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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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른 사람을 탓하는 사람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스스로를 탓하는 사람은 절반쯤 온 것이며, 아무도 탓하지 않는 사람은 이미 도착했다 (중국 속담)

 

수십 종의 맹자 번역서 중에서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 슬기바다 총서를 택해 배운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살며 정치를 행함에 있어 이익이 아니라 인의(仁義)의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며 인의를 내세운 어진 정책을 실현하면 천하에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임을 말한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만, 난세는 또한 사상가를 낳는다. 맹자는 자신의 시대를 사회적 위기와 사상적 위기의 시대로 파악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을 기대하던 시대에 왕도정치를 통한 민심의 획득을 우선시한다. 왕의 도덕적인 마음, 민생의 보장을 통한 경제적 안정, 현능한 관리의 등용, 적절한 세금의 부과와 도덕적 교화를 통해 어진 정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나씩 소화해 보자. 왕의 도덕적인 마음은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백성은 항상적인 소득(恒産)이 없으면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가질 수 없다라며 왕도정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진 인재를 기용하고 도덕적 교화를 이루어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통일된 천하의 승자에 이르는 확실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맹자 사상의 핵심 내용이다. 왕도정치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면서부터 지닌 도덕적인 마음의 자연스러운 실현이므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다. 성선설이 이론의 바탕에 있다. 사회분업론에서 지배계층은 정치라는 정신 노동(勞心)에 종사하고 피지배층은 농업 생산이라는 육체 노동(勞力)에 종사하는 사회적 분업이 있어야 국가의 근간인 정치와 경제가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역자는 맹자를 유학의 이상을 담은 정치 사상서라는 입장이다.

 

양혜왕

맹자의 첫 주장은 이익보다 의리가 중하다는 것이다. 이익보다 인의가 진정으로 중요하다. 전국시대 제후들에게 뜬구름 같아 인기 없었던 유학이 어떻게 중국을 포함한 동양의 전통 사회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가게 되었을까?

즐거움은 백성과 함께해야 하며 어진 정치가 아닌 한 오십 보 백 보라 한다.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어진 정치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다. 양의 혜왕이 통일된 천하의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은 실은 하지 않기 때문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고정적인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항상적인 마음(恒心)을 지니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할 수 있다. 일반 백성의 경우는 고정적인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항상적인 마음도 없어진다. 탕왕과 무왕이 걸 왕과 주왕을 내쫓거나 죽인 것은 신하가 군주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인과 의를 해치는 무도한 사내를 처벌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공손추

공손추는 맹자의 제자다. 무력으로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억지로 복종한다.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킨다면 진심으로 기뻐하며 진정으로 복종한다.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어도 스스로 만든 재앙으로부터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인의 단서는 네 가지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워하는 마음(羞惡之心), 겸손할 줄 아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是非之心), 이를 가지고도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사람이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보다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 사이의 화합(人和)보다 못하다. 천명을 받은 자만이 정벌을 할 수 있다. 덕이 있는 군주가 이웃 나라의 백성을 학정에서 구하기 위해 행하는 해방 전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감히 그렇게 해달라고 청하지는 못하지만 진정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不敢請耳 固所願也)”

 

등문공

정전제, 항상항심, 수확량의 10분의 1에 과세. <허행의 설을 비판한다>는 힐끗 읽어 소화하기 어려워 도올 김용옥의 맹자 사람의 길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수고롭게 하고 어떤 사람은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한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몸의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다.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 의해 먹고 사는 것이 천하의 보편적인 원리이다. (P.136)

올바른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담구멍을 뚫고 서로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은 경우다. 옳지 못한 일은 바로 고쳐야 한다. 양주는 오직 자신만을 위할 것(爲我)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군주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묵적은 차별없는 사랑(兼愛)을 말하는데 이것은 어버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루

천하의 근본은 한 사람의 몸에 있다. 유학은 도덕이론의 출발점을 한 개인의 도덕적 자각과 실현에 두고 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스스로 자신을 해치는(自暴) 자와는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내팽개치는(自棄) 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 “부자간에는 선()을 행하라고 질책해서는 안된다. 부자간에 선을 행하라고 질책하게 되면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데, 부자간 사이가 멀어지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다.” 진정한 효와 관련하여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어버이의 뜻을 받들어 섬기는 것(養志)과 어버이의 육체만을 섬기는 것(養口體)이다. 남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동요됨이 없이 오직 올바른 도리에 따라 행위해야 한다. “대인이란 어린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p.202) 학문에서는 스스로 체득하는 것(自得)이 중요하다. 학문은 폭넓게 배우고 그것을 세밀하게 토론하고 강설하는 것이 1단계요.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핵심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2단계다.

근원을 가진 샘물은 솟구쳐나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흘러가며, 웅덩이들을 다 채운 후에는 앞으로 나아가 사해에까지 이른다. 빗물과 다르다. 명성이 실제보다 지나친 것을 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 사람과 금수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 사람이 할 일은 도덕적 본성을 확충시켜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도덕 실천, 즉 수양이다.

걱정거리()는 내면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근심()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군자는 자신이 간직한 인의에 따라 행동할 뿐 그것으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으므로 근심이 밖에서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근심으로 여기지 않는다.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친구 사이의 도리다. 부자간에 선행을 하도록 책망하는 것은 부자간의 은혜를 크게 해치는 일이다.

 

만장

만장은 맹자의 제자다.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보는 것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들이 듣는 것을 통해서 듣는다.

 

고자

고자는 맹자와 동시대 인물로 사람의 본선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성무선무악설을 주장한다. 인의와 같은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밖에서 가해지는 인위적 교화를 통해 본성을 변화시킨 것이라 본다. 맹자는 물 자체에 아래로 흐르는 경향이 있듯 사람의 본성 자체에 선의 경향성이 있으며, 사람이 도덕적 행위를 하는 것은 그러한 본성의 자연스런 발현의 결과(性善說)라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이고, 수오지심은 이고, 사양지심은 이고, 시비지심은 이다. 이는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은 사람의 마음이고 는 사람의 길이다. 사람들은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잃어버리고는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 손가락이 남과 다른 것은 싫어할 줄 알면서도 마음이 남과 다른 것은 시허할 줄 모른다면, 이것을 일러 일의 경중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귀와 눈의 기능은 사고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사물에 의해 가리워진다. 마음의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를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마음은 하늘이 나엑 준 것이다. 먹는 것과 예에 관한 대화 중 밑 바닥의 높낮이는 따지지 않고 끄트머리만을 가지런하게 할 경우 한 치 높이의 나무라도 산처럼 높은 누각보다 더 높게 할 수 있다.’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어떤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그의 근골을 힘들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곤궁하게 하며, 어떤 일을 행함에 그가 하는 바를 뜻대로 되지 않게 어지럽힌다.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을성있게 해 그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근심과 걱정은 사람을 살아나게 하고, 안일한 쾌락은 사람을 죽게 한다.

 

진심

인의를 지향해 노력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사람을 대함에 먹여주기만 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사귀는 것이요, 사랑하기만 하고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으로 기르는 것이다. 친애함()은 혈연적 관계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은 혈연적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아끼는 것()은 동물과 식물 등의 사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배우는 자에게는 진실로 배우려는 마음이면 족하다. 추구해야할 진리가 내 속에 있는데도 밖으로 찾아나서는 것은 자기 밭은 버려 두고 남의 밭의 김을 매는격이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가르침을 받는 과정에서 들어 알고 있던 조작 조각들을 모으는 중이다. 현재의 나에게 가장 와닿는 문장은 恒産恒心이다. 직업이 없으면 벌이가 없고 벌이가 없으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한 탓이다. 20251월 시국에 관련지어 격문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정리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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