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재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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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선배 어머니의 손가락은 류마티스 환자의 손가락 모양이 아닌 것 같은데.”

우연한 한마디로 마음의 지옥문이 열렸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하지환은 판사이다. 오후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온 지환은 2년 전 그가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을 담당했던 손지은 경감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로부터 절친한 친구 동혁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그의 고향이자 그가 판사로 처음 부임했던 곳인 신해시로 내려간다. 버스 안에서 지환은 과거를 회상한다.

2년 전, 지환은 9년이란 긴 시간동안 독한 류마티스 약을 먹다 결국 위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실은 류마티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후배 효린이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류마티스 환자의 손가락 모양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 지환은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가 치료받던 신해성모병원을 찾아간다. 어머니의 진료기록부를 요청한 지환은 진료기록 내주기를 거부하던 우동규와 실랑이를 벌였고 지환이 판사임을 알게 된 우동규는 태도가 돌변한다. 결국 지환은 의사 우동규가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난치병인 류마티스 진단을 내리고 독한 류마티스 약을 계속 처방한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 환자들은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하면 병원에 꾸준히 다니지 않지만 난치병인 류마티스라면 문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게다가 우동규는 환자들에게 류마티스가 암보다 더 무섭다고 말하고, 뒤틀린 손발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분노한 지환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동규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한다. 이 사건을 손지은 경감이 담담했던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의사와 검찰 등이 우동규 편에 서서 사건을 덮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는데 사실 현실에서도 똑같은 부분이 있으니까... 과연 정의란 게 무엇인지.. 씁쓸했다.

그와 함께 이 소설은 공황 장애를 겪는 지환이 정신분석을 받는 과정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분량이 꽤 크고 비중 있게 다뤄진다. 그 부분은 독자가 하지환이라는 인물을 더 깊게 이해하게 해주는데 어린 시절 아이에게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나는 가슴을 크게 한방 맞았다. 자살로 판명된 동혁이의 시신이 화장터 불가마로 들어가고 그것을 지켜보던 지환이 손지은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도 함께 태웠다고 말하면서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었다. 동혁은 죽기 직전 지환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지환아, 차라리 내게 솔직하게 부탁을 하지 그랬노. 그랬어도 나는 니를 위해서 우동규를 갈았을 끼다. 설마 내가 니 부탁을 안 들어줄까 봐 나를 속였나? 내가 그동안 니를 얼마나 믿었는지 잘 알잖아, 이 자식아!”(p.289) 동혁이의 아버지는 류마티스가 맞았다. 동혁이의 아버지는 우동규에게 사기당한 게 아니었다.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지 지환은.... 동혁의 자살과 그가 정말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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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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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의 작가 김서진의 두 번째 소설 <2월 30일생>을 읽었다. <선량한 시민>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었었다. 도서관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선량한 시민> 옆에 가지런히 놓인 파란색 책 아래에 적힌 작가의 이름을 보고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빌려왔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 책 뒤표지를 천천히 읽어보니 ‘2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죽은 두 여자, 60년 현대사를 가로질러 마주하는 한 집안의 비밀과 욕망의 얼굴’ 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금방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혜린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토요일 오후였다.’이다. 2월 30일생 혜린. 혜린은 주인공 현재의 내연녀였다. 방송국 피디인 현재는 이미 아내와 아내 뱃속에 7개월 된 아기까지 있었는데 작가로 일하는 혜린과 바람을 피웠고, 그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자마자 단숨에 혜린에게 이별을 고했다. 어느 날 현재는 가족 행사로 J시의 고향 집에 내려와 있었는데 그곳에서 혜린을 만나게 된다. 혜린이 자신을 협박하기 위해 고향까지 찾아왔다고 생각한 현재는 화가 났고, 혜린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술에 취하면 필름이 끊기곤 했던 현재는 그날도 필름이 끊겼고 깨어보니 집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혜린이 주검으로 발견되고 현재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날 혜린과 같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겨 마지막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 현재는 자신이 범인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도 인근의 부랑자가 혜린의 소지품을 갖고 있어 또 다른 용의자로 체포되고 현재는 풀려난다. 혜린은 무슨 이유로 연고도 없는 J시에 왔고 왜 죽어야 했는가? 혜린의 행적을 조사하던 현재는 혜린이 정만리라는 여자와 박대길이라는 인물을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만리는 25년 전 혜린이 죽은 곳과 같은 장소에서 숨진 여인이고, 박대길은 현재의 할아버지 집안의 머슴이었다. 이 일련의 일들은 무언가 할아버지와 관련이 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서 중간엔 좀 복잡하고 그랬는데 계속 읽어가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재미있었고, 반전 때문에 한 번 놀랐다. 정말 한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게 된 그런 책이었다. 김서진 작가의 세 번째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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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발견 - 휴대폰 소녀 밈의
조정화 글, 퍼니이브 그림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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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단 1초라도 낭비하지 않으려 달리고 달렸는데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왜 만족스럽지 않고 무기력한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간에 쫓기고 바쁜 것일까. 이런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들을 위한 책. 스무 살부터 결혼 이전의 20대는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런데 요즘 이 시기는 준비할 것들이 너무 많아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하기보다는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20대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내가 읽은 시간 관리에 관한 책 중 가장 귀여운 책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 네이버 밴드, 라인 카메라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1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한 ‘휴대폰 소녀 밈' 캐릭터 덕분일까. 밈은 하루 24시간 휴대폰에 빠져 있는 소녀다. 잠시라도 휴대폰이 손에 없거나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휴대폰 소녀 밈. 그런데 사실 요즘 우리 20대의 모습도 밈과 비슷하지 않은가? 비슷한 모습의 밈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시간 관리에 관한 책들 참 많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 사람들이 대부분 성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기존에 시간 관리에 관한 책들을 읽을 때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 단 1초라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꼼꼼하고 촘촘하게 시간을 사용하는 법에 초점을 맞추고 읽어왔던 것 같다. 빽빽한 글씨들 사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문장을 읽으며 바빠야 한다고 그래야 성공한다고 끊임없이 나를 다그쳤다. 물론 그 책들이 나에게 그것만을 강조한 건 아닐텐데 내가 그렇게 초점을 맞추고 읽어서 그랬는지 기술적인 방법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시간을 활용하는 기술적인 방법에 대한 것들...

그런데 핑크색의 귀여운 이 책은 달랐다. 읽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시켜주었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나는 그런 생각을 그동안 안했던 것이다. 바쁘게 살면 그게 시간을 잘 활용한 것이고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게 아닌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바쁘게 산건지. 이 책에서도 물론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전반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독자가 더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고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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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정리의 기술 -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하게 바꿔주는
도마베치 히데토 지음, 김정환 옮김 / 예문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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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과 정보들 때문에 정신없고 피곤할 때가 정말 많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해도 다른 생각이 나서 집중하기 힘들 때면 정말 머릿속에 가득한 이 생각들 어디 한 군데로 치워버리고 싶어진다. 그런 와중에 머릿속의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청소해 상쾌한 머리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정리한 책이 있다고 해서 너무 읽고 싶었다. 그 책이 이 책 <머릿속 정리의 기술>이다. 머릿속에 불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해줄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만 건져도 만족하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부를 시작할 때 책상 주변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깔끔하게 청소를 한다. 그래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처럼 머릿속도 청소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책상 위는 눈에 보이니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지만 머릿속은 눈에 보이지가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머릿속에 쌓인 불필요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깨끗이 정리해야 사고가 또렷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일이나 공부에 능률이 오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총 8단계의 머릿속 정리 기술을 소개한다.

1장에서는 감정의 쓰레기, 2장에서는 타인의 잣대, 3장에서는 어제의 나, 4장에서는 부정적인 자기평가, 5장에서는 견디는 습관, 6장에서는 자기중심적인 생각, 7장에서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 8장에서는 논리에 대한 강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5장의 내용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쩔 수 없이 참는다,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고, '인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 역시 인간은 인내를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생각이 나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머릿속에 불필요한 쓰레기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단시간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의지해 그것들이 스스로 떨어져나가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각자가 알 것이다.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하는 동안 그것들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잠시 숨어있는 것임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면 머릿속은 똑같이 복잡하다. 이미 생긴 쓰레기보다 그 쓰레기가 생기는 이유에 집중하고 생기지 않게 하는 노력을 할 때 머릿속이 더 정리되지 않을까. 인지과학에 근거를 둔 이 책의 정리법을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하신 분들 한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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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 - 장수 세포를 깨우는 메츠 건강법
아오야기 유키토시 지음, 김현화 옮김 / 헬스조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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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운동과 건강한 음식은 필수 아닌가? 그런데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을 하지 말라니?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급히 책을 펼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었다.

저자는 열심히 운동할수록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건 무서운 착각이라고 말한다. 즉, 지나친 운동은 독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운동을 할 바엔 운동하지 말고 차라리 움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포인트다. 역시, 아예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었다. 나도 평소에 운동은 많이 할수록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다. 등산이나 조깅,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하기 등 격렬한 운동 즉 이 책에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이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서 그런 운동을 못할 때면 아 나 운동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그렇게 격렬한 운동을 해야 운동했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야 건강해진다고 나 역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1일 8000보 메츠 워킹과 중강도 활동 20분이 평생 건강을 책임진다고 주장한다.

일단 신체 활동과 운동 강도는 ‘메츠’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메츠는 몸이 안정된 상태를 기준으로, 몸을 움직일 때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소비되는지를 보는 단위이다. 이것이 운동의 세기가 되는 것. 일반적으로 1~3메츠 미만은 간단한 집안일이나 산책의 경우로 저강도, 3~6메츠 미만은 빨리 걷기의 경우로 중강도, 6메츠 이상은 조깅, 달리기, 점프 등과 같은 경우로 고강도 운동이 된다. 이 중에서 중강도인 3~6메츠 신체 활동을 생활에 도입하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가장 질이 좋은 운동이 중강도 운동! 저강도 운동은 운동 효과가 적고, 고강도 운동은 건강해지기는 커녕 사람에 따라서는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

연령이나 체력에 따라서 중강도의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 소개된 부분을 더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격렬한 운동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운동은 하면 할수록, 많이 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착각이 우리 몸을 해치고 있음을 느꼈다. 저자가 제안하는 빨리 걷기는 누구나 쉽게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강도를 찾아 적절하게 운동해서 건강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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