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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시골에서 책방을 하고 싶다.
이 책은 괴산에서 숲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얼마 전 시골에서 책방을 하는데 관심이 생겨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던 중 이들의 책방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 글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사진 속 책방이 이 부부의 책방인지 몰랐지만 정말 이쁘고 화사한 책방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급기야 내 방의 나의 꿈 게시판에 사진을 오려서 올려놨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서점이다. 이 책의 저자가 기억 속 책방의 주인들이라니... 반가움에 책을 구입했다.
평소 산책을 할 때마다 와이프에게 서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시골에서 이 책의 저자들과 같이 시골에서 서점을 내자고... 그리고 돈벌이가 힘들 것이 분명하기에 북카페나 북스테이 얘기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와이프는 내가 한말에 관심을 가져주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나중에 생각하자 말한다. 어쩌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은 할 생각 없다며 일단은 시골에 가서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것 부터 시작하자는 쪽으로 말을 돌리곤 하지만 여전히 책방이 하고 싶은 소망을 지울 수가 없다.
`공식 계약기간인 2년 동안 거칠게 말하자면, 망하지 않고 무사히 버티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p. 120)
서점으로 돈벌이 한다는 것, 특히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어쩌면 로또 1등 당첨될 확률보다 더 적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소개된 책방 모두가 은행과 친하다고 하니 서점으로 입에 풀칠이라도 할까 모르겠다. 왜 나는 서점을 하고 싶은 걸까? 이 책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신념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과연 나는 무슨 이유로 서점을 하고 싶은 걸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고, 특히 시골에서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한적한 자연을 벚삼아 책과 함께 살고 싶다는, 아이들에겐 도시보다는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다는, 꿈이 생겼다며 돈이 없고 힘들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는 등 그럴싸한 이유를 핑계로 그냥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이곳을 도피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확신도 없으면서 말만 번지르하게 떠드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아직 능력도 한참 모자랄 뿐더러 모두가 나와 사업은 맞지 않는다 말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모습이 불행한 상황도 아니다. 다니고 있는 직장도 몇년 간은 짤릴 위험도 없으며 생활을 위해 부족한 것 없이 여유있게 잘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쁜 와이프와 뱃속에 쌍둥이까지...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서점이란 미친 짓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후회할 수도 있는 일을...
이것에 대해서 내가 지금 내린 결론은 책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아직 책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갖난 아이지만 책과 함께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내 자신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을 느낀는 재미, 글쓰는 재미가 있기에 그러지 않나 싶다. 일단은 지금의 생각일 뿐이다.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한 발짝 들어서면 꿈꾸고 채우고 지켜가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말을 거는 공간이 있다. 작은 책방의 단골들은 단지 책을 사기 위해 책방을 찾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여는 순간 훅 온몸을 감까는 책 특유의 냄새처럼 책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의 향기가 있다. 살아있는 공간에는 언제나 좋은 책방지기가 있다.` (p. 55)
공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론 프리드먼의 `공간의 재발견`에서 `생산성과 창의성의 발로가 개인의 역량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공간, 즉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에서 비롯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공간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와 심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3차원적 공간안에서 보고 듣고 말하며 생활하기에 공간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평소 느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다가 주는 감정, 산이 주는 감정, 도시와 시골이 주는 감정 모두 틀리며, 어느 곳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달라질 수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리는 평소 공간이 주는 감정 변화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항상 스마트폰만 쳐다보느라 자신이 있는 공간이 어떻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도시에서의 생활은 답답함의 연속이다. 지하철과 교실 혹은 사무실로 이어지는 일상생활 속의 공간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며 시끄럽고 쾌쾌한 냄새 속에서 살고 있다. 어떨 때는 숨이 막힐 정도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을 보자면 촘촘하게 쳐져있는 파티션 속에서 쉴틈없이 작동하는 컴퓨터의 열기와 끊임없이 수화기에 대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입김이 합쳐져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다. `네모난 철장 속에서 모이만 쪼아먹는 닭장들과 사무실의 분위기가 무엇이 다를까?`하는 생각도 수시로 든다.
학창 시절 교실의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 아이들의 땀냄새와 반찬냄새 그리고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 책상 끄는 소리등의 소음이 합쳐져 코와 귀를 마비시킨다. 그리고는 선생님들이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가 잘 될 턱이 있을가 싶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쉬는 시간의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선생님의 문소리와 함께 갑자기 조용해지는, 일명 조울증과 같은 양극성의 분위기가 연속되는 답답한 공간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자면 오히려 정신이 멀쩡한게 이상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의 출근, 퇴근길 지하철이란 공간은... 짜증이란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하루를 짜증에서 시작해서 짜증으로 끝내는 것이다. 더이상 지하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리라...
아무튼 이런 도시 속 공간에서 사는 우리들은 행복하지 않은게 어쩌면 당연한 걸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지옥 같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바다와 산이 있는 시골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서점이 주는 공간 속 포근함은 시간이 없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잠시나마 잡아줄 수 있는 대피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도시 속 교보문고와 같이 복잡하고 차가운 느낌이 나는 대형문고가 아닌 자그만하고 편안함을 주는,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곳 특유의 책 냄새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동네의 작은 책방을 찾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점점 힘들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언젠가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유럽처럼 다시 책을 찾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모두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손에 쥐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성장을 꿈꾸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박하고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싶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며 이 책의 작은 책방 주인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봄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나도 우리집 거실을 책장을 도배하고 싶은데 먼저 책장 만드는 거나 배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