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서른 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_서진



처음 이 책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아노 관련 서적을 찾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서른 살에 대한 심리 서적을 찾으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책을 보려고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단지 꼭 봐야겠다는 느낌이 강했던건 뚜렷하다. 이유는 인터넷상의 출판자 서평에 너무 공감했기 때문이다.



‘서른 즈음 되면 뭔가를 이뤘을 거라 생각했다. 내 삶을 정립하는 가치관이나 금전적 독립, 커리어, 사랑……. 하지만 ‘많은 서른’이 청춘이니까 아팠던 스무 살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오히려 20대보다 꿈꾸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경험이 쌓인 만큼 시야나 생각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 하지만 커리어 때문에, 회사 때문에, 가족 때문에 얽매이고 책임져야 하는 게 늘어, 온전히 나만을 위해 뭔가를 시작하는 데 주저한다. 그렇게 보면 서른은 분명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도.’



이 서평내용에 온 몸이 찌릿해지면서 (조금 과장해서) 머리가 솓구치고 내 온몸이 해제된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삼십대라면 모두 공감하리라는 생각으로 바로 대학교 동기 단체 카톡방에 이 글을 올렸다. 나 혼자보기 아까웠다 (하지만 답장은 그리 많진 않았다. )



대한민국에서 삼십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가장 많은 비율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소비 문화를 주도하고 부동산 등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상당수 책임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우리들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우리가 아이를 많이 낳느냐, 안 낳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삼십대는 이러한 현실이 부담스러운지 아니면 사춘기 시절이 그리워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당연히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육아, 자신의 집을 마련하기 위한 삶 등이 쉽진 않을 것이다. 나도 당장 회사를 때려치고 싶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으니깐…



개인적으로는 삼십대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책 서평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돈이 조금 생기고 경험과 시야,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서 이제서야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힘들게 왔고, 누구를 위해서 살고 있고, 어떻게 사는게 행복한 삶인지 학창시절에는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지만 삼십 대가 되서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서른 살의 늦은 나였지만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찾아나선 서진 작가의 이 책이 나도 모르게 들어왔던 것 같다.



작가는 박사과정을 밝고 있던 공대생이었고, 모아둔 밑천이나 작가로서 경력도 전혀 없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김제동의 TV 프로에서 ‘불행보다는 불편을 선택했어요’라고 얘기했던 방청객(이 사람 역시 부부 모두가 하고 있던 일을 그만 뒀다고 했다.) 과 같이 서진 작가 역시 돈이 있어도 불행한 삶 보다는 돈이 없어도 불편한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작가는 얘기한다. 진짜 공부는 학교를 그만두면서부터였다고…. 그리고 인생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이러한 삶을 하나하나 기억해내면서 자신이 느꼈던 삶의 행복을 얘기해준다.



나 역시 삼십대이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했고, 서진 작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와이프한테 그만두고 좀 편하게 살까 하는 대책 없는 하소연(욕만 얻어 먹었다)을 한 적도 있지만 아직은 서진 작가처럼 이러한 용기는 없다. 이런 삶을 위해 준비된 것도 없고, 이젠 내 삶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히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언젠간 이러한 행복을 누릴 날을 꿈꾸면서 준비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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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헤드 2015-06-1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시스패로우 2015-06-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잘봐주셔서..감사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