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김한영 옮김, 이인식 해설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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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파블로프와 개 실험과 손다이크, 프로이드의 이론을 배웠다. 인간의 의지, 소박하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것인데 뭐 하러 개에게 실험을 하는가 생각하기도 했다. 때로는 학습이론이 더 유용하다 판단했다. 본성이란 단어에서 성선설과 성악설을 떠올리고, 욕망, 리비도를 떠올린다. 인간에게 식욕, 수면욕, 성욕이 기본적인 본성이라는 수준을 넘어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학생을 대할 때 가정 사정, 가족의 직업, 평소 성격, 친구 관계 등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시각을 종합해서 보기도 했다. 때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원인을 찾기도 했다. 간혹 불행하게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에게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도 했다. 학생을 가르쳐야하는 직업에서는 본성을 극복하고 양육하는데 힘을 써야한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환경의 중요성에 비중을 두고 환경을 바꿔보려 시도한다.

 

좋은 책이라 판단하는 <본성과 양육>을 읽고 추천한 페이스북 친구의 글을 보고 읽자 판단했다. 20세기 내내 인간의 행동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둘러싼 100년 간 논쟁을 파헤친 책이다. 옮긴이의 표현대로 본성과 양육의 논쟁사를 다룬 서사시다. 427쪽 분량으로 수많은 이론과 연구사례를 담고 있다. 생물학, 우생학, 화학, 사회학, 교육학,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학제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자 매트 리들리는 양육을 통한 본성이란 결론을 내린다.

 

본성과 양육의 논쟁을 학자별, 역사 순으로 정리해보면

양육(환경)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

존 로크(1632~1704) : 타블라 라사(tablula rasa) 빈 서판 같은 인간 마음에 경험이 채운다. 본성을 부정하고 양육을 옹호하는 개념

존 왓슨(1878~1958) : 행동주의 심리학 창시, 훈련만으로도 성격을 임의대로 바꿀 수 있다.

이반 파블로프(1849~1936) : 조건반사 이론

지그문트 프로이드(1856~1939) : 어린 시절 경험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프란츠 보아스(1858~1942) : 문화가 인간을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에밀 뒤르켐(1858~1917) : 사회적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

장 피아제

 

본성(유전)이 인간 행동을 지배한다.

우생학의 뿌리(!?) : 플라톤은 <공화국>에서 뛰어난 남녀를 부부로 만들고 열등한 자들끼리의 결혼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하여 본성을 강조한 것임.

장자크 루소(1712~1778)와 임마누엘 칸트(1724~1804) : 인간은 본성을 타고 난다

찰스 다윈(1809~1882) :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보편성 주장

윌리엄 제임스(1842~1910) : 미국 심리학자로 마음도 신체기관들처럼 생물학적 적응을 통해 진화된다고 주장하며 본성 강조

프랜시스 골턴(1822~1911) : 다윈의 사촌으로 본성과 양육이란 용어 최초 사용하여 본성과 양육간 논쟁 시작. 우생학 造語.

20세기 미국에서 우생학이 인기를 얻어 사회악에 대한 특효약으로 지배 기득권층을 사로잡음.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건너가 나치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됨. 2차 대전 이후 우생학의 인기는 사라지고 1972년 미국 우생학회는 사회생물학회로 명칭 변경.

1958년 미국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1928~ ) :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언어능력이 있어 누구나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장을 얼마든지 말하고 이해한다. 촘스키의 주장을 진화심리학자들이 승계해 사람의 마음은 생물학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주장

1992년 심리학자 레다 코스미데스와 인류학자 존 투비 부부에 의해 진화심리학이 독립함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따른 논쟁

󰋯 크레이크 벤터 : 유전자수가 적어 생물학적 결정론이 옳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경강조

󰋯 스티븐 핑거(1954~ ) : 인지과학, 신경학, 진화심리학의 성과에 따라 빈 서판 이론을 비판하며 본성을 강조하나 유전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매트 리들리(1958~ ) : ‘양육을 통한 본성이론 주장. 본성과 양육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는 양육에 의존하고 양육은 유전자에 의존한다. “유전자는 행동의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공산주의와 나치즘이란 독재 체제는 본성 대 양육 논쟁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공산주의의 사회 개조론은 양육을, 나치즘의 생물학적 결정론은 본성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다. (여기까지는 해설 요약에 따름)

 

저자인 매트 리들리가 하고자하는 말은

유전자를 두려워하지 말라. 유전자는 신이 아니라 톱니바퀴다.”, “좋은 부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개성은 욕구에 의해 강화된 태도의 산물이다.”, “평등주의자는 본성을 강조하고, 속물은 양육을 강조한다.”, “유전자와 본능을 깊이 이해할수록 그 필연성은 더욱 작아진다.”, “사회 정책은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자유 의지를 믿는다. 객체가 되지 말고 주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성과 양육을 주장하는 각 개념의 진실은 서로의 오류를 입증하지 않는다. 높은 상관성이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 김영한은 본성 대 양육의 논쟁에서 우리 사회의 좌익과 우익의 논쟁을 떠올린다. 자유와 평등, 개인과 사회 같은 오래된 갈등과 이분법에서 타협점을 찾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본성과 양육 : NATURE VIA NURTURE>는 김영사에서 2004년 초판이 나왔고, 나는 2017년 초판 10쇄를 읽고 배운 거다. 유전이야 환경이냐 라는 논쟁을 잘 정리한 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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