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 떠보니 선진국

2025.6.3.() 21대 대통령 선거일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무역 규모, 산업 구조, 글로벌 협력 등에서 한국의 발전이 반영된 결과다. IMF는 통계상 1997년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긴 했으나 국제적으로 널리 공인된 격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서널(MSCI)은 아직도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본 시장 자유화, 외환 규제 완화 등의 기준에는 선진국이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2021년 선진국으로 격상된 해에 초판이 나왔다. 엊그제 읽은 선도국가는 여러 명이 국가의 발전 전략과 정책을 다루었고, 눈 떠보니 선진국은 박태웅이 대한민국은 정말 선진국이 된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 기준에 비출 때 빨리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AI를 정의하며, AI 시대를 맞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묻고 해답을 풀어간다. 부드러운 글은 흥미롭고,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게 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정의하는 사회를 첫 조건으로 여긴다. 복잡한 현안과 과제를 풀어가는 숙의와 협업에서 여럿이 동의하는 정의가 내려졌을 때 해결 방안을 찾기 쉽다고 말한다. 백서보다 녹서(綠書 :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회 전체의 토론을 요청하는 제안)가 필요하다는 문장과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소개한다. 나아가 숫자가 말하는 데이터 기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의 가장 뛰어난 자원들이 의사나 판사가 아닌 정부의 CIO(최고정보책임자), CDO(최고데이터책임자)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2014OECD 공식 보고서 <불평등과 성장>은 낙수효과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니, 성장에서 분배로 목표를 바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라야 한다 등을 주장한다. 협상하는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에 더해, 한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게 신뢰 자본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경제발전과 사회 번영의 핵심 요소로 단순한 제도나 자본보다 사회적 신뢰를 꼽으며, 한국 같은 가족 중심 신뢰 사회가 겪는 제도적 경제적 한계를 지적했던 점을 떠올린다. 후쿠야마는 1995TRUST에서 이탈리아, 중국, 한국 사회는 신뢰 자본이 빈약하다고 지적해 독자가 마음 상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에 영화 사전 심의제 폐지, K팝의 확산엔 정태춘, 박은옥 가수의 사전 심의 조항 폐지 요구, 블랙핑크의 세계적 인기에 2009년 문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아이돌과 기획사 간의 표준계약서를 만들게 했음을 근거로 참된 선진국의 조건은 뉴런의 자유 결합에 있다고 말한다. 끝으로 현대 우리글은 만들어져 가고 있다며 한자를 한글로 고쳐가는 과정(구제역을 입말굽병이라고 부르면 쉽다는 등)이니 입말이 문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장났으니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영역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준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통계로 보아 많이 떼먹을수록 벌이 약해진다. 산업 안전법에 따르면, 벌금을 부과하는 시스템 탓에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온 동네가 역세권이라서 강남의 땅값은 오르기만 한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노력하면 월세가 폭등해 벌을 내린다. 성형수술은 호황인데 출산율은 떨어진다. 공시족을 낳은 까닭은 사회 안전판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뉴스의 가치보다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매기니 선정적 시사가 넘친다. 이 같은 7개 사례로 얻은 결론은 사회의 보상 체계,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있다고 진단한다.

 

왼쪽으로 가는 영국 차,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보존연맹, 중세의 면죄부 판매, 법원의 판별문 비공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등을 들어가며 경로의 저주를 밝힌다.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문장으로 사회가 경로 의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오래된 맛집을 남겨 주지 못하게 하고, 공론을 끌어내는 일은 전문적인 일인데 초선 군수, 국회의원 등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정치 영역에서 유소년부터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게 정치 교양을 가르쳐야 한다며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소개한다. 협약은 진보, 보수, 정치인, 지식인들이 모여 주입식 교육 금지, 논쟁적 주제 다루기, 스스로 시민적 역량 기르기 등을 내용에 담았다.

 

재정정책에 관한 내용으로, 정부가 5G 망을 구축하자, 재생에너지를 위한 송배전설비를 대폭 확충하자, 전기차 충전소 확대, 소부장 활성화, 서울에 제대로 된 임대주택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자, 권역별 메가시티를 만들자 등을 제안한다.

 

3AI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에 주목한다.

산업혁명과 같은 In the age of AI 혁명을 예견하며 육체 및 정신 노동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Social Twin을 만들자는 주장에 나의 이해가 부족하다. 빌 게이츠가 주장한 로봇세 도입’, AI 인재와 산업 적용을 위한 포닥, 즉 박사후과정에 대한 집중 투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AI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는 대용량 분산처리와 숨겨진 패턴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풀어준다. (p.161~173) 데이터란 기계가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아래 한글의 우수함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개방형문서형식(ODF)이 아님이 안타깝다. 통계가 아니라 로 데이터를 공개할 때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라는 말이 성립할 것이다. 컴퓨팅적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오버 디 에어(OTA)’를 이용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경험한다. 자동차는 컴퓨터다. 문제를 판별하고 정의해내는 능력, 혼자서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참된 교육이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쇠락 원인을 살피며 문제는 생태계에 있다고 단언한다. AI시대는 네트워크와 암호의 시대라는 시각에서 분야를 전망한다.

 

P.S. 첫 문단은 챗 GPT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격상된 시기라는 질문으로 얻은 것을 활용하였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