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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과학 고전 50
강양구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12월
평점 :
https://brunch.co.kr/@grhill/487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2025.1.26.(일)
문과 출신 독서가다. 책 읽기를 좋아해 나름 과학책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자부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를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6명의 과학자와 1명의 서평가가 과학고전 50권에 관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세 보니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침묵의 봄』, 『부분과 전체』, 『코스모스』, 『종의 기원』이 선정돼 있다. 물론 다섯 권을 모두 이해했다 보다는 읽었더라는 경험만 남았다. 서평가 이권우 님도 과학 고전 7권을 선정할 수 있었음에, 독서가인 서평가도 과학책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 뒷부분에 넣은 특별좌담 ‘왜 그 책을 고전이라 불렀을까’를 먼저 읽은 일이 다행이다.
문과 출신이라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논문으로 발표되는 현대 과학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경이로움의 체험, 혹은 지적인 호기심에 의지해 읽는다. 메모 몇 가지를 남겨 본다.
“20세기 이전의 과학 저술들도 과학사를 공부할 목적이 아니라면 이후에 더 잘 쓰인 책을 읽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김상욱 교수의 말에서 과학책 읽기 방법을 배운다 -
화학자의 주기율표는 지리학자의 세계지도와 같다.
화학자들은 개미의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인 페르몬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페르몬은 생화학 물질이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존재함을 확인하면서 현대 유전학의 문을 열었다.
박물학자의 전통(진화)과 실험 생물학자의 전통(유전학)을 결합함으로써 진화유전학을 창시했다. 그 옆에 초파리가 있었다!
교양이 사치품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관측상인 증거를 찾아낸 천문학자에게 돌아갔다.
과학책을 읽는 데에는 뜻밖에 진입 장벽이 높다. 문과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풍토 탓이다. 그래도 과학은 사회적, 시대적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논조로 2부, 인간을 사유하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란 방향에서 책을 소개한다.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성을 뒷받침한 유인원이 침팬지라면, 보노보는 낭만과 쾌락을 즐긴다.
죄수의 딜레마가 공유지의 비극으로 연결되지만, 인간은 협력하기도 한다.
1980년대 중반 진화의 산물인 인간 본성을 규명하려는 연구인 ‘진화심리학’이 탄생한다. 진화심리학은 우생학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사회생물학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안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들어 있다.
3부는 사회 물리학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사회 데이터를 모아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다.
‘멱함수’ 이야기가 나오지만(네트워크는 멱함수 법칙이다.), 언급된 때마다 찾아봐도 그때뿐이라 오늘도 다시 찾아본다.
새로 개발된 컴퓨터를 위한 베이식 언어 해석기를 개발해서 팔기 시작한 빌 게이츠, 시작은 해킹이었다.
4부는 고전의 어깨 위에 올라 과학을 본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증언하는 책 들이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그렇듯, 진화에 걸리는 시간은 우리의 경험치를 뛰어넘는다. 그 점만 염두에 두면, 빼기로서의 자연선택과 더하기로서의 돌연변이로 이루어지는 진화의 역사에 동의하게 마련이다.
속도는 위치의 ‘한 번’ 시간 미분이고, 가속도는 속도의 ‘한 번’ 시간 미분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다섯을 양자역학의 아버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역학의 천재 아이작 뉴턴, 전자기학의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맥스웰, 통계역학을 만든 볼츠만이란다.
어떤 분야든 공부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호메오박스’라 한다. 호메오박스가 세포 안에서 DNA→RNA 전사(傳寫)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한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가상의 종교나 초월적인 존재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탐구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 주고 싶었나 보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무한한 시간, 이 속에서 같은 행성, 같은 시대를 ○○○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뻐하면서! ☆☆☆로부터. - 연애할 때 써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 |
P.312에 『종의 기원』 핵심 체크가 있다.
이휘소 평전은 소설이 만든 허구를 밝힌다.
책을 체계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에 따라 고대부터 현재까지 고전이라 불리는, 교과서에서 언급한 과학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일이 효용성이 없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과학책은 유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빠진 이유이다. 번역서이기 때문에 부딪치는 책 읽기의 어려움에 『과학혁명의 구조』가 빠진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과학의 주류는 서양임을 확인하며, 우리의 교육 구조가 가진 문제점을 돌아보라 한다.
책을 덮고 사서 읽을 책을 골라 메모한다. 『원더풀 사이언스』, 『다윈의 식탁』, 『개미 제국의 발견』,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오래된 연장통』, 『풀하우스』는 여름이 오기 전에 읽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