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재기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33
히구치 이치요 지음, 임경화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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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부연한 연무에 싸인 듯, 눅눅하고 무거운 공기에 침잠된 듯. 그간 히구치 이치요에 대한 인상은 이러했는데 이 책 덕분에 시야가 다소 트였다. 특히 「섣달 그믐」은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었다. 아아, 작가란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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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왕이 되겠습니다 사계절 그림책
야누시 코르착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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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시 코르착의 <마치우시 왕 1세>의 요약발췌본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을 더했다. 질문과 상징이 글과 그림으로 페이지마다 조화롭게 펼쳐진다. 아이들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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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인 이날 오후부터, 비단옷을 차려입은 모습 속에 숨겨진 마음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다면 어지러운 눈물뿐이라고 했을 것이다. - P37

어제 가엾다고 본 일은 어제의 가여움이다. 오늘 자신이 할 일은 끊임없이 있기 때문에 잊는다는 생각도 없이 잊으니 삶은 꿈만 같다. 이슬 같은 세상이라고 하면 눈물이 절로 떨어지겠으나 그보다 더 부질없는 일은 없다. - P111

‘좀 더 살아 볼까?
1년을 더 살다 보면 누가 진실을 말해 주지 않을까?‘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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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로 물든 하늘은 단조롭지만 웅장한 교향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렌지 빛으로 물든 세상이 근엄한 망토를 펼치자 먼 솔밭에서는 우수가 샘솟았다. 저녁 삼종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신비로운 기분이 스며들었다...... 드넓은 대지가 금빛으로 출렁이니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았다. 먼 지평선은 밤을 꿈꾼다.
- P31

시뻘건내장을 드러낸 채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황톳길은 피맺힌 절규를 토해 내고, 아득히 먼 곳에서는 잿빛 구름과 태양의 포효가아련히 들려온다. 평원은 때때로 홀로이 저 풍경을 가득 채우는 꿈을 꾸지만, 그럴 때마다 작은 언덕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살며시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 P56

우리가 죽고 나면 사물의영혼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육신이 도리어 무덤이 되는 것일까? - P112

안달루시아의 태양이 불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온 세상이 숨죽인 채 귀를 기울인다.
- P136

시인은 손을 들어 머리를 더듬어본다. 그 많던 머리숱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슬픈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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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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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인간 여자와 더 늙은 암고양이의 아주 오래된 동거 이야기. 


가내(家內)에서 장장 19년째 절대군주로 옹립 중인 고양이 C와 어느새 프로수발러가 된 작가 요코씨. 요리보고 저리 보고 텀블링을 해서 봐도 작가는 C를 떠받드는 모양새다. 


공식적인 전 골목대장 출신답게 까탈스럽고 질투 많은 C와 그에 맞추느라 매일이 고군분투 -수면 부족과 싸우는 작가는 세계에서 고양이에게 가장 많이 혼나는 집사라며 비공식 기록보유자임을 푸념한다. 그러면서도 생명에 대한 애정과 책임, 고마움을 새긴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서로의 인생에서 마지막 반려동물과 반려 인간이기에 일상의 소소함을 귀히 여긴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귀하디 귀하다. 


다만 반복적인 에피소드가 많고 책의 만듦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고본으로 간소한 디자인과 가벼운 형태가 어울릴법한데 너무 부풀려 놓은 모양새다. 그래서 이야기의 소박함이 겉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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