) 외 분야를 취미 삼아 건드려 본 책이라 그런지 석학다운 깊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허시만은 프랑스혁명, 19세기의 보통선거권, 20세기 후반의 복지국가에 대한 보수파의 수사를 역효과명제(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무용명제(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위험명제(기존의 성과를 무너뜨릴 것이다)라는 세 종류의 명제로 분류하여 분석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이 자유, 평등, 박애라는 기치와는 정반대로 전제정치를 낳았다는 버크의 주장은 역효과명제에 해당하고, 반대로 프랑스혁명의 성과가 실은 구체제 속에 내포되어 있었다는 토크빌의 주장은 무용명제에 해당하며, 복지국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할 것이라는 하이에크나 헌팅턴의 주장은 위험명제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 명제는 서로 혼동되고, 동시에 주장되지만, 실은 상호모순적인 성격을 띤다. 역효과명제가 인간세계의 복잡성 때문에 그 변화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 반면에, 무용명제는 세상의 제도가 고도로 조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무용명제는 변화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하지만, 위험명제는 오히려 그 변화가 부작용을 일으킬 정도로 성공할 것이라 예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런데 허시먼의 분류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명제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허시먼 자신이 이렇게 고백하고 있다.

 틀림없이 선의의 '의도적인 사회적 행동'이 역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전혀 소용이 없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앞선 성과가 있어 그것을 위태롭게 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내 이야기의 요점은, 여러 시대에 걸쳐 내가 확인하고 검토한 주장들이 몇 가지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225)

 물론 이러한 보수파들의 주장이 때로는 과장되거나 잘못된 경우가 있었겠지만, 타당할 경우 역시 있었을 것이다(예를 들어 영국의 무상의료가 유료병원과 무상병원의 의료격차를 확대시켰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개별적인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는 것이지, 주장의 유형을 범주화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버크에서 하이에크에 이르는 보수주의의 다양한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ps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허시먼이 "풍자라는 강력한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보수주의자들은 분명히 진보주의자들보다 우위에 있었다"(224)고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베나 앤 코울터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흥미롭게도 허시먼은 토크빌을 그 예로 들고 있다. 어쩌면 일베의 고인드립은 토크빌의 풍자에 닿아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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