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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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3.()

감상하거나 비판하며 읽는 책은 아니다. 근무하며 쉬는 시간마다 편하게 읽는다.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쓴 고별 연은 앞서 낸 책에 있었어도 웃으며 읽는다. 담배와의 이별은 생각하지 않는 독자이기에 이런 고별연을 쓸 능력이 되지 않아 고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써 먹고 있다. 포스트잇을 두 군데 붙여 놓았다.

 

저자의 지인 중 서예가의 글씨를 평하며 사용한 입고출신(入古出新)은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고전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온(P. 218)’다는 뜻이다.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네 글자로 표현하기에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 조언의 결론 부분에 인용한 당송 8대가의 한 분인 당나라 한유(韓愈)의 편지 일부에

풍부하되 한마디 군더더기가 없고(풍이불여일언, 豊而不餘一言 )

축약했으되 한마디 놓친 게 없다(약이부실일사, 約而不失一辭)”를 소개한다. 답사기에서 언급한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처럼 언어에 율동이 느껴진다.

 

벌방이란 단어를 알게 된 것도 책을 읽어 얻은 수확이다. 북한에서 쓰는 말로 들이 넓고 논밭이 많은 곳'을 뜻이다. 평야 지대를 벌 방 지대라고 한다. 추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야 덜하겠으나 백자 달항아리를 한국미의 영원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니 그렇게 받아들일 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선배들의 노고에는 저자가 말일파초회라는 배우는 모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배우면서 나이를 먹어 가야 함을 배운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저자가 교유했던 백남준, 신학철, 오윤, 김지하, 김가진 등에서 예술가의 삶이 보기와는 다름을 확인한다. 5장에서 소개한 스승과 벗을 읽으며, 서울에서 살지 못해 변방의 삶을 안타까워하나 다시 시작할 수 없음도 안다.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에서 대상을 고려한 글을 써야 한다는 걸 확인한다. 유식한 척하는 글이라면 독자는 읽기를 중단한다.

 

P.S. 유홍준의 글과 비슷하게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니 권혁재 교수님의 우리 자연 우리의 삶-남기고 싶은 지리 이야기가 떠오른다.

 

창비에서 202411월 말에 초판 2, 본문 363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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