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시간 - 세상의 모든 것을 만나다
최보기 지음 / 모아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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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시간

2019.1.26.(토)

2019년 1월 26일 토요일 오후다. 오전에 <지리 창문을 열면>을 읽고, 오후에 <독한시간>을 읽었다. <독한시간>은 북칼럼니스트의 칼럼을 묶어 낸 책이다. 북칼럼니스트가 추천한 책을 읽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첫째, 먼저 읽고 추천하기에 질 낮은 책을 피할 수 있어 안전하다. 땀 흘려 책을 쓴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읽다보면 짜집기와 허망한 이론, 얕은 지식을 모은 책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넓게 보고 책을 선택할 수 있다. 독자가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거니와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북칼럼니스트가 추천하는 책을 읽다보면 그와 내 취향과의 차이를 자연히 알게 된다. 덕분에 눈여겨보지 못한 영역을 늦게라도 챙겨볼 수 있다.

셋째, 북칼럼니스트는 필연적으로 다독가여야 한다. 고전과 신간, 베스트셀러와 많이 팔리지 않지만 의미 있는 책들을 읽고 골라낼 수 있다. 그러니 북칼럼니스트가 추천하는 신간은 믿고 살 수 있다.

 

<독한시간>을 읽어가며 63권을 어떻게 묶었는가를 눈여겨보았다. 변화와 혁신,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출발하기 위한 전략을 ‘인생의 봄을 만나다’로 묶었다. ‘찬란한 여름을 맞이하다’로 묶은 영역은 노력,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 행복, 여성이해, 아이들의 삶을 응원 위해 알맞은 책들이다. 문학작품에서 만난 인간의 삶과 죽음, 일깨움, 역사읽기, 배우는 책읽기, 자연에 관한 책들을 묶어 ‘가을날의 사색과 함께하다’를 만들어냈다. 읽고 쓰기, 평생 독서, 발상의 전환을 담은 책들을 ‘겨울의 지혜에 맞서다’라는 장 제목으로 묶었다.

 

짧게 쓴 글이라 미끄럼틀 타고 내려가듯 쉽게 읽힌다. 현학적인 냄새도 풍기지 않아 추천한 책을 독자가 스스로 선택하게 열어두었다. 아마도 추천도서 63권을 다 읽은 사람은 세계에서 오직 저자 최보기님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록 보유기간을 장담할 수 없다. 많은 독자들이 따라 붙을 것이고 읽어가는 독자 중에 나도 있을 터이니

 

<독한시간>은 본문 244쪽 분량으로 2019년 1월 22일에 발행한 최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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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창문을 열면 - 청소년을 위한 지리학개론, 2019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봄분기(상반기) 부문 선정 도서, 2020 전국지리교사모임 추천도서
서태동.하경환.이나리 지음 / 푸른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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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수업에서 손을 뗀지 9년째다. 지도가 재미있어 선택한 지리교육이 30여년 내 전공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 책을 내보고 싶다는 꿈은 꿈이었는데, 상무고등학교 서태동 선생님과 하경환, 이나리 선생님은 지리교사의 꿈을 실천했다.

 

“지리는 공간 속에 자리를 잡아 장소를 만들고, 장소 간의 이동을 통해 지역성을 만들어 내며, 동시에 다양한 스케일로 세상을 바라보는 플랫폼이다. 이제 지도를 통해 지리를 느끼면서 다시 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용기를 갖자!”고 바램을 피력한다.

 

부제가 ‘청소년을 위한 지리학개론’이다. 청소년으로 빙의해서 읽고자 시작했다. ‘1장 지리, 세상의 모든 것’은 적벽대전과 칠종칠금,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방법, 공간을 책과 영화, sns등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리를 소개한다. 2장부터 8장까지는 입지, 공간, 장소, 이동, 지역, 스케일, 지도를 다룬다. 저자의 장소감을 소개하는 신두리 해안사구를 읽으며 추억을 떠올린다. 1990년 신두리와 8km 거리에 있던 원이중학교에서 근무했다. 소풍 장소로 결정된 신두리 사구까지 걸어서 오고갔다. 당시 권혁재 교수님의 지형학에도 소개 되지 않았었으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해안지형이었다. 미리 알지 못하고 수년이 지나 권교수님의 지형학에 신두리가 소개돼 중요성을 알게 됐으니 지리를 배웠다고 하나 제대로 배운 게 아니었다.

 

읽다보니 행정한다고 교과수업을 하지 않고 지낸 시간이 길어 청소년의 시각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이나 개념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세월이 흘렀나보다. 지오캐싱(geocaching)은 처음 접한다.

 

자녀나 주변 친구의 자제들이 중고등학생이라면 선물해주면 좋을 책이다. 지리가 뭔지 모르고 지리과에 점수로 합격한 학생들에게도 먼저 읽어 보게 추천한다. 지리를 오해하는 사람에게 지리를 전공하면 요런 거를 배운다고 알려 줄 수 있는 책이다. 학부에서 배운지 오래되고 중학교에서 지리, 역사, 일반사회를 가르치다가 감도가 떨어지는 선생님도 두 시간만 내면 주욱 훑어보고 학부시절로 돌아가보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지리 창문을 열면>을 집필하신 서태동, 하경환, 아나리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보낸다. 책은 지리서적 전문 출판사인 푸른길에서 본문 194쪽 분량으로 2018년 10월에 초판이 나왔고, 12월에 2쇄를 찍어냈다. 3쇄 4쇄 5쇄가 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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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은 인문학이다 - 흥미진진 영어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지식의 향연
고이즈미 마키오 지음, 홍경수 옮김 / 사람in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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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원은 인문학이다

2019.1.25.(금)


<어원은 인문학이다>를 고를 때 우리보다 번역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일본의 시각에서 나올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어원을 찾아가는 것은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메이지시대 이래로 서구사상을 통째로 번역했던 경험이 가능하게 한 책이다. “서구인에 의한 일영사전 출간보다 50여 년이나 앞서 일본인들이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영일사전을 만들었다”는 사례에서 보듯 적극적인 자세가 있었다. 

앞부분을 읽다가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만하는 시간에 읽기에 딱 맞겠다 싶어 미루어 두었다. 단어마다 1000자 내외로 풀어 놓아 짬이 나는 대로 읽기 쉽고도 좋게 편집돼 있다. 여행 계획이 취소돼 한달음에 읽는다. 

신화를 포함한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면 400쪽이 넘는 분량과 172개 어원이 뒤죽박죽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편집 경력자인 저자는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중세, 근세(전), 대항해시대, 근세(후), 아메리카 대륙의 개척시대, 근대, 세계대전, 전후 21세기로 장을 나누어 세계사 흐름에 따라 어원을 배치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찾은 어원 12가지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요약한 느낌을 받으며 반가운 마음으로 카오스부터 가이아, 아프로디테, 니케, 뮤즈, 아마존, 아킬레스, 멘토, 세이렌, 판을 만난다. 이후부터는 학교에서 배운 그리스 역사에 따라 어원을 풀어간다. 강연자라면 강연 중 에피소드로 활용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어원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신화와 역사, 문학, 전쟁, 과학기술과 연관된 내용이다. 다독자라면 과거에 읽은 책에서 봤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밟을 거다. 

<향연>에서 소크라테스가 ‘모든 것을 초월한 아름다운 그 자체’‘아름다움의 본질과 원형’을 ‘아름다움의 이데아’라 정의하고 이를 추구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결론 내렸음을 소개하며, ‘남녀 간의 육체관계 없는 정신적인 사랑’으로 사용되는 플라토닉 러브는 오해라고 밝혀낸다. 11세기 초 Doomsday Survey가 세계 최초의 토지조사 기록이라는데 우리역사 보다 앞선다. ‘광대한 플랜태저넷 왕조’에서 마그나카르타를 인정할 수박에 없었던 존 왕의 처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는 하루 시간 노동, 의료비 무료, 안락사 승인이라는 복지 정책을 그려냈음을 배운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G. 오웰의 <1984>가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Dystopia를 그린 소설이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단어와 표현 3,000여개 중 유명한 것은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으로 be 대신 다른 동사를 넣어 재치 있게 쓰는 표현을 소개한다. 아메리카의 추수감사절은 필그림스가 1620년 가을에 도착해 겨울 동안 반이나 죽어나갔으나, 이듬해 가을에 풍족한 수확에 감사하며 식량을 원조해 준 인디언을 초청해 벌인 잔치였단다. 공식을 외우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체감 방법에 따르면, 화씨 60도는 섭씨 15.6도로 날씨 좋은 가을날 온도, 화씨 90도는 섭씨 32.2도로 한여름 평균온도, 화씨 100도는 37.8도로 한여름 가장 더운 날 정도다. 골드러시 당시 일본에서 표류해 간 어부 ‘만지로’는 ‘료마가 간다’에서 언급된 일본인이다. 한국전쟁 때 중국군이 미군 포로에게 공산주의를 믿으라고 강요한 행위를 중국어로 세뇌(洗腦)라고 하고, 그대로 직역해 brainwashing이 됐다. <Dear John letter>라는 노래가 ‘이별의 편지’고, 2개월 후 <Forgive me, John>이 나왔다는 ‘전쟁과 여인’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영어를 업으로 살아야한다면 어원별로 용례를 요약해 두고 쓰면 좋겠지만 나는 아니다. 저자 고이즈미 미키오는 역사와 어원을 결합한 이런 종류의 책은 세계 최초라고 자부한다. 옮긴이와 저자의 인연으로 한국에 번역된 책이다. 사람인출판사에서 2018년 11월 본문 415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내용은 깊이가 얕지만, 책을 쓴 저자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가 있어야만 가능한 책이다. 많이 팔리는 이유로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추천한다는 광고 문구 덕도 있을 듯. 극장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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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김한영 옮김, 이인식 해설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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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파블로프와 개 실험과 손다이크, 프로이드의 이론을 배웠다. 인간의 의지, 소박하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인데 뭐 하러 개에게 실험을 하는가 생각하기도 했다. 때로는 학습이론이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 본성이란 단어에서 성선설과 성악설을 떠올리고, 욕망, 리비도를 떠올린다. 인간에게 식욕, 수면욕, 성욕이 기본적인 본성이라는 수준을 넘어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학생을 대할 때 가정 사정, 가족의 직업, 평소 성격, 친구 관계 등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시각을 종합해서 보기도 했다. 때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원인을 찾기도 했다. 간혹 불행하게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에게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했다. 학생을 가르쳐야하는 직업에서는 본성을 극복하고 양육하는데 힘을 써야한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환경의 중요성에 비중을 두고 환경을 바꿔보려 시도한다.

 

좋은 책이라 판단하는 <본성과 양육>을 읽고 추천한 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보고 읽자 판단했다. 20세기 내내 인간의 행동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둘러싼 100년 간 논쟁을 파헤친 책이다. 옮긴이의 표현대로 ‘본성과 양육’의 논쟁사를 다룬 서사시다. 427쪽 분량으로 수많은 이론과 연구사례를 담고 있다. 생물학, 우생학, 화학, 사회학, 교육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학제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 매트 리들리는 ‘양육을 통한 본성’이란 결론을 내린다.

 

본성과 양육의 논쟁을 학자별, 역사 순으로 정리해보면

※ 양육(환경)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

■ 존 로크(1632~1704) : 타블라 라사(tablula rasa) 빈 서판 같은 인간 마음에 경험이 채운다. 본성을 부정하고 양육을 옹호하는 개념

■ 존 왓슨(1878~1958) : 행동주의 심리학 창시, 훈련만으로도 성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있다.

■ 이반 파블로프(1849~1936) : 조건반사 이론

■ 지그문트 프로이드(1856~1939) : 어린 시절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 프란츠 보아스(1858~1942) : 문화가 인간을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 에밀 뒤르켐(1858~1917) : 사회적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 장 피아제

 

※ 본성(유전)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

■ 우생학의 뿌리(!?) :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뛰어난 남녀를 부부로 만들고 열등한 자들끼리의 결혼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여 본성을 강조한 것임.

■ 장자크 루소(1712~1778)와 임마누엘 칸트(1724~1804) : 인간은 본성을 타고 난다

■ 찰스 다윈(1809~1882) :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 주장

■ 윌리엄 제임스(1842~1910) : 미국 심리학자로 마음도 신체기관들처럼 생물학적 적응을 통해 진화된다고 주장하며 본성 강조

■ 프랜시스 골턴(1822~1911) : 다윈의 사촌으로 ‘본성과 양육’이란 용어 최초 사용하여 본성과 양육간 논쟁 시작. 우생학 造語.

■ 20세기 미국에서 우생학이 인기를 얻어 사회악에 대한 특효약으로 지배 기득권층을 사로잡음.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건너가 나치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됨. 2차 대전 이후 우생학의 인기는 사라지고 1972년 미국 우생학회는 사회생물학회로 명칭 변경.

■ 1958년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 ) :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언어능력이 있어 누구나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장을 얼마든지 말하고 이해한다. 촘스키의 주장을 ‘진화심리학자’들이 승계해 사람의 마음은 생물학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주장

■ 1992년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와 인류학자 존 투비 부부에 의해 ‘진화심리학’이 독립함

 

■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따른 논쟁

󰋯 크레이크 벤터 : 유전자수가 적어 생물학적 결정론이 옳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강조

󰋯 스티븐 핑거(1954~ ) : 인지과학, 신경학, 진화심리학의 성과에 따라 ‘빈 서판 이론’을 비판하며 본성을 강조하나 유전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매트 리들리(1958~ ) : ‘양육을 통한 본성’ 이론 주장. 본성과 양육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는 양육에 의존하고 양육은 유전자에 의존한다. “유전자는 행동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공산주의와 나치즘이란 독재 체제는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공산주의의 사회 개조론은 양육을, 나치즘의 생물학적 결정론은 본성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다. (여기까지는 해설 요약에 따름)

 

저자인 매트 리들리가 하고자하는 말은

“유전자를 두려워하지 말라. 유전자는 신이 아니라 톱니바퀴다.”, “좋은 부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개성은 욕구에 의해 강화된 태도의 산물이다.”, “평등주의자는 본성을 강조하고, 속물은 양육을 강조한다.”, “유전자와 본능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 필연성은 더욱 작아진다.”, “사회 정책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자유 의지를 믿는다. 객체가 되지 말고 주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성과 양육을 주장하는 각 개념의 진실은 서로의 오류를 입증하지 않는다. 높은 상관성이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 김영한은 ‘본성 대 양육’의 논쟁에서 우리 사회의 좌익과 우익의 논쟁을 떠올린다. 자유와 평등, 개인과 사회 같은 오래된 갈등과 이분법에서 타협점을 찾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본성과 양육 : NATURE VIA NURTURE>는 김영사에서 2004년 초판이 나왔고, 나는 2017년 초판 10쇄를 읽고 배운 거다. 유전이야 환경이냐 라는 논쟁을 잘 정리한 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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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하는 지성 - 21세기 뉴 노멀 사회의 도전 ㅣ 나남신서 1977
염재호 지음 / 나남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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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서점에서 샀던 책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었다. 학창시절 어떤 선배는 <제3의 물결>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보고 나를 포섭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읽지 않았던 그는 책을 불온서적으로 본 거다. 아마도 15년이 지나서야 직장에 정보사회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여러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공유되기 시작했고, 연수에 참석하면 정보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떠드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에게 앨빈 토플러의 책처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기를 바라며 <개척하는 지성>을 선택한 거다. 저자는 고려대 염재호 총장이다. “미래사회와 조직”이란 강좌를 여러 해 가르치며 부모, 선생님이라는 기성세대의 경험에 따라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책을 읽어가며 ‘나이 먹었다고 모두 꼰대는 아니다.’ 꼰대는 자기계발하지 않고 과거 자신이 경험에만 의지해 충고하는 사람이다. 염총장은 21세기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역사를 끌어들여 문명사적 전환기에 있었던 고통과 극복 사례를 들려준다. 두려워하지 말고 준비하자고 다독인다.

 

5개장으로 구성한 <개척하는 지성>은

1장에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이란 주제로 18~20세기까지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자고 제안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빅토르 위고를 입을 빌려 “미래는 여러 가지 읾을 갖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이고, 용기 있는 자들에겐 기회이다.”라고 말한다.

18세기 러다이트 운동을 극복하고 19세기에 기술 진보의 혜택을 누렸고, 전기를 사용한 대량생산체제라는 새로운 생산시스템은 표준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풍요로운 20세기는 과잉소비로 심각한 환경파괴라는 부작용을 겪었다. 실업 문제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전통으로 이어지는 코포라티즘coporatism(노동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결정에 참여케 하는 보수정치와 진보노동의 정책 연합)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 진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모순은 다양한 정책적 대응이나 새로운 사회 시스템 설계로 해결해왔다. 그러니 20세기말 기술 진보로 기업의 다운사이징 등 노동의 종말이라는 사회적 위기도 새로운 사회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장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기업 조직을 통해 고용이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전 생애의 생계를 영위하겠다고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직업선택의 길이 될지 모른다.”는 거다. 수치로 제시한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중동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비하면 낮다. 저자는 청년 실업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라고 본다. 적은 근로시간만 이하고 보다 많은 시간을 자신과 가족과 함께 보내며 삶의 질을 높이라는 리프킨의 조언을 소개한다. 워라벨 말이다. 노동시간이나 작업량보다 프로젝트 결과나 일의 질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노동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남을 보여 준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원인을 저자는 “지난 50여 년간 고도경제성장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성공의 신화에서 한국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세기에 성공한 모델이 21세기에도 유효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지난 성공비결보다는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에 도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형식지와 ’추격형‘ 모범생을 버리고 ’암묵지‘와 ’선도형‘ 인재가 필요하다.

 

제2장, 인류의 진화와 변화의 속도에서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전으로 인간이 보유한 정보량이 급속히 팽창하고, 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네트워크화 되었으며, 인간 수명이 빠르게 연장되고 생명공학이 비약적 발전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빠르게 발전하며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수명 연장에 따라 가족, 결혼, 교육, 직업, 성 등에 관한 사회적 인식들도 변하고 있음을 본다.

 

제3장, 새로운 미래와 일에서 ‘고용시대는 끝났다’ 며 일본의 프리터와 우리나라 단기 계약 노동을 소개한다. 고용보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단기적 참여가 많아질 것이라 예견한다. 개인화된 노동의 시대가 올 거라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기모경제’gig economy라는 경제방식을 직업의 새로운 형태로 주목하고 있단다. ‘기모’란 ‘상황에 알맞게 문제를 잘 찾아내고 그 해결책을 재치 있게 처리할 수 있는 슬기나 지혜’를 뜻한다. 단기 계약과 보상이란 시스템이 일반화될 거라는 얘기다. '9 to 5'로 일하는 방식은 급격하게 줄어들 거란다. 정보화, 자동화, 로봇화, 무인화 등 제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니 개인들은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끝없이 새로운 학습을 해야 하는 평생학습사회가 될 거란 예측이다.

 

제4장 뉴 노멀사회에서, 게임, 여행, 워라벨, IoT, 로봇, 인공지능, 항공여행의 일상화가 뉴 노멀이 될 것으로 본다. 뉴 노멀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정부가 대응할 방향으로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설’에 따라 기초적 생리욕구의 관점에서 주택문제를 보고,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등 정부의 서비스 기능을 찾아보라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기업은 인재개발과 육성 패러다임을 바꾸고 협업하고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중요한 가치로 봐야하며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학의 대응에서 우리나라 인구의 2% 정도가 박사학위를 잦고 있단다. 지식의 반감기가 7년(역사학)~13년(물리학) 정도니 학위로 먹고사는 시대는 갔다고 본다.

 

제5장 뉴 노멀에 적응하기와 개척하는 지성에서,

하나, “기존의 노멀에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포기해야만 뉴 노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하나, “뉴 노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 “ 새롭게 변화하는 뉴 노멀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도전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신만의 개척하는 지성의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좋은 조언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라 정도는 받아들인다)

20~30년 후를 생각하면, 5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누리게 돼 돈보다는 문학, 역사, 철학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고 한다. 케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훌륭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위대한 아이스하키 선수는 퍽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간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한다.

뉴 노멀에 적응하기 위한 조건들로 ‘포기’(청일, 러일전쟁의 승리라는 성공신화가 태평양 전재의 실패 원인이라는 일본 내 분석 : 함포사격을 중요한 승리요인으로 본 것이 레이더에 견줄 때 실수다)를 들며, 기득권으로 평생 보장을 받으려는 생각을 빠르게 포기해야 뉴 노멀에 적응하라 한다. 역사상 제국은 타민족에게 얼마나 개방적이었는가에 달렸었다(스페인의 유대인과 이슬람 문화 수용 발전, 그리고 유대인의 네덜란드로 이주. 미국의 저력)고 말하며, 도전 없는 성공이 없음도 강조한다.

 

개척하는 지성의 특징으로 컴퓨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노동력’을 소유한 프로페셔널이 돼라. 자신만의 암묵지, 독창적인 상상력, 남다른 문제 해결력, 지적 능력과 감성능력, 실천능력을 함께 갖추라 한다.

암묵지와 관련하여 몽테뉴의 말을 빌려 “다른 사람의 지식을 전수받아 지식인이 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지혜를 통해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독서와 형식지 습득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암묵지를 새롭게 개발하라. 지연현상, 사회현상, 인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력과 열정’(1만 시간의 법칙), ‘공감능력 키우기’(인문학에 대한 이해), ‘역사학 배우기’, ‘독창성’도 키우라고 조언한다.

 

<개척하는 지성>은 나남출판사에서 2018년 11월 본문 335쪽 분량으로 내놓은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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