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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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기`

김훈 작가는 외계인 같다. 물건 하나를 보더라도 다르게 보는 그의 눈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 상상력은 지구에서 자란 인간들과는 한층 다른 그만의 세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외계인이 분명하다. 지구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어떠한 종족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이를 기록하기 위해 파견온 먼 우주의 외계생명체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다르게 보는 능력을 가질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물건 하나하나, 자연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사람들이 살면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만의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리고 사연과 원인/이유와 그만의 스토리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바쁜 일상에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봄으로써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자 하듯이 모든 글, 단어 하나하나가 상세히, 그리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도 나름 다르게 보기를 실천해보려고 노력은 했다만,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을 뿐더러 바쁜 일상 속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일 `천천히 걷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자`라고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나의 바쁜 일상은 이를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아침 출근준비만 봐도 세상을 다르게 볼 여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무거운 눈꺼풀을 일으켜 세워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5분마다 시간을 체크해가며 내가 정해놓은 순서대로 출근준비를 한다. 와이프는 고맙게도 같이 일어나서 과일이라도 갈아주는데 마시는 과일이 무슨 과일이며, 무슨 맛인지 느끼지도 못한채 그냥 목구멍으로 밀어넣는다.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이빨도 딱지 못한채 (회사가서 딱으면 되니깐) 집을 나서기 일수다.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 아침 출근전쟁이 끝난다.

일어나서 지하철의 자리에 앉을 때까지 내 와이프의 얼굴은 어땠는지, 잘잤는지, 허리는 또 안아팠는지, 그리고 우리 또야(강아지)는 어떻게 기지개를 폈고, 착한 짓(대소변 가리는 일)을 어디다가 했는지, 와이프가 갈아준 과일의 맛은 어땠는지, 집을 나와 지하철 역까지 하늘은 어땠고, 길은 어땠고, 나무들과 꽃들은 폈었는지 등 이런 것들을 볼 시간과 여유란 나에게 없었다. 물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쟁같은 출근 준비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쁜 일상속에서도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고, 김훈 작가와 같이 다르게 보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오늘은 외근을 나와 차에서 잠깐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바로 회사에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복귀 시간이 조금 늦어질 순 있겠다만 그런건 상관없다. 평소의 나였다면, 나 혼자 복귀시간을 정해놓고 초조하게 복귀했을 테지만, 이젠 이렇게 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늘에 차를 세워놓고 나무 이파리들을 통해 비치는 책 위의 햇살이 너무 이뻐 사진을 찍었다. 순간이나마 행복했다. 내가 늦었다고 전화를 거는이는 아무도 없다. 지금 이시간, 이 공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30분이나마 나의 시간, 자유를 느껴본다.

`앞으론 자주 외근을 나와야겠다. 날씨 좋은 날만 골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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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르게 보기도 하지만 상당히 디테일하게 분석적으로 보기도 하더군요.라면에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낸다는 거...라면회사의 레시피를 따르지 않더군요.

제시스패로우 2015-10-1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디테일하게 분석적으로 본다는거 자체가 다르게 본다고 느껴졌습니다. 라면이라는게 참으로 신기한 음식이죠. 간단한 음식인데도 수만가지 방법의 조리방법이 있으니...라면류라고 따로 만들어야할 정도예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