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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조남선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평점 :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2025.1.4.(토)
제목에 두 번 쓴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지난 가을부터 베스트셀러인 나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는 ’읽지 않고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에세이도 마찬가지라고 여긴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가 풀어낸 책은 무엇이 있을까? 비판적 읽기는 에세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자칭 독서가인 내 생각. 이렇게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책 읽기를 시작한다.
저자 조남선은 아들이 하나인 팔 남매 집안의 여섯 번째 딸로 성장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2, 3, 4장은 사랑에 관한 에세이다. 아버지의 사랑도 작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에세이의 토대로 읽힌다. 저자의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에게 건넨 쪽지(‘아빠 왜 매일매일 늑개 오새요. 아빠 힘들지요. 내가 악마해 들이게요’ 등)를 간직하고, ‘아무리 바빠도 스킨십을 하자. 뽀뽀도 좋고 포옹도 좋고 하이파이브도 좋다’며 아침에 집을 나서며 사랑을 표현한다. ‘살다 보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일을 당할 때가 많을 거라는 아빠의 말’(P.109)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했다는 고백도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저자 형제자매간 우애(유튜브, 조약국집 팔 남매)로, 고향 후배들을 위한 선풍기와 탁구대 기증으로, 미카엘로의 ‘미사보’가 고향 성당과 캄보디아로 보내진다. 사랑이 물수제비처럼 퍼진다. 교사이니 교실에서 베푼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기술하지 않았으리라 미루어 본다.
인도여행에서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호곡장기>를 인용하고, 이규보의 한문 수필 『이옥설(理屋說)』에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잘못을 알게 되면 바로바로 고쳐야 함을 말한다. 윤오영의 수필 『소녀』와 박완서의 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김남주의 시 『사랑 1』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 등을 연결해 풀어 놓았다. 박완서의 여행기 『모독』으로 티베트 여행이 두렵기도 했지만, 여행작가 오소희의 ‘라오스가 욕망이 멈추는 곳’이란 표현에 이끌려 라오스에 다녀왔을지라도 소설과 시, 수필을 이야기와 엮어내니 독자라면 전공 교과를 알아챌 수 있다.
4개 장 중에서 첫 장 ‘이토록 사랑이 쉬운 일이라면’을 읽을 때 끝까지 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꼈지만, 감은사터를 다녀와 쓴 글(P.48)에서 끝까지 읽기로 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닮은 글이다. 2, 3, 4장까지 읽어보니 끝까지 읽은 것이 다행이다. 첫 장 중 인도 여행 글은 여행기인지 에세이라 봐야 할지 어느 곳에서 끼워 넣기 어려웠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에세이 맛을 느낄 수 있다. 수년 전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읽고
“선생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평생 하셨다고 한다”(p. 68)라는 인식은 흔히 했던 말이라 할지라도 ‘이라도’라는 표현으로 교직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유쾌하지 않을 것이고, 임용고사 경쟁률을 생각한다면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학교나 ‘미친개’로 불리는 교사들이 있었다.”(p.139)라는 문장은 지나친 일반화다. 없었다고 반박하지 않는 선에서 말을 멈춘다. 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잘한 일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교직 생활의 최대 장점이 방학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신다”(P. 21)라는 문장에서 21세기 20, 30대 남성에게 여교사 결혼 선호도 순위가 하락한 이유를 본다. ‘방학이면 외국 여행을 떠나는 여교사’는 국내에 남겨진 남성에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를 떠올린다. 내가 좋다고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다.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과 바로 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 ‘메주자’(Mezuzah)라는 히브리어가 문설주임을 안 것, 몽골에서 들었다는 ‘마두금(몽골의 전통 현악기)’ 소리는 책을 읽고 얻는 덤이다.
P.S. <여유가 두려운 당신에게> 서평을 받은 출판사 【마음연결】에서 신간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를 보내 서평을 요청한다. 서평단에 응모하지 않았어도 신간을 보내준 출판사에 고마움을 함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