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 종교 이후의 종교 종교문해력 총서 1
성해영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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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2025. 6. 17()

2024년 가을에 불광출판사에서 기획한 <종교문해력 총서 1 종교 ~ 총서 5 원불교>를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123일 비상계엄 이후 국가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해 불확실성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하여 종교문해력 총서를 읽는다. 총서는 1 종교, 2 불교, 3 기독교, 4 이슬람교, 5 원불교로 구성하고 있다. 1종교<종교 이후의 종교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여러 종교 전통의 책을 총서로 묶어 출판한 까닭에서 시작한다. 선례가 없는 일임으로.

 

오늘날 종교는 절대자에 대한 믿음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속에서 좋은 삶곧 개인과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대적 문제의식으로 세계 종교와 원불교 전통 고유의 해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전통적 신도나 신자뿐 아니라 나 같은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기획하였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무슬림 혐오 현상을 우리 사회의 무지로 판단하며, 종교 문해력은 필수적인 시민역량이라는 관점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엑스터시(ecstasy)황홀경이라 번역하며 내 밖에 선다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다. 엑스터시는 살아가면서 늘 느끼거나 경험하지 못한다.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희소한 일이기에 황홀하게 여긴다. 내면에 있는 내가 아닌 나, 내 밖에 선 나, 우리가 아직 모르는 그 무엇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육체적인 사랑이다. (p.145) 욕망의 대상과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일은 기쁨과 더불어 나를 잊게 만든다. 물고기는 물 밖으로 나와야만 물을 인식할 수 있다. 즉 엑스터시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엑스터시라는 종교적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종교는 앞으로 여전히 우리 앞에 존재할까?’라는 첫 질문을 다룬다. 종교가 사회의 걱정과 고통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사회가 종교와 종교인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종교만 어는 자는 아무 종교도 모른다.’라는 막스 뮐러(19세기에 힌두교 경전을 서양에 소개한 학자)의 주장으로 인문학으로서 종교학이란 여러 종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종교 이후의 종교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종교의 정의를 다루고, 현대 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현상, 종교가 주는 위안인 엑스터시, 세속적 신비주의, 현대에 인간의 종교성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는 현상인 템플스테이’, 대학 교양 과목으로 개설된 명상과 수행’, 순례를 살핀다. 끝으로 개인의 심리적 발달에 따른 종교의 심층화와 종교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다룬다.

 

여러 학자의 주장을 소개하여 종교란 인간이 물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과의 관계에서 찾으려는 시도’(p.45)로 정의한다. 세계관의 개념을 활용하여 인간의 인식행동이라는 차원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아간다. 세계관에서 본다는 단어는 시각적 인식과 이해, 해석이라는 인지적 과정을 포함한다. 우리는 사물을 그대로 본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세계관이라는 해석의 틀을 통해 파악하기 때문이다. 예수와 아돌프 히틀러,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 석불을 파괴한 사실, 배우자 선택할 때 기피 조건 중 하나였던 종교 등을 사례로 소개한다.

불교에서 성불이 된다거나 힌두교에서 범아일여을 알아차리기 위해 지성, 윤리, 명상에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불교에서 계정혜 戒定慧 삼학 三學, 그리스 철학은 인간이 추구할 가치로 진선미를 제시한다.

참된 종교의 판별 기준은 이상적인 교리의 선언에 있지 않다. 핵심은 그것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에 미치는 실질적인 결과이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미래를 가늠해 보려면 세속화, 경제적 풍요, 교육 수준의 향상, 정치의 민주화와 같은 상황을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적 풍요, 높은 교육 수준, 민주주의 제도의 확산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기의 삶을 결정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 주체와 관련해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개념도 언급한다.

종교비판에 관한 사실을 배운다. 종교비판은 역사에서 있어 왔고 근대에 이르러 본격화된다. 프랑스 합리주의 철학자 콩트는 19세기 초에 사회 발전에 따라 합리적인 종교가 등장할 것이라 주장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이성에 기반을 두고 종교를 이해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진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신의 존재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을 투사(projection)‘시켜 만든 이상적 이미지를 모아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주었다. 마르크스는 종교를 아편이라 보았다. 종교가 아편처럼 삶의 고통을 도외시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그 결과로 현실 개선 의지를 약화해 불공정한 사회질서를 고착시킨다는 것이다. 리처드 디킨스는 삶의 위안과 사회질서 유지와 같은 목적을 위해 인간이 신을 고안했다고 본다. 종교비판의 주된 초점은 종교를 인간적인 현상으로 본다는 것과 종교가 인간 소외와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참된 종교인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종교의 이상적 가르침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실천하는 개인이다. 특히 개인의 삶에 미치는 실질적 결과이다.

 

종교는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궁극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 더 큰 차원과의 연결, 윤리적 실천의 근거를 제시한다(p. 110)는 것이다. ‘시애틀 추장(1786~1866)’의 연설(p.115)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더숲.- 은 가끔 읽어볼 일이다.

 

명상과 수행은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반복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습관처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거나 불교의 머무르는 바 없이 베푸는 보시인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가르침이 그러하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문제의 원인으로 드러나는 결정적 이유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경전의 문구대로 세상과 타인을 바꾸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공공성이 지혜롭게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가 몸담은 현실 세계가 초월적 차원 혹은 보이지 않는 차원과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한다.

종교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종교는 지성적, 윤리적, 명상 분야에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독자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세 분야의 수행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를 어떻게 믿을까? 묻고 과거의 내가 죽을 때 나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을 낳는 불가결한 사건입니다. 동일한 원리로 재결합을 위해서는 분리가, 온전한 앎을 위해서는 망각과 무지가 꼭 필요합니다. 역설은 대립 쌍의 한쪽만을 추구해서는 진정한 성정과 발달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p. 261)라고 언급한다.

 

행복을 찾는 길에서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공자의 가르침이나,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12)는 성경 구정리 이를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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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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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2025. 6. 8()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다른 취향이 있다. 문학을 좋아하거나 비문학을 좋아하는 차이가 있다. 내 취향은 문학보다 비문학에 치우쳐 있다.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은 상대의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분야가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가치 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는 과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과학교양서역할을 한다면, 김상욱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저자의 표현에 따르면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다. “분야의 선을 넘는 것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선 너머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런 태도로 선을 넘은 것은 때로 아주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p. 236)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라 했다. 책은 물리학자로 살아오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400쪽 분량으로 만물의 근원은 원자다’, ‘지구에 존재하는 만물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지구에만 존재하는 생물은 어떻게 생기고 진화헀는가’, ‘인간의 특성과 정보, 문화4개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물리에서 인문학으로 연결해 보려는 시도도 읽을 수 있고, 진화와 인간을 다룬 내용에는 리처드 디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룬 내용(인간의 문화를 유전자와 같은 자기 복제자로 볼 수 있다면 meme이라는 이름을 제안한다)을 언급한다. 1,2,3장의 내용을 문과 출신으로 교육받고 살아온 입장에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저자는 단순한 화학식이라지만, 소개한 화학식의 이해는 물론, 생명은 화학기계다라는 내용은 고교시절 배운 생물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가 전공한 분야를 넘어서 화학과 생물학을 다루고 인문학에 연결하려는 지식과 지혜를 풀어 놓는다.

 

우주는 시간, 공간, 물질로 구성된다. 물질은 기본입자라 불리는 것들이 조합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기본 입자의 모임으로 구성된다. 기본 입자는 인간 감각으로 존재를 느낄 수 없지만, 이들이 모여 원자가 된다. 원자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물질의 근원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워자는 92가지다. 원자가 모이면 분자가 된다. 분자를 이루는 개별 원자의 특성으로부터 분자의 특성을 알 수 없다. 수십 가지에 불과한 원자를 가지고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원자와 분자의 관계를 단어와 문장의 관계로 기술한다. 분자가 가진 화학적 특성은 원자의 집단에서 나타난 창발의 결과란다. 기본 입자가 모여 원자가 되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된다. 이때마다 창발이 일어난다. 기본 입자는 원자와 단절되고, 분자는 원자와 단절된다.

 

지구 전체를 볼 때 인간이 만든 것은 미미하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으로 생물과 무생물로 나눌 수 있다. 지구 대부분은 규소 산화물과 금속 산화물로 되어 있다. 산화물은 산소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한 분자다. 지각의 총질량 중 47%가량이 산소이니 산소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원자로 구성된 광물은 만들어진 압력과 온도에 따라 특성이 변한다. 원자의 시각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도 지각을 이루는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조성 비율을 조절해 강도와 투명도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물리학자는 주로 개별 원자 혹은 원자 한두 개가 모여 만든 단순한 분자를 연구한다. 이 분야가 원자 분자 물리학이며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모인 것은 연구하는 일을 응집 물질 물리학이라 한다. 이보다 복잡한 상황이 되면 화학이다.

지구의 지각을 이루는 원자를 질량비가 큰 것부터 쓰면 산소, 규소, 알루미늄, , 칼슘, 나트륨 순이다. 산소와 규소는 지구와 우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지만, 지구에 비해 은하에는 탄소와 질소가 많다. 탄소와 질소는 지각을 이루는 광물이 아니라 생물을 만든다. 지구상의 생물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로 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탄소를 기반으로 한다. 탄수화물과 지질을 만드는 데는 수소, 산소, 탄소 원자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명체에게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 지질은 주로 세포막 성분이다. 생명체에게 필요한 각종 화학 반응의 스위치 역할은 물질은 단백질이다. 화학 반응은 많은 효소로 통제되는데 효소가 단백질이다.

결국 생물은 몇 가지 종류의 원자로 만들어진 거대분자(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DNA )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 반응의 집합체다. 대개 생물의 기능은 수많은 분자가 복잡하게 상호 작용한 창발적 결과물이다.

지구상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사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언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인간의 사회는 다른 동물의 사회보다 더 강력하고 정교하게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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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을 정리한 책으로 세상은 작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원자의 움직임에 의도나 목적은 없다.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삶에서 추구할 것은 쾌락이다.

원자 탄생의 화학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는 유럽에서 시민 혁명의 시대였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궤도는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양자역학은 위치가 아니라 상태를 기술한다. ‘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인류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실로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원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물을 만드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화학이다. 우리 몸 질량의 99%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원자로 되어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75%가 수소다. 수소 이온은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태양 빛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수소가 만든 태양 빛으로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들고, 동물은 음식을 먹고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는 우주의 에너지원이다. 원자에서 물질로 갈 때 밀종의 양질전환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이 엄청난 온도로 밀집되어 있는 플라즈마 덩어리다. p.144에 엊그제 읽은 오마르 하이암의 <루바이야트>의 시를 소개한다.

 

물리학은 뉴턴의 역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역학이란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학문이다. 운동은 위치의 변화다. 뉴턴의 운동 법칙 F=ma는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를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이다. 태양계 규모의 운동을 이해할 때 뉴턴의 중력이면 충분하나 우주적 규모의 일인 블랙홀, 거대한 질량 때문에 빛이 휘는 중력렌즈 등의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중요해진다. 가장 큰 규모의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원자들이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인터넷, 형광등, 합성 섬유, 항생제, 인공 위성, 생명 공학 기술 등이 20세기에 나타난 것은 20세기 초에 인간이 원자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속성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며 번식을 통해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포도당과 산소가 반응하여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면서 처음보다 에너지가 낮아졌으니 처음과 나중의 차이에 해당하는 남는 에너지를 이용해 둥물은 생존한다. 생물은 당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쓴다. 식물은 녹말, 동물은 글리코겐으로 당을 저장한다. 생물은 정교한 생화학 기계다. 오류가 누적되어 생화학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 죽음이다.

 

진화론 탄생의 중요한 단서는 작물 가축 개량법과 맬서스의 <인구로>에서 나왔다. 선택적 교배를 통해 생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훗날 유전을 매개하는 물질이 DNA이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진화론의 생화학적 토대가 확립된다.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단순한 생명체는 세균이다. ‘자포동물은 근육 조직과 신경계를 가진 좀 더 본격적인 동물이다.

5만 년 전 인지 혁명이라 불리는 사건이 뇌에서 일어나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이를 제러드 다이야몬드는 <총균쇠>에서 대약진’, 애덤 프랭크의 <시간 연대기>에서는 의식의 빅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지 혁명이라 부른다. 인지 혁명의 핵심은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명품이었다고 유발 하라리는 해석한다.

P.S. 많이 팔린 책이다. 나처럼 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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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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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2025.6.3.() 21대 대통령 선거일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무역 규모, 산업 구조, 글로벌 협력 등에서 한국의 발전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통계상 1997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긴 했으나 국제적으로 널리 공인된 격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서널(MSCI)은 아직도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 시장 자유화, 외환 규제 완화 등의 기준에는 선진국이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2021년 선진국으로 격상된 해에 초판이 나왔다. 엊그제 읽은 선도국가는 여러 명이 국가의 발전 전략과 정책을 다루었고, 눈 떠보니 선진국은 박태웅이 대한민국은 정말 선진국이 된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 기준에 비출 때 빨리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AI를 정의하며, AI 시대를 맞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묻고 해답을 풀어간다. 부드러운 글은 흥미롭고,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정의하는 사회를 첫 조건으로 여긴다. 복잡한 현안과 과제를 풀어가는 숙의와 협업에서 여럿이 동의하는 정의가 내려졌을 때 해결 방안을 찾기 쉽다고 말한다. 백서보다 녹서(綠書 :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회 전체의 토론을 요청하는 제안)가 필요하다는 문장과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소개한다. 나아가 숫자가 말하는 데이터 기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가장 뛰어난 자원들이 의사나 판사가 아닌 정부의 CIO(최고정보책임자), CDO(최고데이터책임자)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2014OECD 공식 보고서 <불평등과 성장>은 낙수효과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니, 성장에서 분배로 목표를 바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라야 한다 등을 주장한다. 협상하는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 더해, 한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게 신뢰 자본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경제발전과 사회 번영의 핵심 요소로 단순한 제도나 자본보다 사회적 신뢰를 꼽으며, 한국 같은 가족 중심 신뢰 사회가 겪는 제도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했던 점을 떠올린다. 후쿠야마는 1995TRUST에서 이탈리아, 중국, 한국 사회는 신뢰 자본이 빈약하다고 지적해 독자가 마음 상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에 영화 사전 심의제 폐지, K팝의 확산엔 정태춘, 박은옥 가수의 사전 심의 조항 폐지 요구, 블랙핑크의 세계적 인기에 2009년 문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아이돌과 기획사 간의 표준계약서를 만들게 했음을 근거로 참된 선진국의 조건은 뉴런의 자유 결합에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현대 우리글은 만들어져 가고 있다며 한자를 한글로 고쳐가는 과정(구제역을 입말굽병이라고 부르면 쉽다는 등)이니 입말이 문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장났으니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영역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준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통계로 보아 많이 떼먹을수록 벌이 약해진다. 산업 안전법에 따르면, 벌금을 부과하는 시스템 탓에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온 동네가 역세권이라서 강남의 땅값은 오르기만 한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노력하면 월세가 폭등해 벌을 내린다. 성형수술은 호황인데 출산율은 떨어진다. 공시족을 낳은 까닭은 사회 안전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뉴스의 가치보다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기니 선정적 시사가 넘친다. 이 같은 7개 사례로 얻은 결론은 사회의 보상 체계,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왼쪽으로 가는 영국 차,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보존연맹, 중세의 면죄부 판매, 법원의 판별문 비공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등을 들어가며 경로의 저주를 밝힌다.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으로 사회가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된 맛집을 남겨 주지 못하게 하고, 공론을 끌어내는 일은 전문적인 일인데 초선 군수, 국회의원 등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치 영역에서 유소년부터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게 정치 교양을 가르쳐야 한다며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소개한다. 협약은 진보, 보수, 정치인, 지식인들이 모여 주입식 교육 금지, 논쟁적 주제 다루기, 스스로 시민적 역량 기르기 등을 내용에 담았다.

 

재정정책에 관한 내용으로, 정부가 5G 망을 구축하자, 재생에너지를 위한 송배전설비를 대폭 확충하자, 전기차 충전소 확대, 소부장 활성화, 서울에 제대로 된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자, 권역별 메가시티를 만들자 등을 제안한다.

 

3AI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산업혁명과 같은 In the age of AI 혁명을 예견하며 육체 및 정신 노동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Social Twin을 만들자는 주장에 나의 이해가 부족하다. 빌 게이츠가 주장한 로봇세 도입’, AI 인재와 산업 적용을 위한 포닥, 즉 박사후과정에 대한 집중 투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AI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는 대용량 분산처리와 숨겨진 패턴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풀어준다. (p.161~173) 데이터란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아래 한글의 우수함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개방형문서형식(ODF)이 아님이 안타깝다. 통계가 아니라 로 데이터를 공개할 때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라는 말이 성립할 것이다. 컴퓨팅적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오버 디 에어(OTA)’를 이용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경험한다. 자동차는 컴퓨터다. 문제를 판별하고 정의해내는 능력,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참된 교육이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쇠락 원인을 살피며 문제는 생태계에 있다고 단언한다. AI시대는 네트워크와 암호의 시대라는 시각에서 분야를 전망한다.

 

P.S. 첫 문단은 챗 GPT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격상된 시기라는 질문으로 얻은 것을 활용하였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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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가 -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배분
김명수 외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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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가

2025. 5. 31(토)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성폭력 발언과 과거 성 관련 비위가 확산하며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후보도 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못지않게 생각할 일은 새 대통령은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가 아닐까? 질문에 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숙의나 델파이 기법 등으로 나라의 방향성을 찾는 노력은 많지 않다. 대선 후보들도 국가 미래 방향에 관한 언급이 부족하다.


지난주 모아북스에서 출간한 『선도국가』는 국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13명의 각계 전문가가 각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제시한다. 보다 넓고 깊은 숙의와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가 있어야 할 테지만, 투표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판단할 기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올여름부터 활발하게 전개될 국가가 나갈 방향과 전략, 정책 수립에 참고하거나 점검할 목록으로 쓸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1장 <국가에 관하여>

학창 시절에 배운 <정치 경제> 교과서의 정치 영역을 요약한 듯하다. 국가의 기원과 개념에 부분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묻고 국가의 본질과 역할을 규정하는 국가론을 사상적으로 국가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시즘적 관점에 따라 소개한다. 자유주의는 국가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데서 비롯됨을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으로 풀어간다. 국가의 성립 요건에서 바티칸 시국은 주권국으로 인정되는 데 비해, 대만이 온전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몬테비데오 협약(1933년)으로 설명하니 쉽게 이해한다. 어떤 국가를 가질 것인가에서 홉스는 국가 권력을 비록 리바이어던(거대 괴물)으로 보지만 존재 이유가 있음을 말한다.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는 ‘신체의 소유가 포함된 재산권’이다. 장 자크 루소는 소유의 불평등에서 출발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고, 사회계약론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북유럽 국가들은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복지를 실행함으로써 중산층과 부자들의 조세 저항을 무마하고 갈등과 분열의 여지를 없앴다. 우리가 지향할 국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가체제와 정치체제를 논하며, 다양한 정치 이념과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성장을 분배에 우선하거나 분배를 성장에 우선하는가로 나누어 살핀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따지며 계약을 위반한 정부에 ‘저항’할 수 있다는 로크의 ‘정부론’을 살핀다.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의 생활과 행복을 돌보는 일은 좋은 정부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핀란드 국민이 우리보다 행복한 이유를 핀란드 사회심리학자 프랑크 마델라는 자기 행복을 과시하거나 이웃과 비교하지 않는 대신 생활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이웃과 나누는 태도, 자연의 혜택을 중시하는 태도, 사회에 대한 높은 신뢰감으로 꼽는다.


『선도국가』의 지향점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 행복은 경제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건강, 가정과 일의 균형, 사회적 신뢰, 삶의 활력, 자연환경의 보전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므로 국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사생결단식 무한경쟁과 구조화된 차별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경쟁 사회 패러다임을 공정과 평등, 협력과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p.46)라고 주장한다.


2장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에서

87년 체제에 담지 못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살핀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지닌 ‘책임지지 않는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투표권을 제외하고 주권자가 기득권 정치를 견제할 실질적 장치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탄핵 소추로 유고된 경우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며 권력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너진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는 법에 따른 지배,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법치주의가 법률주의로 왜곡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법률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당성을 잃는다면, 그런 법률은 언제든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이 외치던 자유는 철학자 박구용에 의하면 ‘늑대의 자유’ 일뿐이다.

정치의 복원과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 탄핵할 수 있고 국회를 통해 국정을 감시하고 입법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정당은 대화와 타협(정치)을 통해 국민을 이끌어 달라고 명령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살린다고 전제한다.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부당한 노동 착취를 없애 소득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요점이다.


3장 <도전받는 민주주의선도국가의 방향성>에서

극우세력이 등장하여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 극우의 기반에 한국전쟁이 관련한 레드 콤플렉스, 미국과 연합군의 파견과 원조경제, 한국전쟁으로 급격히 부흥하게 된 일본에 대한 선망과 자격지심이 ‘숭미친일’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지위교체’라는 개념으로 파시즘의 성장을 분석한다. 분석의 이면에 ‘IT 업체가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를 하나의 버블 안에 가두는 현상’인 ’필터버블을 언급하고 있다. 탄핵 이후를 전망하며 시민의 염원과 정당의 책무를 강조한다. “제7공화국 체제에서는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와 정치적 다양성 실현으로 극우 파시즘이 번성하기 쉬운 토양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치 시스템과 사회 환경이 시급하다.”(P111)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아젠다와 민주주의의 과제로 먼저 국회부터 혁신할 것, 극우세력의 온상을 없애기,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 지위’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대외정책, 기후 위기를 극복할 대안의 실행, 분단 체제와 양극화의 극복이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87년 체제의 한계와 선도국가를 위해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가 선도국가로 가는 국가 혁신 비전으로 선정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민주적 통제장치의 강화

- 감사원 독립과 검찰청 해체

- 지방자치권 확대와 균형발전

- 경제 민주화와 상생의 생태계

- 과학기술 투자의 지속성과 안정성

-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재

-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을 다룬다. 이 중에서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 부분에서 여야간 합의로 헌법에서 영토조항의 삭제를 언급하고 있다. 독자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 공감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라며 ‘국민 투표를 통한 헌법 개정의 양면성’,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의 공유’를 다룬다.


4장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과제>에서는

혁신의 대안 모델로 북유럽을 상정하고, 정치혁신, 정부혁신, 경제․ 산업혁신, 교육 혁신, 국방 혁신, 조세․ 재정 혁신, 환경․에너지․기후변화 대응 혁신, 언론․정보 혁신, 인구․노동․지역 혁신, 복지 혁신 등 제반 정책 분야를 다룬다. 자세한 내용은 아니고 방향성을 다룬다.

에필로그는 유능한 정부가 유능한 공무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짐작하겠지만, 좌파냐 우파냐의 구분하거나 보수나 진보냐로 구분하기 전에 읽고 함께 고민해 볼 거리가 있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성향에 따라 2025년 6월 4일부터 펼쳐질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이를 위한 전략과 정책으로 무엇이 합당한가를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6개월간 정치 관련 책을 몇 권을 읽었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ON BULLSHIT 개소리에 대하여』, 『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 『맹자 사람의 길 上下』,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우리, 다시 사는 길』, 『선도국가』 안목을 키웠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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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야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오마르 하이얌.에드워드 피츠제럴드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그림, 윤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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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이야트

2025. 5. 29.()

 

페르시아 니샤푸르 태생의 11~12세기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오마르 하이얌은 오늘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기 시인 피츠제럴드의 <루바이야트>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페르시아어 루바이‘4행시를 뜻하고 루바이야트는 그 복수형으로 ‘4행시 모음을 가리킨다.”(루바이야트 해설 p.153) 피츠제럴드의 번역은 하이얌의 루바이 정신과 정서를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시로 재창조했다고 평가한다. 해설을 옮겨두는 까닭은 1, 0000년 전 페르시아라는 시공간이 현재와 한참 떨어졌고, 영시로 번역된 시를 다시 번역한 시를 감상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은 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개인적 경험 탓에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공감하는 시가 있다. 75편의 시 중에서 공감하거나 와닿는 시 몇 편을 옮겨둔다.

 

그들은 떠나고 여름이 새 꽃들로 장식한 방에서

지금은 흥청거리며 즐거워하는 우리,

다름 아닌 우리가 저 아래 흙 침상으로 내려가

스스로 누군가의 침상이 되어야만 한다네.”

22번째 시. 루쉰이 한 말이 떠오른다. 루쉰은 기성세대는 주검으로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맞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 아직 쓸 수 있는 것은 한껏 써라

우리 또한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흙에서 흙으로, 흙 속에 눕게 될 테니,

술도 없이, 노래도 없이, 노래하는 이도 없이, -끝도 없이.

23번째 시. 내일은 태어나지 않았고 어제는 죽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남긴 까르페 디엠이 유행어가 된 고도성장 시대를 살아온 베이비 부머에게 하는 말이다. MZ 세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 현자들은 떠들게 내버려두고, 늙은 하이얌과 함께 오라.

인생은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그 한 가지는 확실하다네.

한 가지만 확실하고, 나머지는 거짓이라네-

한때 피었던 꽃은 언젠가 시들기 마련인 법.

 

그들과 함께 지혜의 씨를 뿌리고

내 손으로 애써 키워 보았지만

거둔 수확이래야 오직 이것뿐-

,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네.”

 

26번째 시, 28번째 시는 생명이란 유한함을 읊고 있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하나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이는 동양 사상의 뿌리에 해당한다. 생명의 유한성은 전 존재에 해당한다.

 

지구의 중심에서 솟아올라 제7문을 거쳐

토성의 옥좌에 앉을 때까지

길을 지나오며 숱한 매듭을 풀긴 했지만,

인간의 죽음과 운명의 매듭만은 풀지 못했네.

 

51번째 시. 공자는 천과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도덕과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인간사회와 인간의 힘 저편에 있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법(理法)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고 도는 하늘에게 소리쳐 물었네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는 제 어린아이들을

인도할 어떤 등()을 운명은 갖고 있는가?”

그러자 하늘이 대답했네- “눈먼 지성뿐이로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이지만, 동물과 다른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을 자연보다 우위에 두려는 사고는 창세기로부터 베이컨의 <신기관>을 거처 산업사회와 자본주의를 추동해 온 힘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는가? 역사는 우상향하는 진보가 아니라 그냥 선일 뿐일지도 모른다. 눈먼 지성이 판단한다.

 

만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 버리는 사막에서의 한순간,

생명의 샘물을 맛보는 것도 한순간-

별들은 지는 중이고, ()의 새벽을 향해

카라반은 길을 나서네- , 서둘러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 그럼에도 오 서둘러라!”는 진취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자고 해석하고 싶다.

 

이렇게 노력하고 저렇게 논평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끝없이 찾아 나섰던가?

열매 하나 없이, 아니면 쓰기만 한 열매 찾아 슬퍼하기보다는

차라리 무르익은 포도로 흥겨워하는 게 나으리라

 

쾌락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토아 철학자의 삶과 실존주의자의 삶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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