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광장공포증 같은 게 좀 있습니다." 그가 재킷 양쪽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부연 설명한다. "저도 봉투 안에 있고 싶지만 접히지 않아서요."- p75 에우제니오 디트본, ‘항공 우편 회화‘ 중에서
그의 말을 쉽게 요약 정리하자면 ‘A책을 읽다보니 B를 모르겠어서 B에 관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B에 관한책을 읽다보니 이번엔 C와 D를 모르겠어서 C와 D에 관한 책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늘어난다.에두아르가 미친 책벌레가 된 데에는 이러한 사연도 있었던것이다. 하루에도 여러 권의 책을 돌려 있는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모르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오늘보다 내일 더 무식해져 있을 사나이, 내 남편 미친 책벌레 에두아르가 유식해질 날이 오기는 할까?
처음엔 솔직히 실망했다. 가벼운 문장과 넘치는 비문들, 발음 나는 대로 쓴 대화들과 그 속에서 남발하는 물결(~) 때문이다. 그런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특히「세상의 모든 책을 갖고 싶었어」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웃으면서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다.덜렁이 책벌레 남편의 관찰기에서 시작한 이 책은 '책'과 '책을 읽는 것'의 본질을 묻는다. 책의 덮고 나면, 과연 나는 어떤 독서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윽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최종적인 물음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