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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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2025.1.19.()

당 테종의 태평성세를 담은 정관정요이창업(易創業)’, ‘난수성(難守城)’이란 글이 있다. 창업은 쉬우나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다. 2024123일 늦은 밤에 벌어진 일은 해가 바뀌고도 일상을 혼돈 속에 가두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ies Die를 읽어가며 미국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며,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저자들이 들어가며에서 밝힌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를 다시 읽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다. 핵심 주장을 5~6페이지에 걸쳐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한국의 현실을 조망하고 바른 태도를 생각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모델이 아니라라며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논증한다. 모든 독자가 제시한 자료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도 저자의 주장이 신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저자의 문제의식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냉전 기간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주의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남미대륙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겪었고 한국도 여러 번 겪었다. 민주주의는 군부의 무력과 강압으로 순식간에 죽는다. 둘째,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자마자 그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 당파적 정치의 양극화가 민주적 규범을 깨트리고 투표를 통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민주주의를 허문다. 가장 많은 경우가 셋째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부패 정권에 맞서 싸운 정치 아웃사이더(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의회 다수당이 되어, 방송국 폐쇄, 야당 인사와 판사, 비우호적인 언론인 탄압, 의회 무력화(민주주의의 붕괴가 투표장에서 일어난다)를 통해 독재를 시작한다.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틀은 그대로 보존하지만, 그 내용물을 완전히 갉아 먹는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저자는 세 번째 관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 두 가지 기본 규범인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이해(understnading),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당정치에서 적용할 필수적이고도 시급한 저자의 주장은 상호 관용제도적 자제로 요약할 수 있다. 추상적인 두 표현은 본문을 통해 미국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특히 민주주의의 규범이 약해진 원인을 당파적 양극화에서 찾는다. 미국에서 양극화는 정책의 차이를 넘어서 인종과 문화에 걸친 본질적 갈등으로까지 뻗어 있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정치와 무관하게 읽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9개 장에서 핵심 주장의 논거를 살피며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한국 등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례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메모를 중심으로 기억할 내용을 남긴다.

이솝 우화- <말과 사슴, 그리고 사냥꾼>은 한국의 여당이 겪은 상황과 다르지 않다. 아웃사이더 정치인들은 선거나 강력한 정치인과의 협력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 기존 엘리트 집단은 인기 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으며, 나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말았다.” (p. 21) 한국에서 이와 관련한 아웃사이더는 누구이고, 그를 제어할 수 있다고 여겼던 세력은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를 연구한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국민이 아니다”(p.28)라며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란 것이다.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개발(도표 p. 32)했는데, 독자들에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을 유심히 지켜보라 한다. 정당과 그 지도자들에게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정당은 극단주의 세력을 고립시키고 억제할 힘이 있어야 하고, 정당의 조직 기반에서 극단주의자를 제거 해야 한다. 반민주적 정당이나 후보자와의 모든 연대를 거부하고, 극단주의자를 체계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 끝으로 극단주의자가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를 때 주요 정당들은 연합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충격적인 정치 성공에 정당의 문지기 기능 마비에 있다고 본다. 문지기 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할 때 주류 정치인들은 위험한 인물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독재자에게 순순히 권력이 넘어가는 이유는 잠재적 독재자를 통제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선대위원장과 후보가 결별한 이유중 하나였다)과 주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잠재적 독재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에서 권력자와 의회가 대립할 때 권력자는 행정명령(미국의 경우가 그렇다)을 남발한 사례를 보여 준다. 민주주의의 붕괴는 선동가의 말에서 시작되어 가짜뉴스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포와 적대감, 불신을 부추긴다. 법의 테두리 안(위법만 아니면 된다는 방식으로)에서 의회의 승인을 얻거나 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을 받는다. 경쟁자를 매수(광고 몰아주기 등)하거나 탄압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수세대에 걸쳐 그들의 국가가 신의 뜻을 따르는 선택받은 나라이며, 세상의 희망과 가능성의 상징이라는 믿음 한가운데에 미국 헌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p. 127) 모든 성공적인 민주주의는 비공식적인 규범에 의존한다. 규범은 시민사회에서 존중받고 미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규범은 상호 관용제도적 자제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일부 시기에 빈번한 대통령의 행정명령발동은 의회를 피하려는 조치로 규범(한국은 시행령으로 나타난다)을 어긴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의회나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헌법 체계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필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둘은 민주주의의 감시견이다. 동시에 행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사례를 세 가지로 제시한다.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 당시 루즈벨트 행정부는 임기 동안 3,000번이나 행정명령을 활용했다. 1950년대 초 메카시즘은 상호 관용의 규범을 위협했고, 닉슨 행정부도 상호 관용 규범을 무시하고 독재를 향한 움직임까지 공식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 인사에 대한 도청과 감시는 민주주의 규범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트럼프의 가장 악명 높은 규범 파괴로 거짓말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일탈의 용인은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p.251)며 사회학자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의 통찰인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물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장을 소개한다. ‘루이 16세가 콩코드 광장의 단두대에서 처형될 때 센 강에서는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문장과 같은 맥락이다. 예의, 언론에 대한 존경, ‘거짓말하지 않기와 같은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무너질 때 사회 구성원들은 그 흐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점차 자극에 둔감해진다.(한국에서 12. 3 내란을 옹호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불면하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야말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법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말해 준다.

 

칠레는 정당 간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고,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가톨릭민주동맹, 즉 기민당이 가톨릭과 개신교가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것을 모범 사례로 인정한다.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한 정치의 양극화는 다민족 사회인 미국이 겪어야 할 문제라고 한다. 저자의 논거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죽어가고 있다.(2025. 1. 19. 지금 이 시각 법원이 파손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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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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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2025. 1. 11()

 

수년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읽으며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가슴이 뛴 적도 없다. 독일어판은 [폭력에 대항한 양심 또는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프랑스어판은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으로 출판되었다. 가톨릭의 부패에 맞서 스위스에서 시작된 칼뱅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칼뱅의 논리적이고도 엄격하게 그리고 전제적인 교리(칼뱅의 교리는 그의 저술 <기독교 강요>에서 출발한다)가 뿌리 내려 제네바를 비롯한 스위스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칼뱅의 종교적, 정치적 독재에 대항하는 세르베투스라는 신학자를 화형에 처하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카스텔리오가 관용(홍세화의 소개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톨레랑스) 의 이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칼뱅의 독재와 폭력에 반박하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살하기 2년 전의 글을 후대 연구자들이 발견해 엮은 글이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그가 유럽과 미국, 브라질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생각하고 행동한 근거를 알 수 있는 글이다. 9개의 독립된 글에서 후반 3개는 나치의 전횡이 발호하던 시기에 침묵해야만 했던 시대의 아픔, 히틀러의 사고와 행위가 1916년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묵시록의 네 기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해 작가가 정치학 교수보다 당대와 미래를 더 잘 이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추도사를 제외한 5개 글은 인생에서 얻고 행하던 성찰을 담고 있어 2025년 독자에게도 울림이 전해 온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서 주변 사람들의 인성을 믿고 은행에 적금을 넣는 대신 작은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도덕적 의무라는 유동자산을 저축하며 살아간 안톤이란 젊은이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삶을 배운다.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와 다정한 몸짓 하나가 누군가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나에게 돈이란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중요함을 자각한다. 가장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센강의 낚시꾼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루이 16세가 처형될 때도 센강에서는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았다. 일상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p. 61)

 

영원한 교훈에서 로댕의 작업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관람자의 존재를 잊고 작업하는 로댕을 지켜보던 츠바이크가 얻은 게 있다. 집중이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이 어두운 시절에에서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

 

인문학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대부분은 삶의의미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기도 한다. 인문학은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할 때 우리 곁에 온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생물학적으로 죽는다. 사회적, 경제적 죽음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큰 병에 걸려 죽음에 가까이 갔다가 건강을 회복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나락에 떨어졌다가 회복한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의 삶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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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 코리아 - 미래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채상욱.김정훈 지음 / 커넥티드그라운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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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 코리아

2025.1.7()

헌법을 어긴 계엄과 이어지는 일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끄는 일이 우선순위 맨 앞에 두어야 한다. 뒤처리는 법에 맡기고 시골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하던 일을 이어가려 한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빈곤, 복합적 이유로 설명해야 하는 저출산이 빚어낼 경제 구조는 취약하다. 한국의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정확한 현황을 쉽게 풀어가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안과 제안을 담은 피크 아웃 코리아를 만난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의 근간이 되어버린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수도권 과밀의 부작용이 임계치를 넘어서 만든 높은 주택 가격과 저출산과 이에 따른 국가 소멸을 문제로 본다. 부동산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도록 고착된 도시구조와 금융시장, 아울러 노후 연금과 기계 자산 비중까지 부동산을 빼놓고는 국민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니 방구석 유투버로 국가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이 어색하다라고 말한다. 19개 분야에서 의료, 아파트 붕괴, 용적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 교권 붕괴, 2028 대입 개편의 속내, 사라지는 군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등 전공이 아닌 분야에도 의견을 낸다. 증권회사 건설 및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험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 경제는 이미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라며 초저출산이 국가 소멸을 예고한다고 말한다.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에 비유하며 글과 그래프로 출산율 0.6에 이르기까지를 분석한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토대로 고용-주거-양육 측면에서 불안한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개인주의나 비혼주의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를 언급하며 수도권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이어간다. 수도권 문제 중 하나는 직주 분리다. ‘먹이(일자리)와 둥지()의 괴리가 낳은 비효율을 다룬다. 수도권의 기능을 일부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다시 검토하는 해법을 제안한다.

금리란 돈이 가지는 시간의 가치라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해석을 소개한다. 시간의 가치가 제로로 수렴하면 장기 투자계획이 일어나며, 주식, 부동산, 채권 같은 자산시장이 상승하고 모든 자산은 과열한다. 제로금리는 부실기업조차 쉽게 돈을 빌려 파산을 피하니 투자자들의 윤리관을 왜곡한다. 중금리가 타당하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또한,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0%에 그치기에 연금에 기댈 수 없어 은퇴 세대들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부동산에서 현금을 찾으려고 한다고 분석한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주택 가격과 밀접한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 공적 연금을 포함한 국가 금융 시스템이 국민의 노후와 생애주기에 맞게 설계해 주지 못하고 각자도생에 맡기고 있으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인지도 모른다고 본다.

 

2부는 위기의 징후들이란 장 제목으로 10가지 소재를 분석한다. 2018 보건복지부 자료에 병상수는 충분한데 상급 종합병원의 입원환자 중에서 경증 환자가 56.8%. 병원의 수익구조가 행위별 수가제라는 가격 통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한다. 병원은 부대사업, 박리다매 진료, 비급여 진료 늘리기와 과잉 진료라는 문제를 만든다. 대형 병원의 독과점도 의료 소멸을 가속한다. 실손보험이 불러온 부작용도 다루며, 의료의 질, 의료의 접근성, 의료의 가격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보건의료의 트릴레마라 부른다.

LH 아파트가 무너진 원인을 무량판의 문제를 부른 경영 효율화, 건설 현장의 인력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로 채워져 있다고 분석한다. 윤석열의 공약으로 도입된 노후도시계획법은 초고밀도 재개발을 부를 것으로 우려한다.

교권 붕괴와 관련하여 건축업계의 하인리히 법칙1:29:300 법칙을 소개하며 사회적 합의와 결단으로 대응책을 설계하자고 한다. 2028 대입 개편의 속내는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노동 개혁과 조응하게 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이를 연금 납부 시기를 당기고 연금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점에서 맞물려있다고 본다. 낮은 출산율은 군대 유지를 어렵게 함은 누구나 아는 미래다.

DSR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이란 연간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에 쓸 수 있는 금액 비중에 제한을 두고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제도다. 부동산은 위험자산이다. 상업용이든 주택용이든 금리가 올라갈 때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비합리적 투자다.

 

3부는 피크아웃 일본의 30년과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일본의 구조개혁론과 점진 개선론을 비교하며,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면서 확립된 국가 동원에 기반한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는 국가와 기업이 국민을 책임지는 구조로 생산성 제고와 전 국민적 협력이라는 1940년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 서구식 경쟁과 도태는 적절히 작동하지 않는다. 비록 이른바 쇼와 30년대(1950년대)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의 전성기에 1억 명의 중산층이 형성된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가 평가절상되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폭등하며 일본 경제 최전성기를 맞는다. 1990년대 금리가 상승하자 버블은 처참하게 붕괴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다. 우리는 1997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 구조를 바꾸어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다.

미국은 퇴직연금제도는 적극적 운용으로 국민은 국가로부터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도 국가 시스템이 믿을 만하게 만들어져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기반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해외 증시에 투자라 하며, 우리에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부동산에 주목하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내몰려서는 안 되고, 퇴직 연금의 재설계가 돼야 피크아웃 코리아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리에 대한 정의를 배우고 노후도시계획법이 초래할 초고밀도 주택에 대한 우려, 안정적 퇴직 설계 시스템의 시급성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00명 증원이란 무계획적인 의료 개혁은 책이 나온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교원 붕괴에 관한 글은 내용과 대안이 부족하나 노동구조와 교육개혁이 연계되어 있다는 분석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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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조남선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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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2025.1.4.()

제목에 두 번 쓴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지난 가을부터 베스트셀러인 나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읽지 않고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에세이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가 풀어낸 책은 무엇이 있을까? 비판적 읽기는 에세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자칭 독서가인 내 생각. 이렇게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책 읽기를 시작한다.

 

저자 조남선은 아들이 하나인 팔 남매 집안의 여섯 번째 딸로 성장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2, 3, 4장은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아버지의 사랑도 작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에세이의 토대로 읽힌다. 저자의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에게 건넨 쪽지(‘아빠 왜 매일매일 늑개 오새요. 아빠 힘들지요. 내가 악마해 들이게요)를 간직하고, ‘아무리 바빠도 스킨십을 하자. 뽀뽀도 좋고 포옹도 좋고 하이파이브도 좋다며 아침에 집을 나서며 사랑을 표현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을 당할 때가 많을 거라는 아빠의 말’(P.109)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했다는 고백도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저자 형제자매간 우애(유튜브, 조약국집 팔 남매), 고향 후배들을 위한 선풍기와 탁구대 기증으로, 미카엘로의 미사보가 고향 성당과 캄보디아로 보내진다. 사랑이 물수제비처럼 퍼진다. 교사이니 교실에서 베푼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기술하지 않았으리라 미루어 본다.

 

인도여행에서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호곡장기>를 인용하고, 이규보의 한문 수필 이옥설(理屋說)에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잘못을 알게 되면 바로바로 고쳐야 함을 말한다. 윤오영의 수필 소녀와 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김남주의 시 사랑 1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 등을 연결해 풀어 놓았다. 박완서의 여행기 모독으로 티베트 여행이 두렵기도 했지만, 여행작가 오소희의 라오스가 욕망이 멈추는 곳이란 표현에 이끌려 라오스에 다녀왔을지라도 소설과 시, 수필을 이야기와 엮어내니 독자라면 전공 교과를 알아챌 수 있다.

 

4개 장 중에서 첫 장 이토록 사랑이 쉬운 일이라면을 읽을 때 끝까지 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지만, 감은사터를 다녀와 쓴 글(P.48)에서 끝까지 읽기로 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닮은 글이다. 2, 3, 4장까지 읽어보니 끝까지 읽은 것이 다행이다. 첫 장 중 인도 여행 글은 여행기인지 에세이라 봐야 할지 어느 곳에서 끼워 넣기 어려웠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에세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수년 전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읽고


선생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평생 하셨다고 한다”(p. 68)라는 인식은 흔히 했던 말이라 할지라도 이라도라는 표현으로 교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고, 임용고사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학교나 미친개로 불리는 교사들이 있었다.”(p.139)라는 문장은 지나친 일반화다. 없었다고 반박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멈춘다. 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교직 생활의 최대 장점이 방학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다”(P. 21)라는 문장에서 21세기 20, 30대 남성에게 여교사 결혼 선호도 순위가 하락한 이유를 본다. ‘방학이면 외국 여행을 떠나는 여교사는 국내에 남겨진 남성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를 떠올린다. 내가 좋다고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과 바로 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 ‘메주자’(Mezuzah)라는 히브리어가 문설주임을 안 것, 몽골에서 들었다는 마두금(몽골의 전통 현악기)’ 소리는 책을 읽고 얻는 덤이다.

 

P.S. <여유가 두려운 당신에게> 서평을 받은 출판사 마음연결에서 신간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를 보내 서평을 요청한다. 서평단에 응모하지 않았어도 신간을 보내준 출판사에 고마움을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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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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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3.()

감상하거나 비판하며 읽는 책은 아니다. 근무하며 쉬는 시간마다 편하게 읽는다.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쓴 고별 연은 앞서 낸 책에 있었어도 웃으며 읽는다. 담배와의 이별은 생각하지 않는 독자이기에 이런 고별연을 쓸 능력이 되지 않아 고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써 먹고 있다. 포스트잇을 두 군데 붙여 놓았다.

 

저자의 지인 중 서예가의 글씨를 평하며 사용한 입고출신(入古出新)은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고전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온(P. 218)’다는 뜻이다.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네 글자로 표현하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 조언의 결론 부분에 인용한 당송 8대가의 한 분인 당나라 한유(韓愈)의 편지 일부에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풍이불여일언, 豊而不餘一言 )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약이부실일사, 約而不失一辭)”를 소개한다. 답사기에서 언급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처럼 언어에 율동이 느껴진다.

 

벌방이란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책을 읽어 얻은 수확이다. 북한에서 쓰는 말로 들이 넓고 논밭이 많은 곳'을 뜻이다. 평야 지대를 벌 방 지대라고 한다. 추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덜하겠으나 백자 달항아리를 한국미의 영원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니 그렇게 받아들일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선배들의 노고에는 저자가 말일파초회라는 배우는 모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배우면서 나이를 먹어 가야 함을 배운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저자가 교유했던 백남준, 신학철, 오윤, 김지하, 김가진 등에서 예술가의 삶이 보기와는 다름을 확인한다. 5장에서 소개한 스승과 벗을 읽으며, 서울에서 살지 못해 변방의 삶을 안타까워하나 다시 시작할 수 없음도 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에서 대상을 고려한 글을 써야 한다는 걸 확인한다. 유식한 척하는 글이라면 독자는 읽기를 중단한다.

 

P.S. 유홍준의 글과 비슷하게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니 권혁재 교수님의 우리 자연 우리의 삶-남기고 싶은 지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창비에서 202411월 말에 초판 2, 본문 36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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