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학 고전 50
강양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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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2025.1.26.()

문과 출신 독서가다. 책 읽기를 좋아해 나름 과학책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자부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를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6명의 과학자와 1명의 서평가가 과학고전 50권에 관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세 보니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침묵의 봄, 부분과 전체, 코스모스, 종의 기원이 선정돼 있다. 물론 다섯 권을 모두 이해했다 보다는 읽었더라는 경험만 남았다. 서평가 이권우 님도 과학 고전 7권을 선정할 수 있었음에, 독서가인 서평가도 과학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뒷부분에 넣은 특별좌담 왜 그 책을 고전이라 불렀을까를 먼저 읽은 일이 다행이다.

 

문과 출신이라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논문으로 발표되는 현대 과학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경이로움의 체험, 혹은 지적인 호기심에 의지해 읽는다. 메모 몇 가지를 남겨 본다.

“20세기 이전의 과학 저술들도 과학사를 공부할 목적이 아니라면 이후에 더 잘 쓰인 책을 읽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김상욱 교수의 말에서 과학책 읽기 방법을 배운다 -

화학자의 주기율표는 지리학자의 세계지도와 같다.

화학자들은 개미의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인 페르몬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페르몬은 생화학 물질이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존재함을 확인하면서 현대 유전학의 문을 열었다.

박물학자의 전통(진화)과 실험 생물학자의 전통(유전학)을 결합함으로써 진화유전학을 창시했다. 그 옆에 초파리가 있었다!

교양이 사치품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상인 증거를 찾아낸 천문학자에게 돌아갔다.

 

과학책을 읽는 데에는 뜻밖에 진입 장벽이 높다. 문과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풍토 탓이다. 그래도 과학은 사회적, 시대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논조로 2, 인간을 사유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란 방향에서 책을 소개한다.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성을 뒷받침한 유인원이 침팬지라면, 보노보는 낭만과 쾌락을 즐긴다.

죄수의 딜레마가 공유지의 비극으로 연결되지만, 인간은 협력하기도 한다.

1980년대 중반 진화의 산물인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는 연구인 진화심리학이 탄생한다. 진화심리학은 우생학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사회생물학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안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3부는 사회 물리학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사회 데이터를 모아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다.

멱함수이야기가 나오지만(네트워크는 멱함수 법칙이다.), 언급된 때마다 찾아봐도 그때뿐이라 오늘도 다시 찾아본다.

새로 개발된 컴퓨터를 위한 베이식 언어 해석기를 개발해서 팔기 시작한 빌 게이츠, 시작은 해킹이었다.

 

4부는 고전의 어깨 위에 올라 과학을 본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증언하는 책 들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그렇듯,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우리의 경험치를 뛰어넘는다. 그 점만 염두에 두면, 빼기로서의 자연선택과 더하기로서의 돌연변이로 이루어지는 진화의 역사에 동의하게 마련이다.

속도는 위치의 한 번시간 미분이고, 가속도는 속도의 한 번시간 미분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다섯을 양자역학의 아버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역학의 천재 아이작 뉴턴, 전자기학의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 통계역학을 만든 볼츠만이란다.

어떤 분야든 공부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호메오박스라 한다. 호메오박스가 세포 안에서 DNARNA 전사(傳寫)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한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가상의 종교나 초월적인 존재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탐구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 주고 싶었나 보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

☆☆☆로부터.

- 연애할 때 써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

P.312종의 기원핵심 체크가 있다.

이휘소 평전은 소설이 만든 허구를 밝힌다.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에 따라 고대부터 현재까지 고전이라 불리는, 교과서에서 언급한 과학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일이 효용성이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과학책은 유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빠진 이유이다. 번역서이기 때문에 부딪치는 책 읽기의 어려움에 과학혁명의 구조가 빠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과학의 주류는 서양임을 확인하며, 우리의 교육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돌아보라 한다.

책을 덮고 사서 읽을 책을 골라 메모한다. 원더풀 사이언스, 다윈의 식탁, 개미 제국의 발견,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오래된 연장통, 풀하우스는 여름이 오기 전에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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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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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은 절반쯤 온 것이며, 아무도 탓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도착했다 (중국 속담)

 

수십 종의 맹자 번역서 중에서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 슬기바다 총서를 택해 배운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살며 정치를 행함에 있어 이익이 아니라 인의(仁義)의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인의를 내세운 어진 정책을 실현하면 천하에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임을 말한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만, 난세는 또한 사상가를 낳는다. 맹자는 자신의 시대를 사회적 위기와 사상적 위기의 시대로 파악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을 기대하던 시대에 왕도정치를 통한 민심의 획득을 우선시한다. 왕의 도덕적인 마음,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 현능한 관리의 등용, 적절한 세금의 부과와 도덕적 교화를 통해 어진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나씩 소화해 보자. 왕의 도덕적인 마음은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백성은 항상적인 소득(恒産)이 없으면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가질 수 없다라며 왕도정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진 인재를 기용하고 도덕적 교화를 이루어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통일된 천하의 승자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맹자 사상의 핵심 내용이다. 왕도정치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면서부터 지닌 도덕적인 마음의 자연스러운 실현이므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다. 성선설이 이론의 바탕에 있다. 사회분업론에서 지배계층은 정치라는 정신 노동(勞心)에 종사하고 피지배층은 농업 생산이라는 육체 노동(勞力)에 종사하는 사회적 분업이 있어야 국가의 근간인 정치와 경제가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역자는 맹자를 유학의 이상을 담은 정치 사상서라는 입장이다.

 

양혜왕

맹자의 첫 주장은 이익보다 의리가 중하다는 것이다. 이익보다 인의가 진정으로 중요하다. 전국시대 제후들에게 뜬구름 같아 인기 없었던 유학이 어떻게 중국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가게 되었을까?

즐거움은 백성과 함께해야 하며 어진 정치가 아닌 한 오십 보 백 보라 한다.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어진 정치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양의 혜왕이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은 하지 않기 때문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고정적인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지니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다. 일반 백성의 경우는 고정적인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항상적인 마음도 없어진다. 탕왕과 무왕이 걸 왕과 주왕을 내쫓거나 죽인 것은 신하가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인과 의를 해치는 무도한 사내를 처벌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공손추

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다. 무력으로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억지로 복종한다.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정으로 복종한다.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어도 스스로 만든 재앙으로부터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인의 단서는 네 가지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겸손할 줄 아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 이를 가지고도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사람이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 사이의 화합(人和)보다 못하다. 천명을 받은 자만이 정벌을 할 수 있다. 덕이 있는 군주가 이웃 나라의 백성을 학정에서 구하기 위해 행하는 해방 전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감히 그렇게 해달라고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정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不敢請耳 固所願也)”

 

등문공

정전제, 항상항심, 수확량의 10분의 1에 과세. <허행의 설을 비판한다>는 힐끗 읽어 소화하기 어려워 도올 김용옥의 맹자 사람의 길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수고롭게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한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 의해 먹고 사는 것이 천하의 보편적인 원리이다. (P.136)

올바른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담구멍을 뚫고 서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경우다. 옳지 못한 일은 바로 고쳐야 한다. 양주는 오직 자신만을 위할 것(爲我)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군주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묵적은 차별없는 사랑(兼愛)을 말하는데 이것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루

천하의 근본은 한 사람의 몸에 있다. 유학은 도덕이론의 출발점을 한 개인의 도덕적 자각과 실현에 두고 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自暴) 자와는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내팽개치는(自棄) 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부자간에는 선()을 행하라고 질책해서는 안된다. 부자간에 선을 행하라고 질책하게 되면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데, 부자간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다.” 진정한 효와 관련하여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버이의 뜻을 받들어 섬기는 것(養志)과 어버이의 육체만을 섬기는 것(養口體)이다. 남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동요됨이 없이 오직 올바른 도리에 따라 행위해야 한다.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p.202) 학문에서는 스스로 체득하는 것(自得)이 중요하다. 학문은 폭넓게 배우고 그것을 세밀하게 토론하고 강설하는 것이 1단계요.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핵심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2단계다.

근원을 가진 샘물은 솟구쳐나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며, 웅덩이들을 다 채운 후에는 앞으로 나아가 사해에까지 이른다. 빗물과 다르다. 명성이 실제보다 지나친 것을 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 사람과 금수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 사람이 할 일은 도덕적 본성을 확충시켜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덕 실천, 즉 수양이다.

걱정거리()는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근심()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군자는 자신이 간직한 인의에 따라 행동할 뿐 그것으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므로 근심이 밖에서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근심으로 여기지 않는다.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친구 사이의 도리다. 부자간에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부자간의 은혜를 크게 해치는 일이다.

 

만장

만장은 맹자의 제자다.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보는 것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듣는 것을 통해서 듣는다.

 

고자

고자는 맹자와 동시대 인물로 사람의 본선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성무선무악설을 주장한다. 인의와 같은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밖에서 가해지는 인위적 교화를 통해 본성을 변화시킨 것이라 본다. 맹자는 물 자체에 아래로 흐르는 경향이 있듯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의 경향성이 있으며, 사람이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그러한 본성의 자연스런 발현의 결과(性善說)라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이고, 수오지심은 이고, 사양지심은 이고, 시비지심은 이다. 이는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은 사람의 마음이고 는 사람의 길이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은 시허할 줄 모른다면, 이것을 일러 일의 경중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귀와 눈의 기능은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사물에 의해 가리워진다. 마음의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마음은 하늘이 나엑 준 것이다. 먹는 것과 예에 관한 대화 중 밑 바닥의 높낮이는 따지지 않고 끄트머리만을 가지런하게 할 경우 한 치 높이의 나무라도 산처럼 높은 누각보다 더 높게 할 수 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되지 않게 어지럽힌다.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있게 해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근심과 걱정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고, 안일한 쾌락은 사람을 죽게 한다.

 

진심

인의를 지향해 노력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사람을 대함에 먹여주기만 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사귀는 것이요, 사랑하기만 하고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기르는 것이다. 친애함()은 혈연적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은 혈연적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아끼는 것()은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배우는 자에게는 진실로 배우려는 마음이면 족하다. 추구해야할 진리가 내 속에 있는데도 밖으로 찾아나서는 것은 자기 밭은 버려 두고 남의 밭의 김을 매는격이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가르침을 받는 과정에서 들어 알고 있던 조작 조각들을 모으는 중이다. 현재의 나에게 가장 와닿는 문장은 恒産恒心이다. 직업이 없으면 벌이가 없고 벌이가 없으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한 탓이다. 20251월 시국에 관련지어 격문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정리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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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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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2025.1.19.()

당 테종의 태평성세를 담은 정관정요이창업(易創業)’, ‘난수성(難守城)’이란 글이 있다. 창업은 쉬우나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다. 2024123일 늦은 밤에 벌어진 일은 해가 바뀌고도 일상을 혼돈 속에 가두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How Democracies Die를 읽어가며 미국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며,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저자들이 들어가며에서 밝힌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를 다시 읽어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다. 핵심 주장을 5~6페이지에 걸쳐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한국의 현실을 조망하고 바른 태도를 생각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미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모델이 아니라라며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논증한다. 모든 독자가 제시한 자료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도 저자의 주장이 신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저자의 문제의식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냉전 기간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주의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 남미대륙과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겪었고 한국도 여러 번 겪었다. 민주주의는 군부의 무력과 강압으로 순식간에 죽는다. 둘째,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자마자 그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 당파적 정치의 양극화가 민주적 규범을 깨트리고 투표를 통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민주주의를 허문다. 가장 많은 경우가 셋째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부패 정권에 맞서 싸운 정치 아웃사이더(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의회 다수당이 되어, 방송국 폐쇄, 야당 인사와 판사, 비우호적인 언론인 탄압, 의회 무력화(민주주의의 붕괴가 투표장에서 일어난다)를 통해 독재를 시작한다.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의 틀은 그대로 보존하지만, 그 내용물을 완전히 갉아 먹는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잠재적인 독재자가 권력을 잡으면,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저자는 세 번째 관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 두 가지 기본 규범인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이해(understnading),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당정치에서 적용할 필수적이고도 시급한 저자의 주장은 상호 관용제도적 자제로 요약할 수 있다. 추상적인 두 표현은 본문을 통해 미국의 역사에서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특히 민주주의의 규범이 약해진 원인을 당파적 양극화에서 찾는다. 미국에서 양극화는 정책의 차이를 넘어서 인종과 문화에 걸친 본질적 갈등으로까지 뻗어 있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정치와 무관하게 읽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9개 장에서 핵심 주장의 논거를 살피며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한국 등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례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메모를 중심으로 기억할 내용을 남긴다.

이솝 우화- <말과 사슴, 그리고 사냥꾼>은 한국의 여당이 겪은 상황과 다르지 않다. 아웃사이더 정치인들은 선거나 강력한 정치인과의 협력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 기존 엘리트 집단은 인기 있는 아웃사이더를 받아들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으며, 나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말았다.” (p. 21) 한국에서 이와 관련한 아웃사이더는 누구이고, 그를 제어할 수 있다고 여겼던 세력은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를 연구한 저자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국민이 아니다”(p.28)라며 중요한 것은 정치 엘리트 집단, 특히 정당이 사회적 거름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문지기란 것이다.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 신호를 개발(도표 p. 32)했는데, 독자들에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정치인을 유심히 지켜보라 한다. 정당과 그 지도자들에게 잠재적 독재자를 걸러낼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정당은 극단주의 세력을 고립시키고 억제할 힘이 있어야 하고, 정당의 조직 기반에서 극단주의자를 제거 해야 한다. 반민주적 정당이나 후보자와의 모든 연대를 거부하고, 극단주의자를 체계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 끝으로 극단주의자가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를 때 주요 정당들은 연합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충격적인 정치 성공에 정당의 문지기 기능 마비에 있다고 본다. 문지기 제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할 때 주류 정치인들은 위험한 인물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독재자에게 순순히 권력이 넘어가는 이유는 잠재적 독재자를 통제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선대위원장과 후보가 결별한 이유중 하나였다)과 주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잠재적 독재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에서 권력자와 의회가 대립할 때 권력자는 행정명령(미국의 경우가 그렇다)을 남발한 사례를 보여 준다. 민주주의의 붕괴는 선동가의 말에서 시작되어 가짜뉴스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포와 적대감, 불신을 부추긴다. 법의 테두리 안(위법만 아니면 된다는 방식으로)에서 의회의 승인을 얻거나 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을 받는다. 경쟁자를 매수(광고 몰아주기 등)하거나 탄압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수세대에 걸쳐 그들의 국가가 신의 뜻을 따르는 선택받은 나라이며, 세상의 희망과 가능성의 상징이라는 믿음 한가운데에 미국 헌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p. 127) 모든 성공적인 민주주의는 비공식적인 규범에 의존한다. 규범은 시민사회에서 존중받고 미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규범은 상호 관용제도적 자제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 일부 시기에 빈번한 대통령의 행정명령발동은 의회를 피하려는 조치로 규범(한국은 시행령으로 나타난다)을 어긴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의회나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헌법 체계가 우리의 기대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필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둘은 민주주의의 감시견이다. 동시에 행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사례를 세 가지로 제시한다.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 당시 루즈벨트 행정부는 임기 동안 3,000번이나 행정명령을 활용했다. 1950년대 초 메카시즘은 상호 관용의 규범을 위협했고, 닉슨 행정부도 상호 관용 규범을 무시하고 독재를 향한 움직임까지 공식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 인사에 대한 도청과 감시는 민주주의 규범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트럼프의 가장 악명 높은 규범 파괴로 거짓말을 들고 있다. 저자는 일탈의 용인은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p.251)며 사회학자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핸의 통찰인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인물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장을 소개한다. ‘루이 16세가 콩코드 광장의 단두대에서 처형될 때 센 강에서는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문장과 같은 맥락이다. 예의, 언론에 대한 존경, ‘거짓말하지 않기와 같은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무너질 때 사회 구성원들은 그 흐름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점차 자극에 둔감해진다.(한국에서 12. 3 내란을 옹호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불면하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야말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법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말해 준다.

 

칠레는 정당 간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고,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가톨릭민주동맹, 즉 기민당이 가톨릭과 개신교가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것을 모범 사례로 인정한다.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한 정치의 양극화는 다민족 사회인 미국이 겪어야 할 문제라고 한다. 저자의 논거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죽어가고 있다.(2025. 1. 19. 지금 이 시각 법원이 파손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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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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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2025. 1. 11()

 

수년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읽으며 책을 읽는 내내 이보다 가슴이 뛴 적도 없다. 독일어판은 [폭력에 대항한 양심 또는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프랑스어판은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또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으로 출판되었다. 가톨릭의 부패에 맞서 스위스에서 시작된 칼뱅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칼뱅의 논리적이고도 엄격하게 그리고 전제적인 교리(칼뱅의 교리는 그의 저술 <기독교 강요>에서 출발한다)가 뿌리 내려 제네바를 비롯한 스위스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칼뱅의 종교적, 정치적 독재에 대항하는 세르베투스라는 신학자를 화형에 처하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카스텔리오가 관용(홍세화의 소개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톨레랑스) 의 이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칼뱅의 독재와 폭력에 반박하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살하기 2년 전의 글을 후대 연구자들이 발견해 엮은 글이다. 독일어를 사용하는 그가 유럽과 미국, 브라질로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생각하고 행동한 근거를 알 수 있는 글이다. 9개의 독립된 글에서 후반 3개는 나치의 전횡이 발호하던 시기에 침묵해야만 했던 시대의 아픔, 히틀러의 사고와 행위가 1916년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묵시록의 네 기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통해 작가가 정치학 교수보다 당대와 미래를 더 잘 이해한다고 이야기한다.

추도사를 제외한 5개 글은 인생에서 얻고 행하던 성찰을 담고 있어 2025년 독자에게도 울림이 전해 온다.

 

걱정 없이 사는 기술에서 주변 사람들의 인성을 믿고 은행에 적금을 넣는 대신 작은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도덕적 의무라는 유동자산을 저축하며 살아간 안톤이란 젊은이로부터 필요한 만큼만 대가를 받고 능력이 닿는 한 힘껏 돕는삶을 배운다. 필요한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아 늘 여유롭고 태평하게 살 수 있다.

 

필요한 건 오직 용기뿐!’에서 패배나 굴욕의 수치심으로 영혼을 다친 사람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 공감의 말과 행위는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만 참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와 다정한 몸짓 하나가 누군가에게 불행과 고통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나에게 돈이란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경험에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삶의 오랜 가치(, 사랑, 우정, 예술, 자연 등)가 중요함을 자각한다. 가장 진정한 안전은 가진 재산에 있지 않고, 우리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렸다.

 

센강의 낚시꾼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루이 16세가 처형될 때도 센강에서는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았다. 일상은 평범하게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심장은 너무 작아서 일정량 이상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한다.”(p. 61)

 

영원한 교훈에서 로댕의 작업실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관람자의 존재를 잊고 작업하는 로댕을 지켜보던 츠바이크가 얻은 게 있다. 집중이다. “완벽을 향한 의지로 모든 것을 잊는 열정! 크든 작든 자기 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이 어두운 시절에에서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한다.

 

인문학이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 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대부분은 삶의의미를 의식하지 못하고 살기도 한다. 인문학은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할 때 우리 곁에 온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생물학적으로 죽는다. 사회적, 경제적 죽음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큰 병에 걸려 죽음에 가까이 갔다가 건강을 회복하거나,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나락에 떨어졌다가 회복한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의 삶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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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 코리아 - 미래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채상욱.김정훈 지음 / 커넥티드그라운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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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아웃 코리아

2025.1.7()

헌법을 어긴 계엄과 이어지는 일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끄는 일이 우선순위 맨 앞에 두어야 한다. 뒤처리는 법에 맡기고 시골에서 책을 읽는 독자는 하던 일을 이어가려 한다. 노인인구의 증가와 빈곤, 복합적 이유로 설명해야 하는 저출산이 빚어낼 경제 구조는 취약하다. 한국의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정확한 현황을 쉽게 풀어가며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안과 제안을 담은 피크 아웃 코리아를 만난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의 근간이 되어버린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수도권 과밀의 부작용이 임계치를 넘어서 만든 높은 주택 가격과 저출산과 이에 따른 국가 소멸을 문제로 본다. 부동산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도록 고착된 도시구조와 금융시장, 아울러 노후 연금과 기계 자산 비중까지 부동산을 빼놓고는 국민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니 방구석 유투버로 국가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이 어색하다라고 말한다. 19개 분야에서 의료, 아파트 붕괴, 용적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 교권 붕괴, 2028 대입 개편의 속내, 사라지는 군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등 전공이 아닌 분야에도 의견을 낸다. 증권회사 건설 및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험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 경제는 이미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라며 초저출산이 국가 소멸을 예고한다고 말한다.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에 비유하며 글과 그래프로 출산율 0.6에 이르기까지를 분석한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토대로 고용-주거-양육 측면에서 불안한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개인주의나 비혼주의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를 언급하며 수도권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이어간다. 수도권 문제 중 하나는 직주 분리다. ‘먹이(일자리)와 둥지()의 괴리가 낳은 비효율을 다룬다. 수도권의 기능을 일부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다시 검토하는 해법을 제안한다.

금리란 돈이 가지는 시간의 가치라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해석을 소개한다. 시간의 가치가 제로로 수렴하면 장기 투자계획이 일어나며, 주식, 부동산, 채권 같은 자산시장이 상승하고 모든 자산은 과열한다. 제로금리는 부실기업조차 쉽게 돈을 빌려 파산을 피하니 투자자들의 윤리관을 왜곡한다. 중금리가 타당하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또한, 공적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0%에 그치기에 연금에 기댈 수 없어 은퇴 세대들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부동산에서 현금을 찾으려고 한다고 분석한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주택 가격과 밀접한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 공적 연금을 포함한 국가 금융 시스템이 국민의 노후와 생애주기에 맞게 설계해 주지 못하고 각자도생에 맡기고 있으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인지도 모른다고 본다.

 

2부는 위기의 징후들이란 장 제목으로 10가지 소재를 분석한다. 2018 보건복지부 자료에 병상수는 충분한데 상급 종합병원의 입원환자 중에서 경증 환자가 56.8%. 병원의 수익구조가 행위별 수가제라는 가격 통제 탓에 수익성이 악화한다. 병원은 부대사업, 박리다매 진료, 비급여 진료 늘리기와 과잉 진료라는 문제를 만든다. 대형 병원의 독과점도 의료 소멸을 가속한다. 실손보험이 불러온 부작용도 다루며, 의료의 질, 의료의 접근성, 의료의 가격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보건의료의 트릴레마라 부른다.

LH 아파트가 무너진 원인을 무량판의 문제를 부른 경영 효율화, 건설 현장의 인력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로 채워져 있다고 분석한다. 윤석열의 공약으로 도입된 노후도시계획법은 초고밀도 재개발을 부를 것으로 우려한다.

교권 붕괴와 관련하여 건축업계의 하인리히 법칙1:29:300 법칙을 소개하며 사회적 합의와 결단으로 대응책을 설계하자고 한다. 2028 대입 개편의 속내는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노동 개혁과 조응하게 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이를 연금 납부 시기를 당기고 연금 재정을 건전화하겠다는 점에서 맞물려있다고 본다. 낮은 출산율은 군대 유지를 어렵게 함은 누구나 아는 미래다.

DSR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이란 연간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에 쓸 수 있는 금액 비중에 제한을 두고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제도다. 부동산은 위험자산이다. 상업용이든 주택용이든 금리가 올라갈 때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비합리적 투자다.

 

3부는 피크아웃 일본의 30년과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일본의 구조개혁론과 점진 개선론을 비교하며,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면서 확립된 국가 동원에 기반한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는 국가와 기업이 국민을 책임지는 구조로 생산성 제고와 전 국민적 협력이라는 1940년 체제다. 이런 체제에서 서구식 경쟁과 도태는 적절히 작동하지 않는다. 비록 이른바 쇼와 30년대(1950년대)라고 불리는 일본 경제의 전성기에 1억 명의 중산층이 형성된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가 평가절상되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폭등하며 일본 경제 최전성기를 맞는다. 1990년대 금리가 상승하자 버블은 처참하게 붕괴했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다. 우리는 1997IMF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 구조를 바꾸어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다.

미국은 퇴직연금제도는 적극적 운용으로 국민은 국가로부터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도 국가 시스템이 믿을 만하게 만들어져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기반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해외 증시에 투자라 하며, 우리에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부동산에 주목하며,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내몰려서는 안 되고, 퇴직 연금의 재설계가 돼야 피크아웃 코리아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리에 대한 정의를 배우고 노후도시계획법이 초래할 초고밀도 주택에 대한 우려, 안정적 퇴직 설계 시스템의 시급성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00명 증원이란 무계획적인 의료 개혁은 책이 나온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교원 붕괴에 관한 글은 내용과 대안이 부족하나 노동구조와 교육개혁이 연계되어 있다는 분석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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