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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질서의 기원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함규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왜 아프가니스탄, 인도의 열대우림 지역, 멜라네시아, 중동의 이루 지역은 아직도 부족 집단 위주로 이루어져 있을까?
 왜 지난 3000년 역사에서 중국은 강력하고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지속해온 반면, 인도는 그런 중앙집중적 권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을까?
 왜 거의 모든 권위주의적 근대화의 성공 사례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중국 같은 동아시아에 몰려 있으며, 아프리카나 중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까?
 왜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민주주의와 튼튼한 법치주의가 뿌리내리고, 비슷한 기후 및 지리적 조건을 가진 러시아는 고삐 풀린 절대 권력 체제를 낳았을까?
 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지난 세기 내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에 시달린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그렇지 않았을까?
(41, 42)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어떤 나라들은 더 발전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한가라는 의문의 대답으로 강한 국가, 법치주의, 책임정부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침팬지 사회로부터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도, 오스만 투르크 제국, 중세 유럽, 근세 영국과 러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동서고금의 역사적 사례들을  망라하고 있다.
 
 각 개별 국가들의 역사적 이야기들은 흥미롭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인지라 전체적으로는 조금 지루한 면이 있다. 그리고 워낙 광범위한 동서고금의 사례들을 다루고 있느니만큼, 개별적 사례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불확실한 서술이 눈에 띤다. 역자가 역주로 원저자의 저술에 나타나는 수많은 사실 오인들에 대해 반론과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중국, 일본, 인도, 터키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영미의 정치체제를 성공사례로 보고, 그 외를 실패사례로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론적 분석이 아닌가 싶다. 러시아가 근대화에 실패하고 절대주의 왕정으로 국민들을 억압했던 것은 몽골의 지배 때문이고, 라틴아메리카에 북아메리카와 달리 법치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것은 스페인의 가산제적 절대주의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렇게 결론을 정해놓고 그 원인을 찾는 방식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저자가 동서고금의 역사에 대해서 그렇게 통달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듯 저자의 세밀한 분석에 흠이 있기는 해도 강한 국가와 강한 사회의 균형을 강조한 저자의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부족사회에서 국가사회로 이행한 이후로도, 국가의 원리에 대항하는 전통적 부족사회의 원리로 회귀하려는 반동이 끊임없이 있어왔다고 한다. 전근대의 봉건제와 오늘날 후진국에서 만연한 부정부패가 그 예다. 흔히들 국가의 폭력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강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중세 헝가리에서는 인민에 대한 귀족들의 착취가 발호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가 악의 근원인 것은 아니다. 강한 국가, 강한 사회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점에서 오늘날의 한국사회에도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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