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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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2025. 6. 8()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다른 취향이 있다. 문학을 좋아하거나 비문학을 좋아하는 차이가 있다. 내 취향은 문학보다 비문학에 치우쳐 있다. 문과 출신과 이과 출신은 상대의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분야가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도 가치 있다.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는 과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에게 과학교양서역할을 한다면, 김상욱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저자의 표현에 따르면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다. “분야의 선을 넘는 것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선 너머에서만 보이는 것이 있다. 자신이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조심스런 태도로 선을 넘은 것은 때로 아주 의미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p. 236)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라 했다. 책은 물리학자로 살아오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400쪽 분량으로 만물의 근원은 원자다’, ‘지구에 존재하는 만물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지구에만 존재하는 생물은 어떻게 생기고 진화헀는가’, ‘인간의 특성과 정보, 문화4개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물리에서 인문학으로 연결해 보려는 시도도 읽을 수 있고, 진화와 인간을 다룬 내용에는 리처드 디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다룬 내용(인간의 문화를 유전자와 같은 자기 복제자로 볼 수 있다면 meme이라는 이름을 제안한다)을 언급한다. 1,2,3장의 내용을 문과 출신으로 교육받고 살아온 입장에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저자는 단순한 화학식이라지만, 소개한 화학식의 이해는 물론, 생명은 화학기계다라는 내용은 고교시절 배운 생물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가 전공한 분야를 넘어서 화학과 생물학을 다루고 인문학에 연결하려는 지식과 지혜를 풀어 놓는다.

 

우주는 시간, 공간, 물질로 구성된다. 물질은 기본입자라 불리는 것들이 조합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기본 입자의 모임으로 구성된다. 기본 입자는 인간 감각으로 존재를 느낄 수 없지만, 이들이 모여 원자가 된다. 원자는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물질의 근원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워자는 92가지다. 원자가 모이면 분자가 된다. 분자를 이루는 개별 원자의 특성으로부터 분자의 특성을 알 수 없다. 수십 가지에 불과한 원자를 가지고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원자와 분자의 관계를 단어와 문장의 관계로 기술한다. 분자가 가진 화학적 특성은 원자의 집단에서 나타난 창발의 결과란다. 기본 입자가 모여 원자가 되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된다. 이때마다 창발이 일어난다. 기본 입자는 원자와 단절되고, 분자는 원자와 단절된다.

 

지구 전체를 볼 때 인간이 만든 것은 미미하다.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으로 생물과 무생물로 나눌 수 있다. 지구 대부분은 규소 산화물과 금속 산화물로 되어 있다. 산화물은 산소 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한 분자다. 지각의 총질량 중 47%가량이 산소이니 산소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원자로 구성된 광물은 만들어진 압력과 온도에 따라 특성이 변한다. 원자의 시각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도 지각을 이루는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조성 비율을 조절해 강도와 투명도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물리학자는 주로 개별 원자 혹은 원자 한두 개가 모여 만든 단순한 분자를 연구한다. 이 분야가 원자 분자 물리학이며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모인 것은 연구하는 일을 응집 물질 물리학이라 한다. 이보다 복잡한 상황이 되면 화학이다.

지구의 지각을 이루는 원자를 질량비가 큰 것부터 쓰면 산소, 규소, 알루미늄, , 칼슘, 나트륨 순이다. 산소와 규소는 지구와 우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지만, 지구에 비해 은하에는 탄소와 질소가 많다. 탄소와 질소는 지각을 이루는 광물이 아니라 생물을 만든다. 지구상의 생물은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로 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탄소를 기반으로 한다. 탄수화물과 지질을 만드는 데는 수소, 산소, 탄소 원자만 있으면 충분하다. 생명체에게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 지질은 주로 세포막 성분이다. 생명체에게 필요한 각종 화학 반응의 스위치 역할은 물질은 단백질이다. 화학 반응은 많은 효소로 통제되는데 효소가 단백질이다.

결국 생물은 몇 가지 종류의 원자로 만들어진 거대분자(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DNA )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 반응의 집합체다. 대개 생물의 기능은 수많은 분자가 복잡하게 상호 작용한 창발적 결과물이다.

지구상 생명체 중 하나인 인간은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사회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언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인간의 사회는 다른 동물의 사회보다 더 강력하고 정교하게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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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에피쿠로스 학파의 사상을 정리한 책으로 세상은 작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원자의 움직임에 의도나 목적은 없다.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죽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삶에서 추구할 것은 쾌락이다.

원자 탄생의 화학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는 유럽에서 시민 혁명의 시대였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궤도는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양자역학은 위치가 아니라 상태를 기술한다. ‘라는 원자들의 집합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나를 이루던 원자들은 다른 집합의 부분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우주의 일부가 되어 영원불멸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인류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과학적 사실로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원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물을 만드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화학이다. 우리 몸 질량의 99%는 수소, 탄소, 질소, 산소 원자로 되어 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75%가 수소다. 수소 이온은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태양 빛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식물은 수소가 만든 태양 빛으로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들고, 동물은 음식을 먹고 수소 이온을 얻어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는 우주의 에너지원이다. 원자에서 물질로 갈 때 밀종의 양질전환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이 엄청난 온도로 밀집되어 있는 플라즈마 덩어리다. p.144에 엊그제 읽은 오마르 하이암의 <루바이야트>의 시를 소개한다.

 

물리학은 뉴턴의 역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역학이란 물체의 운동을 기술하는 학문이다. 운동은 위치의 변화다. 뉴턴의 운동 법칙 F=ma는 시간에 따른 위치의 변화를 기술하는 미분 방정식이다. 태양계 규모의 운동을 이해할 때 뉴턴의 중력이면 충분하나 우주적 규모의 일인 블랙홀, 거대한 질량 때문에 빛이 휘는 중력렌즈 등의 자연현상을 설명하려면 일반 상대성 이론이 중요해진다. 가장 큰 규모의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전자가 이동하거나 원자들이 뭉쳤다가 흩어지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컴퓨터, TV, 플라스틱, 스마트폰, 인터넷, 형광등, 합성 섬유, 항생제, 인공 위성, 생명 공학 기술 등이 20세기에 나타난 것은 20세기 초에 인간이 원자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생명의 속성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며 번식을 통해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것이니 우주 전체를 통해 보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포도당과 산소가 반응하여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면서 처음보다 에너지가 낮아졌으니 처음과 나중의 차이에 해당하는 남는 에너지를 이용해 둥물은 생존한다. 생물은 당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쓴다. 식물은 녹말, 동물은 글리코겐으로 당을 저장한다. 생물은 정교한 생화학 기계다. 오류가 누적되어 생화학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 죽음이다.

 

진화론 탄생의 중요한 단서는 작물 가축 개량법과 맬서스의 <인구로>에서 나왔다. 선택적 교배를 통해 생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훗날 유전을 매개하는 물질이 DNA이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진화론의 생화학적 토대가 확립된다.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단순한 생명체는 세균이다. ‘자포동물은 근육 조직과 신경계를 가진 좀 더 본격적인 동물이다.

5만 년 전 인지 혁명이라 불리는 사건이 뇌에서 일어나 우리는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이를 제러드 다이야몬드는 <총균쇠>에서 대약진’, 애덤 프랭크의 <시간 연대기>에서는 의식의 빅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지 혁명이라 부른다. 인지 혁명의 핵심은 허구를 믿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류가 더 큰 규모의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발명품이었다고 유발 하라리는 해석한다.

P.S. 많이 팔린 책이다. 나처럼 책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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