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2
김만중 지음, 송성욱 옮김 / 민음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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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2026. 1. 24()

돌아 돌아 구운몽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반니 보카치오가 지은 데카메론에서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기 이탈리아 사람들의 유머와 재치를 만났다. 여러 언어를 거쳐 번역된 아라비안나이트에 이어 조설근과 고악이 지은 홍루몽에서 중국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를 읽고 김만중의 구운몽을 읽었다. 홍루몽구운몽을 나이가 들어 읽은 것은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리거나 젊을 때 읽었더라면 허황된 꿈 이야기로 쉽게 잊혀질 수 있었을 듯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고 허무라는 단어의 의미를 옅게나마 느끼는 시기에 읽은 것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홍루몽구운몽비교해 읽는 것도 재미있다. 홍루몽은 등장인물의 말과 속담 등으로 인생사를 평한다. 가모는 무릇 사람이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부귀를 누릴 줄도 알고 가난을 이겨낼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연륜이 빚은 언사다. 모란이 고운 것도 푸른 잎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불교사상을 담은 표현과 사찰에서 행하는 장례식, 스님을 장원 내에 거주하게 하는 방식 등으로 불교를 수용하고, 도사의 등장과 보옥의 선문답, 소설의 끝부분에 나타난 문단으로 노장사상을 담고 있다.

구운몽에는 홍루몽에 미치지 못하지만,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성진과 여덟 선녀, 여덟 선녀는 꿈속에서 인연을 맺은 두 처와 여섯 명의 첩이다. 성실한 불제자였던 성진이 잠시 마음을 잘못 먹어 인간 세상에 환생하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결국은 그것이 허무한 것임을 깨닫는 꿈을 꾸는 과정이다. 육관대사라는 스님과 여덟 선녀를 통해 불교와 선교에 바탕을 둔 이야기임을 안다. 홍루몽이 시, 말과 속담으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듯이 구운몽도 중국의 역사와 고사를 끌어다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많은 전고(典故)를 살펴 사용한다. 조선에서 짓고 읽힌 소설이나 배경은 중국이다. 시골에서 과거를 보기 위해 낙양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인을 쫓고 취하는 로드 무비식의 이야기와 토번 정벌, 관직을 얻고 제후로 봉해지는 과정에서 중국이란 지리적 배경을 토대로 한다. “예전 여자 중 시 잘하는 자는 반첩녀, 탁문군, 채문희, 사도온, 소악란뿐이라”(p.177)서술돼 있어 다섯을 검색하니 중국역사 인물이고 계급이(반첩녀).

 

소설에서 약수(弱水)를 인간 세상과 선계를 나누는 강으로 칭하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레테의 강, 스틱스 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성진이 환생한 양생(양소유)’ 이 둔 두 명의 처는 정경패와 난양공주 이소화로 자매의 연을 맺고, 여섯 첩과도 질투하지 않고 한 남자를 섬긴다. 첩에는 기생 출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여인, 공주 등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하나같이 양소유를 모신다. 이 점에서 요즘 여성 독자라면 비위가 상할 일이다.

양소유의 일생을 승상이 일개 서생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임금을 만나 로써 국가의 위기를 평정하고 으로써 테평성대를 이루니 부귀영화가 곽분양과 견줄 만하였지만 분양은 예순에 장상을 하였고 소유는 스물에 승상을 하였으니 전후로 재상을 누린 것(여기서 왜 1심에서 내란 주요 종사자로 23년 형을 선고 받은 한덕수가 떠오르는지.....)이 분양보다 많고 군신이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니 복록의 완전함이 진실로 천고에 없는 바더라라고 정리하지만, 실제는 꿈이었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나비가 다시 장부가 되니 무엇이 거짓이며 무엇이 진짜인지 분변하지 못했다. 성진과 소유가 누가 꿈이며 누가 꿈이 아닌가? 창밖 기온은 영하라지만 유리라는 장벽을 통과해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한 토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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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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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THE END OF THE WOLRD IS JUST THE BEGINNING

2025. 1. 17()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 이어 피터 자이한(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의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을 읽는다. 원제와 번역서의 책 제목이 다르다. 콘텐츠의 기반에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가 셰계의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는 인구구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리적 여건의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2차대전 이후의 세계는 냉전 시대라는 것에 이의가 없다. 피터 자이한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브레튼 우즈 체제의 본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안보동맹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안보동맹으로 미국은 반공산주의 진영을 세워 세계의 보안관 역할을 20세기 후반을 지내왔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경제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해 왔다.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총체적인 개념은 미국이 세계 동맹의 충성심을 사기 위해서 경제적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한다는 개념이다. 그게 바로 세계화다. 지난 수십 년은 미국의 세기가 아니었다. 미국이 희생한 세기였다.(p.410)”라는 시각이다. 미국의 세기가 아니라 미국이 희생한 시기였다는 문장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끝까지 읽고 판단해야 한다. 한국에는 90년대 초 김영삼 대통령대에 세계화라는 개념이 국제화를 넘어섰다.

진정한, 실질적인 미국의 세기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p.410)는 에필로그에서 세 가지로 정리해 준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대에 대거 은퇴하면 미국에게 큰 타격이다. 은퇴하면서 그동안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40년 무렵 밀레니엄 세대 중 가장 어린 연령대가 40대가 되면서 그들이 투자한 자본으로 경제 체제는 다시 한번 풍성해진다. 둘째, 미국과 멕시코가 연계하여 미국의 재산업화가 완성된다고 본다. 2040년대는 북미지역에서 호시절이다. 셋째, 세계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르게 2040년 무렵 농업계는 디지털, 유전학, 자동화, 공학의 발전이 뒤섞이면서 미국 농부들은 열량 산출은 세 배로 늘리게 된다. 동반구가 겪을 2020년대와 2030년대에 동반구가 겪을 식량부족과는 다르다. 넷째, 재료공학 분야에서 장거리 전기 전송 능력, 리튬보다 더 나은 배터리가 가능할 것이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발전 시설을 폐기하고 본격적 에너지전환에 착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냉전이 끝났는데 미국은 왜 동맹국을 위해 비용을 대야 하는가?’(이 질문은 도널드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닌 것이다) 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책 본문의 내용은 20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자유무역)가 붕괴하면 일어날 일들을 자료와 통계를 가지고 풀어간다. 운송, 금융, 에너지, 산업 자재, 제조업, 농업이라는 여섯 영역에서 미국이 행해왔던 힘을 열거하니 미국이 발을 빼면 생길 위험성을 예견한다. 한국 입장에서 저자가 전망하는 미국이 아메리카로 돌아간 세계질서는 암울하다. 물론 친미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영역별로 메모한 내용을 옮겨본다.

 

한 시대의 종말 THE END OF AN ERA

: 미국은 왜 몽골이나 로마 제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는가?를 묻고 답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제국을 제대로 경영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점령군을 확보하기 불가능하다. 게다가 주둔군을 전진 배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을 생각해 보면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 소련이 육군 중심의 방대한 대륙국가지만, 미국 군사 역량은 해군력이다. 미국은 민주정체를 가진 국가라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정부가 연방정부 못지 않게 권력을 행사하고 당시 행정능력이 엉망이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제국을 원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미국, 제국의 연대기의 저자 대니얼 임머바르의 판단과 같다.

지정학과 인구구조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앞으로는 대량소비 체제는 없다.

 

운송 TRANSPORT

: 철도가 등장하기 이전 육로 운송비용이 수로 운송비용의 20배 이상이었으나 철도의 등장으로 육로 운송비가 수로 운송비의 두 배가 되었다. 수로 운송에서 규모의 경제는 크기, 선원, 연료, 포장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은 지역에서 판매는 세계를 상대로 하는 시대는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마크 레비슨의 THE BOX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2022년 현재 부피로 치면 80%, 액수로 치면 70%에 달하는 세계무역 운송은 대양을 가로지르는 선박들이 처리한다. 장거리 운송은 에너지, 제조업, 농산물 총운송량의 4분의 3을 담당한다. 미국 주도의 해양 질서가 사라지면 일본, 중국, 한국,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페르시만 지역이 혼란해질 것이 뻔하다. 세계 무역체제, 세계 운송체계가 해체되면 도시는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와 산업 투입재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2019년 기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한 해 동안 운반한 화물보다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운반한 화물이 더 많다. 구조가 해체되면 새 시대에 최대 패자는 단연 중국일 것이다.

 

금융 FINANCE

: 호황에서 불황으로 그리고 다시 호황으로 가리라 보는 미국 모델, 유로 모델을 살피고, 아시아의 금융 모델을 공짜 돈으로 묘사하며, 중국은 절대적, 상대적 척도 모든 면에서 인류 역사상 규모가 크고 가장 지속 불가능한 융자 대잔치를 벌여 재정 붕괴를 겪을 것으로 본다.

 

에너지 ENERGY

: 미래에 연료 공급 부문에서 가장 극심한 부족을 겪게 될 지역은 취약한 공급 경로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주요 소비국들이다. 동북아시아, 중부 유럽이 그런 나라들이고 독일, 한국, 중국이 단연 가장 심각한 위협에 놓이게 된다. 책은 우리와 비슷한 여건의 일본은 예외로 보는데 일본의 해군력을 대양 해군으로 평가해 대양 항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석유는 땅이 얼 때까지 기다렸다 시추해야 한다.

운송, 금융, 에너지에서 미국은 운 좋은 나라이고 그 운은 지리적 여건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업 자재 INDUSTRIAL MATERIALS

: 폴란드는 소금 광산 하나에서 얻은 소득으로 유럽의 강대국이 되었다. 1300년대에 대량의 고기나 생선을 저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염장이었다. 스페인은 포토시 은광을 확보하면서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1세기 연장했다. 1800년대 말, 칠레는 아타카마 사막과 풍부한 구리, , 질산염(산업화 초기의 화약) 매장지를 두고 페루, 볼리비아와 전쟁을 했다.

전기자동차의 회전력 전달 장치에 필요한 투입재는 내연 기관에 필요한 투입재의 여섯 배다.”(P. 323) 세계화가 막을 내리면 대부분 지역에 실존하는 한 가지 상품인 저질 석탄에 의존해야만 한다. 2010년의 탄소 배출은 호시절로 생각되는 날이 온다. 세계화로 산업 자재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소비하는 동시에 가공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나머지 세계가 수입하는 양을 모두 합한 양의 세 배를 수입한다. 중국의 보크사이트는 국제 거래 총량의 3분의 2를 흡수하고 알루미늄 전량의 5분의 3을 제련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구리 완제품과 구리 광석을 긁어 모으고 있으며 세계 20대 제련소 가운데 열 개를 보유한다. 자유무역이 보호무역으로 대체되면 가장 큰 피해는 중국이 당할 것이다. “친환경의 길은 지속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재료과학이 진전을 이룰 때까지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 (P.338) 2021년 세계 희토류 생산 가공의 90%는 중국이 했다. 희토류 원광은 희귀하지도 않고 가공 과정은 비밀도 아니다. 남아프리카, 호주, 말레이시아, 프랑스에 예비용 채광과 가공시설이 존재한다. 중국이 싼 가격에 공급할 뿐이다. 대재앙은 없다.

 

제조업 MANUFACTURING

: 협업, 규모를 갖춘 제조업, 화석연료의 사용, 재료과학 응용법의 폭발적 증가 등이 서로 잘 맞물린 산업 혁명이 세상을 바꾸었다. 제조업에 도입된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은 제조업이 대량 생산 모델에서 상품 유통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안정적인 운송체계를 바탕으로 공급사슬이 유지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를 우호적으로 해석해, 2000년 이후 효율성이 세 배로 증가했다고 해도 중국의 인구 구조 붕괴가 가속화 함으로 임금은 열다섯 배 올랐다. 21세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대부분 수출이나 소비가 아니라 극초과잉 투자에서 비롯되었다”(p.379) 라고 저자는 저평가한다. 무엇인 사실인지 모른다. 독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부문은 다른 물건을 만드는 기계류 제조다. 2005년 이후로 팽창한 중국의 산업기반 대부분은 오로지 독일이 제조한 혁신적인 기계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미래에 아시아 Inc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낮다. 왜냐면 중국, 한국, 일본이 통합되고 평화로운 제조업 공급사슬을 가능케 하는 생산적 협력 가능성이 낮다. 인구구조의 각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아시아가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면 아시아 경제 모델은 무너진다. 투입재 접근에도 문제가 있다. 중국은 하루 필요량의 70%, 한국과 일본은 하루 필요량의 95%를 수입하고, 수입 석유의 3분의 2 이상이 페르시아만에서 비롯된다. 공급사슬의 각도에서 동아시아는 제품 소비지에 멀리 떨어져 있다. 세계의 작업장으로서 중국은 수입한 기술과 부품들에 완전히 의존한다. 아직 고부가가치 부품들을 자력으로 제조할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 중국은 과잉투자 모델을 이용해 자국이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의 단가를 낮춘다.

 

NAFTA 체제는 전망이 밝다. 대부분 지표가 긍정적으로 보인다. 북미의 제조업 상품은 수출이 아니라 북미지역 내에서 소비가 목적이다. 미국은 수출입을 합해도 경제의 약 4분의 3은 국내에서 비롯됨으로 국제 교역에 노출 정도가 제한적이다. 나프타 3국 중 산업 원자재나 에너지 생산에 관한 한 만만하게 볼 만한 나라는 없다. 공급사슬 측면에서도 임금 수준이 다양하고 에너지 비용이 낮고 운송비용도 낮으며, 부지 선택지가 거의 무한하고 산업 투입재 공급이 안정적이고 자본공급도 안정적이고 양도 많다. 안보 위협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구구조도 2040년이면 밀레니엄 세대가 근로 연령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멕시코가 북미 경제에 더욱 통합되고, 미국과 영국간 협력을 강화하면 큰 횡재가 있을 수 있다. 콜롬비아가 적시생산방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북미의 경제는 세계화가 아닌 상황에서도 실질적 호황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2026) 언론에서 전하는 미국 제조업의 붕괴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미국의 경제를 다룬다. 탈세계화는 중국 중심의 제조업을 가능케 한 공급사슬을 끊게 된다.

 

농업 AGRICULTURE

: 탈산업화는 산업의 종말만 뜻하지 않는다. 식량의 대량 생산이 종말을 맞고 대규모 기근을 겪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로 규모의 경제가 촉진되면서 하나로 통일된 세계 시장의 수요에 맞춰 지역의 국지적인 기후에 맞는 한 가지 작품만 생산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재의 농업이 해체되면, 먹거리의 생산량과 종류와 확보 가능성과 안정적 공급이 대대적으로 위축된다. 근대 농업 기술과 시장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 시대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모조리 산업화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인구 수준도 마찬가지다.

세계화한 현재 질서 하에서 대부분의 나라는 식품 말고도 온갖 종류의 상품들 생산에 특화하고 있고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먹거리를 수입한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거래는 지금처럼 쉽지는 않게 된다. 이러한 공급 체계의 어느 부분에서든 차질이 생기면 파장은 농업 생산의 핵심부와 식량 수입국의 먹거리값을 지급할 능력에까지 미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연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석유는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의 중요한 재료이고 비료를 만드는 기본 원료에는 천연가스가 포함된다. 화학 물질 투입재가 농업에 투입되어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투입재가 없다면 인류는 과거로 역주행하게 된다. 문제가 심각할 지역은 에너지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국, 중부유럽,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이다. 농업 생산량이 가장 크게 줄어들 나라는 중국이다. 오늘날 산업화된 농업은 수많은 투입재가 필요하다. 원료(파종용 씨앗)가 좋아 수확량은 크게 늘지만 비싸다. 비료, 제초제, 살충제, 관개용수, 축산 의약품 등 성장 투입재, 콤바인을 비롯한 농업 장비도 비싸고 구입도 쉽지 않다. 어느 부문에서 차질이 생기든 농산물 생산의 차질로 이어진다.

세계화가 붕괴를 시작하면 수출 위주의 단일품종 경작 방식은 가고, 지역 위주의 소규모 다품종 경작 방식이 온다. 밀 재배가 밀물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농촌지역에 빈곤이 만연하게 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지리적 요건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인 세계화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 우리가 앉아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을 예상해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발을 빼지 말도록 할 수도 없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자체 해상운송로의 안전을 도모할 역량을 기르거나, 주변국과 연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의 인구구조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젊은이들이 자식을 낳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당위성만 번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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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매뉴얼 365 -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필독서
이순배 외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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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 학교내외에서 학생 간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기성세대가 경험하거나 느끼는 것과 다르다. 사이버상에서 상상할 수 없는 방법과 괴롭힘 등의 영향으로 피해자는 학교생활을 버텨내기 힘들고 인성을 파괴하기까지 하고 있다. 출산율이 최저 수준이기에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때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일은 미루거나 교사 개인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최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처리 지침이 학교마다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지침은 한계를 갖는다. 처리 절차 중심으로 기술되어 다양한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 (모아북스에서 201512월에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 매뉴얼 365는 여러 장점을 가져 교사와 학부모의 필독서라 평가할 수 있다.

상담복지, 간호학, 교육학, 아동학 등 분야별 교육전문가 10명이 집필에 참여해 전문성을 확보하였다. 교사가 참여하지 않아 아쉽다는 느낌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회복 프로그램 적용 사례, 특별교육 학습활동 예시, 가정, 학교, 지역사회 연계 학습활동 예시 등의 사례를 소개하여 유연한 학교폭력 대응법을 익힐 수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법적 절차, 관행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학교폭력을 예방할 구체적 방법을 매뉴얼화해 365일 다양한 학교폭력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학교폭력을 대하는 관행과 고정관념 그리고 편견을 버리기 위해 제시하는 세 가지는 학교폭력 예방 매뉴얼 365이 학교에 비치되어 교사들이 숙지해야 할 사항을 담고 있다.

첫째, 근본적 해결을 위해 대안으로 이론적 관점을 소개한다. 반복되는 청소년의 공격행동을 반복하는 까닭을 발달 심리의 측면에서 다루고 벌보다 회복을 위해 회복적 정의와 관계 회복 이론을 설명하고 회복 프로그램 적용 사례와 학교 실천 모델을 소개하여 실제적 처리를 돕는다.

둘째, 특별교육의 방향과 학습활동을 예로 보여 준다. 수업해야 하는 교사로서 특별교육이 갖는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다. 학교폭력에 통합적 개입과 회복적 서클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사건 공유책임 인식공동체 대화회복 계획 수립사후 모니터링의 프로세스에서 교사가 족진자의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셋째, 학교폭력 대응은 가족과 지역사회가 참여가 핵심이어야 한다. 이는 교사가 문제를 학교 내에서 해결하려는 관행을 벗어나 편견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가진 의미를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외에도 가해 학생 케어는 변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 피해 학생 케어는 자기 신뢰와 자아효능감을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함,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네트워크화해야 함도 제기한다. 디지털 시대의 학교폭력 대응과 치유는 사이버 폭력이 갖는 위험성에 대비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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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마음 산책 - 삼성 장학생에게 전해 준 마음 편지
김용년 지음 / 행복에너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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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마음 산책

2025. 12. 27()

 

삼성 장학회 운영을 총괄하던 김용년 님이 삼성 장학생에게 보냈던 소식지에 담아둔 마음의 편지를 모은 책이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좋은 글을 공유하고 있어 성장을 위한 마음 산책을 사 두었으나 읽을 순서에 밀리다 보니 2년이나 지났다. 책을 읽는 내내 읽기 쉽게 글을 썼다는 것과 삼성 장학생을 위한 글이나 삼성 장학생이 아니라도 도움이 될 내용이며, ‘비움의 장에 언급한 글들은 중장년에게도 필요한 글이라는 판단이다.

 

읽기 쉽다는 말은 메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읽었다는 뜻이자, 내용이 특별히 어렵지 않아 중학생이라도 읽을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만나고 듣고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의미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성장과 비움이란 주제로 70편의 정형화된 편지글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일 내용이 있다.

 

성장이란 은 방향성에 관한 글로 40편 실려있다. ‘성공보다 성장이 중요합니다’, ‘인생, 대추 한 알과 같습니다’, ‘자신이 설계한 인생을 사세요’, ‘자신을 관찰하며 사세요등의 소제목에서 누구나 쉽게 읽을 글을 만날 수 있다.

한 가지를 소개하면, ‘성장 14’우생마사, 소의 지혜를 배우세요에 역경의 시기에는 순리를 따라야 합니다. “소와 말은 물속에서도 헤엄을 칠 수 있는 동물입니다. 말은 수영 능력이 뛰어나 잔잔한 물속에서는 소보다도 빨리 헤엄쳐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물살이 거세지면 소가 말보다 더 빠르게 물 밖으로 탈출합니다.”(p.128) 어떤 경우에도 될 일은 됩니다. 역경의 순간에 흐름을 거스르면 힘든 인생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는 흐름에 순응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끈까지 버티면서 앞으로 걸어갈 때 행운이 찾아옵니다.

비움에서 인간관계도 투자해야 좋아집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모든 사람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라고 여기며 배움의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도 내 인생의 교과서고,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도 내 인생 교과서입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충분히 학습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듯이, 인생 교과서를 충실히 학습해야 사람에 대한 지혜가 생기고 좋아집니다.”(p. 221) 이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관리자가 학생을 대상으로 말할 기회(훈화 : 이제는 추억이지만)가 있다면 70편의 글 중에서 하나씩 골라보면 정말 좋을 듯하다.

 

독자에게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와 닿는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았고 성과를 얻었는가를 말한다. 그들의 특성은

첫째, 상품은 같은 것을 수 없이 만드는 것이고, 명품은 소수를 만든 것이며, 작품은 하나를 만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의 유일한 작품이다. 자신을 결코 비하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안다.

둘째,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기술은 귀인의 도움을 받는 기술이라고 한다. 스스로 귀인이 되어야 귀인을 만날 수 있다.

셋째, 전략 능력(명량 대첩을 이룬 이순신, 150cm의 키에도 중국을 통치한 덩샤오핑, 말 궁둥이에 붙어 100km를 편안하게 가는 파리)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시골 할머니의 육아법을 예로 들면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다. 도를 득하고 덕을 베풀라는 것이 도덕경에서 노자가 하려는 말이다.

 

3장엔 삼성 인재 경영 보고서를 실었다. 젊은 시절 전직을 준비하면서, 사범계 입직한 나에게는 이런 기회가 원천적으로 없다는 생각에 장학생이 될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한 이들이 부러웠던 추억이 있다. 책장을 뒤져보니 삼성과 관련한 책들이 있다. 이건희, 세계의 인재를 구하다, 이건희 개혁 10, 호랑이를 끄집어 내라는 경영과 경영 철학에 관한 것이고, 삼성을 생각한다는 기업 삼성을 고발한 책이다. 다른 기업의 책은 한 권을 넘는 것이 없으니 내게 삼성에 대한 애증이 뒤섞여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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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교양 심리학 -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새로 쓰는 심리학 개론
김태형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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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교양 심리학

2025. 12. 20()

김태형의 교양 심리학은 인간 심리란 무엇인가부터 욕망, 감정, 의지, 사고와 기억, 개성과 성격, 발달과 세대 심리, 사회 심리, 심리학의 활용을 다뤄 일반인의 교양을 고양할 목적으로 내놓은 심리학 개론서다. 학부에서 교육심리학을 배울 때 재미없고 관심도 없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었던 경험에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보이니 기대하며 읽는다. 나만 그렇게 심리학이 재미없고 내 삶에 와닿지 않는다(솔직하게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쏜다이크의 고양이 실험에서 이런 걸 왜 배우는가라는 회의 감이 들었었다)라고 느낀 것이 아닌 이유는 첫째, 미국의 주류 심리학이 진실, 진리와는 거리가 먼 비과학적 이론이기 때문이다. 둘째, 개혁과 진보를 반대하는 친자본주의적이고 보수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셋째, 심리학의 연구 대상에 동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동물과 거기서 거기인 존재로 보고 사람이 사회적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의 바탕에는 조한혜정 교수가 쓴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에서 말한 지식의 수입상혹은 중개상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심리학계의 수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내가 교육심리학을 가르친 교수도 미국에서 심리학을 배웠고, 졸업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들었던 교수의 소회(유학후 귀국하여 교수로 지내면서도 미국 심리학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방학 때마다 미국을 방문했다는......)에서 수입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 김태형은 미국 주류 심리학이 가진 한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사람은 사회적 존재인데 주류 심리학은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생물학적 존재로 본다. 주류 심리학을 열심히 공부해도 살아 숨 쉬는 현실 속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둘째, ‘의지에 대한 관심이 없어 연구하지 않는다. 겨우 자아효능감에 대한 연구와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이 말하는 그릿(grit 불굴의 정신) 뿐이다. 자기통제를 중시하나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설명한다. 김태형이 보기에는 의지는 인간의 정신 활동과 심리 현상에서 욕망, 감정과 함께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인간의 삶에도 큰 의의를 가진다는 입장이다. 셋째, 사람과 동물을 질적으로 같은 존재로 간주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사고에 대한 고려나 연구가 없었다. 다만, 컴퓨터가 나오고 인지심리학의 등장으로 인간의 사고를 설명할 때 정보, 부호화와 같은 컴퓨터 분야의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도 김태형은 주류 심리학이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넷째, 주류 심리학은 사회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로 연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는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제도의 모순을 비판, 폭로하게 되고, 더 나은 사회가 어떤 것인가에 관한 관심과 지향을 유발하기 마련이다.(p. 253) 그러니 친자본주의적인 주류 심리학이 사회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유일한 진보 심리학자가 에리히 프롬인데 주류 심리학계가 에리히 프롬을 지독할 정도로 왕따시켰다고 알려 준다.(p. 253) 자본주의 사회와 인간 심리의 관계를 연구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한 소유냐 존재냐는 명저다. 다만, 육체적 발달, 지적 능력의 발달, 도덕성을 포함하는 사회성 발달 등을 연구하는 발달 심리학은 상대적으로 문제점이 덜한 분야로 평가한다.

 

심리학에서 정신건강 분야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특히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불평등과 불화 등으로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된 것에 있다. 저자는 반인간적인 사회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자본주의적인 주류 심리학은 사람을 병들게 만드는 사회의 개혁, 특히 자본주의 제도 개혁의 문제는 한사코 회피한다. 그 대신 병든 사회가 양산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치료하는 것에 집중한다. ‘우리라는 단어로 공동체 사회를 형성해 살고 있는 한국사회에 개인주의적 성향의 주류 심리학은 한계가 명확하다. 더불어 심리학 이론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타인을 도와주는 것에도 활용해야 한다. 심리적 도움 주기는 공감과 동조를 전제로 한다.

 

저자가 본 주류 심리학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문은 욕망, 감정, 의지, 사고와 기억, 개성과 성격, 발달과 세대 심리, 사회 심리 영역을 구분해 기존의 연구를 풀어 주기에 읽기에 쉽다. 오랜만에 교육심리학을 복습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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