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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23년 1월
평점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THE END OF THE WOLRD IS JUST THE BEGINNING
2025. 1. 17(토)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 이어 피터 자이한(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의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을 읽는다. 원제와 번역서의 책 제목이 다르다. 콘텐츠의 기반에는 선진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인구구조가 셰계의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는 ‘인구구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와 ‘지리적 여건의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2차대전 이후의 세계는 냉전 시대라는 것에 이의가 없다. 피터 자이한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브레튼 우즈 체제의 본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안보동맹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안보동맹으로 미국은 반공산주의 진영을 세워 세계의 보안관 역할을 20세기 후반을 지내왔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경제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해 왔다.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총체적인 개념은 미국이 세계 동맹의 충성심을 사기 위해서 경제적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한다는 개념이다. 그게 바로 세계화다. 지난 수십 년은 미국의 세기가 아니었다. 미국이 희생한 세기였다.(p.410)”라는 시각이다. 미국의 세기가 아니라 미국이 희생한 시기였다는 문장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끝까지 읽고 판단해야 한다. 한국에는 90년대 초 김영삼 대통령대에 ‘세계화’라는 개념이 국제화를 넘어섰다.
“진정한, 실질적인 미국의 세기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p.410)는 에필로그에서 세 가지로 정리해 준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대에 대거 은퇴하면 미국에게 큰 타격이다. 은퇴하면서 그동안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40년 무렵 밀레니엄 세대 중 가장 어린 연령대가 40대가 되면서 그들이 투자한 자본으로 경제 체제는 다시 한번 풍성해진다. 둘째, 미국과 멕시코가 연계하여 미국의 재산업화가 완성된다고 본다. 2040년대는 북미지역에서 호시절이다. 셋째, 세계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르게 2040년 무렵 농업계는 디지털, 유전학, 자동화, 공학의 발전이 뒤섞이면서 미국 농부들은 열량 산출은 세 배로 늘리게 된다. 동반구가 겪을 2020년대와 2030년대에 동반구가 겪을 식량부족과는 다르다. 넷째, 재료공학 분야에서 장거리 전기 전송 능력, 리튬보다 더 나은 배터리가 가능할 것이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쓰는 발전 시설을 폐기하고 본격적 에너지전환에 착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냉전이 끝났는데 ‘미국은 왜 동맹국을 위해 비용을 대야 하는가?’(이 질문은 도널드 트럼프만의 생각이 아닌 것이다) 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책 본문의 내용은 20세기 중반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자유무역)가 붕괴하면 일어날 일들을 자료와 통계를 가지고 풀어간다. 운송, 금융, 에너지, 산업 자재, 제조업, 농업이라는 여섯 영역에서 미국이 행해왔던 힘을 열거하니 미국이 발을 빼면 생길 위험성을 예견한다. 한국 입장에서 저자가 전망하는 미국이 아메리카로 돌아간 세계질서는 암울하다. 물론 친미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영역별로 메모한 내용을 옮겨본다.
한 시대의 종말 THE END OF AN ERA
: 미국은 왜 몽골이나 로마 제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는가?를 묻고 답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제국을 제대로 경영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점령군을 확보하기 불가능하다. 게다가 주둔군을 전진 배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을 생각해 보면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 소련이 육군 중심의 방대한 대륙국가지만, 미국 군사 역량은 해군력이다. 미국은 민주정체를 가진 국가라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정부가 연방정부 못지 않게 권력을 행사하고 당시 행정능력이 엉망이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제국을 원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는 『미국, 제국의 연대기』의 저자 대니얼 임머바르의 판단과 같다.
지정학과 인구구조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앞으로는 대량소비 체제는 없다.
운송 TRANSPORT
: 철도가 등장하기 이전 육로 운송비용이 수로 운송비용의 20배 이상이었으나 철도의 등장으로 육로 운송비가 수로 운송비의 두 배가 되었다. 수로 운송에서 규모의 경제는 크기, 선원, 연료, 포장에 따라 달라진다. 생산은 지역에서 판매는 세계를 상대로 하는 시대는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마크 레비슨의 『THE BOX』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2022년 현재 부피로 치면 80%, 액수로 치면 70%에 달하는 세계무역 운송은 대양을 가로지르는 선박들이 처리한다. 장거리 운송은 에너지, 제조업, 농산물 총운송량의 4분의 3을 담당한다. 미국 주도의 해양 질서가 사라지면 일본, 중국, 한국,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페르시만 지역이 혼란해질 것이 뻔하다. 세계 무역체제, 세계 운송체계가 해체되면 도시는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와 산업 투입재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2019년 기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한 해 동안 운반한 화물보다 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운반한 화물이 더 많다. 구조가 해체되면 새 시대에 최대 패자는 단연 중국일 것이다.
금융 FINANCE
: 호황에서 불황으로 그리고 다시 호황으로 가리라 보는 미국 모델, 유로 모델을 살피고, 아시아의 금융 모델을 공짜 돈으로 묘사하며, 중국은 절대적, 상대적 척도 모든 면에서 인류 역사상 규모가 크고 가장 지속 불가능한 융자 대잔치를 벌여 재정 붕괴를 겪을 것으로 본다.
에너지 ENERGY
: 미래에 연료 공급 부문에서 가장 극심한 부족을 겪게 될 지역은 취약한 공급 경로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주요 소비국들이다. 동북아시아, 중부 유럽이 그런 나라들이고 독일, 한국, 중국이 단연 가장 심각한 위협에 놓이게 된다. 책은 우리와 비슷한 여건의 일본은 예외로 보는데 일본의 해군력을 대양 해군으로 평가해 대양 항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석유는 땅이 얼 때까지 기다렸다 시추해야 한다.
운송, 금융, 에너지에서 미국은 운 좋은 나라이고 그 운은 지리적 여건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업 자재 INDUSTRIAL MATERIALS
: 폴란드는 소금 광산 하나에서 얻은 소득으로 유럽의 강대국이 되었다. 1300년대에 대량의 고기나 생선을 저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염장이었다. 스페인은 포토시 은광을 확보하면서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1세기 연장했다. 1800년대 말, 칠레는 아타카마 사막과 풍부한 구리, 은, 질산염(산업화 초기의 화약) 매장지를 두고 페루, 볼리비아와 전쟁을 했다.
“전기자동차의 회전력 전달 장치에 필요한 투입재는 내연 기관에 필요한 투입재의 여섯 배다.”(P. 323) 세계화가 막을 내리면 대부분 지역에 실존하는 한 가지 상품인 저질 석탄에 의존해야만 한다. 2010년의 탄소 배출은 호시절로 생각되는 날이 온다. 세계화로 산업 자재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소비하는 동시에 가공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나머지 세계가 수입하는 양을 모두 합한 양의 세 배를 수입한다. 중국의 보크사이트는 국제 거래 총량의 3분의 2를 흡수하고 알루미늄 전량의 5분의 3을 제련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구리 완제품과 구리 광석을 긁어 모으고 있으며 세계 20대 제련소 가운데 열 개를 보유한다. 자유무역이 보호무역으로 대체되면 가장 큰 피해는 중국이 당할 것이다. “친환경”의 길은 지속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재료과학이 진전을 이룰 때까지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 (P.338) 2021년 세계 희토류 생산 가공의 90%는 중국이 했다. 희토류 원광은 희귀하지도 않고 가공 과정은 비밀도 아니다. 남아프리카, 호주, 말레이시아, 프랑스에 예비용 채광과 가공시설이 존재한다. 중국이 싼 가격에 공급할 뿐이다. 대재앙은 없다.
제조업 MANUFACTURING
: 협업, 규모를 갖춘 제조업, 화석연료의 사용, 재료과학 응용법의 폭발적 증가 등이 서로 잘 맞물린 산업 혁명이 세상을 바꾸었다. 제조업에 도입된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은 제조업이 대량 생산 모델에서 상품 유통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안정적인 운송체계를 바탕으로 공급사슬이 유지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데이터를 우호적으로 해석해, 2000년 이후 효율성이 세 배로 증가했다고 해도 중국의 인구 구조 붕괴가 가속화 함으로 임금은 열다섯 배 올랐다. 21세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대부분 수출이나 소비가 아니라 극초과잉 투자에서 비롯되었다”(p.379) 라고 저자는 저평가한다. 무엇인 사실인지 모른다. 독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발휘하는 부문은 다른 물건을 만드는 기계류 제조다. 2005년 이후로 팽창한 중국의 산업기반 대부분은 오로지 독일이 제조한 혁신적인 기계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미래에 아시아 Inc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낮다. 왜냐면 중국, 한국, 일본이 통합되고 평화로운 제조업 공급사슬을 가능케 하는 생산적 협력 가능성이 낮다. 인구구조의 각도에서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아시아가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면 아시아 경제 모델은 무너진다. 투입재 접근에도 문제가 있다. 중국은 하루 필요량의 70%, 한국과 일본은 하루 필요량의 95%를 수입하고, 수입 석유의 3분의 2 이상이 페르시아만에서 비롯된다. 공급사슬의 각도에서 동아시아는 제품 소비지에 멀리 떨어져 있다. 세계의 작업장으로서 중국은 수입한 기술과 부품들에 완전히 의존한다. 아직 고부가가치 부품들을 자력으로 제조할 역량을 입증하지 못했다. 중국은 과잉투자 모델을 이용해 자국이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의 단가를 낮춘다.
NAFTA 체제는 전망이 밝다. 대부분 지표가 긍정적으로 보인다. 북미의 제조업 상품은 수출이 아니라 북미지역 내에서 소비가 목적이다. 미국은 수출입을 합해도 경제의 약 4분의 3은 국내에서 비롯됨으로 국제 교역에 노출 정도가 제한적이다. 나프타 3국 중 산업 원자재나 에너지 생산에 관한 한 만만하게 볼 만한 나라는 없다. 공급사슬 측면에서도 임금 수준이 다양하고 에너지 비용이 낮고 운송비용도 낮으며, 부지 선택지가 거의 무한하고 산업 투입재 공급이 안정적이고 자본공급도 안정적이고 양도 많다. 안보 위협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구구조도 2040년이면 밀레니엄 세대가 근로 연령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멕시코가 북미 경제에 더욱 통합되고, 미국과 영국간 협력을 강화하면 큰 횡재가 있을 수 있다. 콜롬비아가 적시생산방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여러모로 북미의 경제는 세계화가 아닌 상황에서도 실질적 호황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2026년) 언론에서 전하는 미국 제조업의 붕괴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미국의 경제를 다룬다. 탈세계화는 중국 중심의 제조업을 가능케 한 공급사슬을 끊게 된다.
농업 AGRICULTURE
: 탈산업화는 산업의 종말만 뜻하지 않는다. 식량의 대량 생산이 종말을 맞고 대규모 기근을 겪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로 규모의 경제가 촉진되면서 하나로 통일된 세계 시장의 수요에 맞춰 지역의 국지적인 기후에 맞는 한 가지 작품만 생산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재의 농업이 해체되면, 먹거리의 생산량과 종류와 확보 가능성과 안정적 공급이 대대적으로 위축된다. 근대 농업 기술과 시장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 시대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모조리 산업화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인구 수준도 마찬가지다.
세계화한 현재 질서 하에서 대부분의 나라는 식품 말고도 온갖 종류의 상품들 생산에 특화하고 있고 수출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먹거리를 수입한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거래는 지금처럼 쉽지는 않게 된다. 이러한 공급 체계의 어느 부분에서든 차질이 생기면 파장은 농업 생산의 핵심부와 식량 수입국의 먹거리값을 지급할 능력에까지 미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연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석유는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의 중요한 재료이고 비료를 만드는 기본 원료에는 천연가스가 포함된다. 화학 물질 투입재가 농업에 투입되어 곡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었는데 투입재가 없다면 인류는 과거로 역주행하게 된다. 문제가 심각할 지역은 에너지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국, 중부유럽,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이다. 농업 생산량이 가장 크게 줄어들 나라는 중국이다. 오늘날 산업화된 농업은 수많은 투입재가 필요하다. 원료(파종용 씨앗)가 좋아 수확량은 크게 늘지만 비싸다. 비료, 제초제, 살충제, 관개용수, 축산 의약품 등 성장 투입재, 콤바인을 비롯한 농업 장비도 비싸고 구입도 쉽지 않다. 어느 부문에서 차질이 생기든 농산물 생산의 차질로 이어진다.
세계화가 붕괴를 시작하면 수출 위주의 단일품종 경작 방식은 가고, 지역 위주의 소규모 다품종 경작 방식이 온다. 밀 재배가 밀물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농촌지역에 빈곤이 만연하게 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지리적 요건과 인구구조의 변화를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질서인 ‘세계화’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 우리가 앉아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을 예상해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이 발을 빼지 말도록 할 수도 없다.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자체 해상운송로의 안전을 도모할 역량을 기르거나, 주변국과 연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의 인구구조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젊은이들이 자식을 낳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적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당위성만 번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