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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흔히 하는 핑계가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가정도 봐야하고, 대인관계도 가져야 하고 등등의 자신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를 대며 독서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럼 책 읽는 사람들, 특히 독서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말하며 독서관련 책을 낸 작가들은 시간이 없다는 걸로는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가 충분치 못하다 말한다. 하루에 30분씩만 내도 한달에 2,3권은 읽을 수 있다며...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의 내 자신을 보자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싶을 정도로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 회사는 지하철로 출근했기에 지하철 안에서라도 책을 봤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운전한다는 이유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말하고 있으며, 출근해서는 경력 사원이기에 독서 따위의 개인 시간을 사용하기에는 눈치를 너무 보게된다 말한다. 그렇다면 퇴근 후에는? 회사에서의 과도한(?) 업무로 인해 지친 몸으로는 책만 보면 눈이 감긴다는 생리현상를 핑계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내 나름대로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들고자 노력은 해보았다. 시간이 부족하다 생각이 들기에 자는 시간이라도 줄여가며 읽어보자 다짐하며 핸드폰의 알람을 5시 30분으로 맞췄지만 6시 30분에 일어나는 걸로 익숙해진 내 썩을 몸은 그리고 내 정신상태는 내가 독서하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연말이라 1월 1일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말도안되는 핑계는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으니 독서가 될 턱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도 의심이 든다. 내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내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내가 정말 겪었던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조작되고 미화된 나의 거짓 기억일까.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이나 생각들을 털어놓고 있는 순간에도 마음 한편엔 이런 의심이 싹튼다. 어디까지가 진짜 나의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과장되고 합리화된 나의 거짓일까.' (p 13)
그래서 요즘은 책을 쓰겠다는 나의 목표에 점점 의심이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처럼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아직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경험으로? 남들보다 나은 성과도 없는데? 고작 나란 인간이 책을? 무슨 주제로, 뭐를 쓸건데? 등등 책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꼬는 듯한 의심의 목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건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시간이 없다는 핑계 속에 묻혀 이 길을 포기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혹은 구지 목표를 위해 가지 않더라도 이대로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주변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포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점점 내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란 인간이 할 수 있을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갈수록, 우리는 조금씩 무언가가 되어 갔다. 누군가의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가 되었고, 누군가의 종업원이 되었고, 누군가의 갑이 되었고, 누군가의 을이 되었고, 어떤 이는 또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가 되었다. 어렸을 땐 누군가의 딸 혹은 아들, 그리고 누군가의 학생, 이 두가지 역할놀이만 잘하면 됐는데, 나이를 먹어 갈수록 우리의 배역은 점점 늘어갔고, 우리의 시간은 점점 모자라졌고, 우리의 어깨 또한 조금씩 더 무거워져 갔다. 너에게 배역을 준 누군가들을 나도 모두 알고 있던 어린 시절이 끝나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너의 누군가들을 모두 알 수도 없을뿐더러 알아갈 시간조차 모자라 알아갈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어른의 세계로, 우리는 넘어가고 있었다.' (p 132)
이 책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다. 최근에 이직을 해서 그런지 새로운 환경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을 느낌과 동시에 경력으로 갔기에 직위에 맞는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렇게 성장하는 거다', '이런 경험을 계기로 한층 성숙해지리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견디고 있지만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심 역시 떨쳐낼수가 없다. 특히 와이프가 최근에 임신을 하면서 남편에 이어서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더욱 이 구절이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와이프로부터 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기분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 내가 아빠가 된다니.. 더군다나 쌍둥이라니... 2명의 아이들이 나에게 와준 고마움에 대한 기쁨도 두배였지만, 주변 친구들의 육아의 고통을 듣고나니 쌍둥이를 어찌키울지 걱정부터 들었다. 그리고 유모차든 카시트든 옷이든 뭐든지 두배씩 든다는 생각에 부담 역시 두배로 찾아왔다. 이런 기분으로 아이를 반기는건 죄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고마움의 마음으로 미래의 아이들을 생각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입덧으로 고통으로서워하는 와이프를 보고있으면 걱정스런 마음을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길이 내가 가야하는 길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지도 못할 뿐더러, 이 세상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자. 이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결론은 내 자신을 의심하지 말자라는게 이 책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