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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국가 -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배분
김명수 외 지음 / 모아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선도국가
2025. 5. 31(토)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성폭력 발언과 과거 성 관련 비위가 확산하며 완주 여부가 불투명한 후보도 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못지않게 생각할 일은 새 대통령은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가 아닐까? 질문에 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숙의나 델파이 기법 등으로 나라의 방향성을 찾는 노력은 많지 않다. 대선 후보들도 국가 미래 방향에 관한 언급이 부족하다.
지난주 모아북스에서 출간한 『선도국가』는 국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13명의 각계 전문가가 각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략과 정책을 제시한다. 보다 넓고 깊은 숙의와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가 있어야 할 테지만, 투표를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판단할 기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올여름부터 활발하게 전개될 국가가 나갈 방향과 전략, 정책 수립에 참고하거나 점검할 목록으로 쓸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1장 <국가에 관하여>
학창 시절에 배운 <정치 경제> 교과서의 정치 영역을 요약한 듯하다. 국가의 기원과 개념에 부분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묻고 국가의 본질과 역할을 규정하는 국가론을 사상적으로 국가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시즘적 관점에 따라 소개한다. 자유주의는 국가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데서 비롯됨을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으로 풀어간다. 국가의 성립 요건에서 바티칸 시국은 주권국으로 인정되는 데 비해, 대만이 온전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몬테비데오 협약(1933년)으로 설명하니 쉽게 이해한다. 어떤 국가를 가질 것인가에서 홉스는 국가 권력을 비록 리바이어던(거대 괴물)으로 보지만 존재 이유가 있음을 말한다.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는 ‘신체의 소유가 포함된 재산권’이다. 장 자크 루소는 소유의 불평등에서 출발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고, 사회계약론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북유럽 국가들은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복지를 실행함으로써 중산층과 부자들의 조세 저항을 무마하고 갈등과 분열의 여지를 없앴다. 우리가 지향할 국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국가체제와 정치체제를 논하며, 다양한 정치 이념과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성장을 분배에 우선하거나 분배를 성장에 우선하는가로 나누어 살핀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따지며 계약을 위반한 정부에 ‘저항’할 수 있다는 로크의 ‘정부론’을 살핀다.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의 생활과 행복을 돌보는 일은 좋은 정부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를 밝힌다. 핀란드 국민이 우리보다 행복한 이유를 핀란드 사회심리학자 프랑크 마델라는 자기 행복을 과시하거나 이웃과 비교하지 않는 대신 생활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이웃과 나누는 태도, 자연의 혜택을 중시하는 태도, 사회에 대한 높은 신뢰감으로 꼽는다.
『선도국가』의 지향점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 행복은 경제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건강, 가정과 일의 균형, 사회적 신뢰, 삶의 활력, 자연환경의 보전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므로 국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사생결단식 무한경쟁과 구조화된 차별에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경쟁 사회 패러다임을 공정과 평등, 협력과 공존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p.46)라고 주장한다.
2장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에서
87년 체제에 담지 못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살핀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지닌 ‘책임지지 않는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투표권을 제외하고 주권자가 기득권 정치를 견제할 실질적 장치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탄핵 소추로 유고된 경우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하며 권력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너진 법치주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법치주의의 핵심 원리는 법에 따른 지배,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법치주의가 법률주의로 왜곡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법률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당성을 잃는다면, 그런 법률은 언제든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이 외치던 자유는 철학자 박구용에 의하면 ‘늑대의 자유’ 일뿐이다.
정치의 복원과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 탄핵할 수 있고 국회를 통해 국정을 감시하고 입법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정당은 대화와 타협(정치)을 통해 국민을 이끌어 달라고 명령한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살린다고 전제한다.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부당한 노동 착취를 없애 소득 격차를 완화함으로써 사회 안정과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요점이다.
3장 <도전받는 민주주의, 선도국가의 방향성>에서
극우세력이 등장하여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 극우의 기반에 한국전쟁이 관련한 레드 콤플렉스, 미국과 연합군의 파견과 원조경제, 한국전쟁으로 급격히 부흥하게 된 일본에 대한 선망과 자격지심이 ‘숭미친일’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여기에 ‘지위교체’라는 개념으로 파시즘의 성장을 분석한다. 분석의 이면에 ‘IT 업체가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를 하나의 버블 안에 가두는 현상’인 ’필터버블을 언급하고 있다. 탄핵 이후를 전망하며 시민의 염원과 정당의 책무를 강조한다. “제7공화국 체제에서는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와 정치적 다양성 실현으로 극우 파시즘이 번성하기 쉬운 토양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치 시스템과 사회 환경이 시급하다.”(P111)라는 관점에 동의한다.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아젠다와 민주주의의 과제로 먼저 국회부터 혁신할 것, 극우세력의 온상을 없애기,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 지위’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대외정책, 기후 위기를 극복할 대안의 실행, 분단 체제와 양극화의 극복이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87년 체제의 한계와 선도국가를 위해 개헌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가 선도국가로 가는 국가 혁신 비전으로 선정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민주적 통제장치의 강화
- 감사원 독립과 검찰청 해체
- 지방자치권 확대와 균형발전
- 경제 민주화와 상생의 생태계
- 과학기술 투자의 지속성과 안정성
-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
- 공정한 성장과 정의로운 분재
-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을 다룬다. 이 중에서 새로운 차원의 평화와 통일 부분에서 여야간 합의로 헌법에서 영토조항의 삭제를 언급하고 있다. 독자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 공감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들이라며 ‘국민 투표를 통한 헌법 개정의 양면성’,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의 공유’를 다룬다.
4장 <선도국가로 가는 혁신 과제>에서는
혁신의 대안 모델로 북유럽을 상정하고, 정치혁신, 정부혁신, 경제․ 산업혁신, 교육 혁신, 국방 혁신, 조세․ 재정 혁신, 환경․에너지․기후변화 대응 혁신, 언론․정보 혁신, 인구․노동․지역 혁신, 복지 혁신 등 제반 정책 분야를 다룬다. 자세한 내용은 아니고 방향성을 다룬다.
에필로그는 유능한 정부가 유능한 공무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짐작하겠지만, 좌파냐 우파냐의 구분하거나 보수나 진보냐로 구분하기 전에 읽고 함께 고민해 볼 거리가 있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성향에 따라 2025년 6월 4일부터 펼쳐질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이를 위한 전략과 정책으로 무엇이 합당한가를 생각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계엄과 탄핵,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6개월간 정치 관련 책을 몇 권을 읽었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ON BULLSHIT 개소리에 대하여』, 『이재명, 흔들리지 않는 원칙』, 『맹자 사람의 길 上下』,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우리, 다시 사는 길』, 『선도국가』 안목을 키웠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