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슈북 8
이민희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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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팬덤과 팬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팬덤인지 빠순인지 그게 뭔 차이냐며 별 생각 안할테지만, 가수든 배우든 뮤지컬배우든 그 누구의 팬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신경쓰일 단어다, "빠순이"라는 단어. 절대 좋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가 아니었다고 들은 이 단어는 어느순간부터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돼 버렸고, 지금도 여전히 팬을 비하하며 뭉뚱그리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 단어가 제목에 등장한다. 제목만 보면 딱 오해하기 쉬운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맨처음, 작가가 글 쓴 의도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팬덤의 본질에 다가서려했다'던 작가의 말이 궁금함을 돋웠다. 게다가 덜렁 네개의 차례는 날 더 궁금하게 했다. 그러나 책을 받아 들었을 땐, 코웃음을 쳤던 게 사실이다. 이 얇은 책에서 뭘 어떻게 풀어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남들은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는 팬들의 세계에도 일정한 룰이 있다. 그것을 설명하는데는 꽤 복잡할텐데 여기 어떻게 다 들어간다는거지?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팬덤에 속해있지 않고서는 그들의 행동들을 사례들를 모으고 정리한다고 개념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이 작가는 꽤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해있지 않았던 서태지 시절, 1세대 HOT를 위시한 전성기를 지나 2세대 동방신기 그리고 현재 3세대라 불리는 수많은 아이돌에 이르는 그 체계를 말이다. 나는 2세대부터 속해있기 때문에(그렇다고 나는 동방신기 팬은 아니었다) 그때부터는 꽤 많이 알고 있다 자부한다. 그래서 이 책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물 론 책이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주변에서 물어볼 친구들 혹은 동생친구들이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대체로 동방신기에 관한 이야기들로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아주 보편적이지 않은 국소적인 이야기들도 보편적이게 다뤄지고 있고, 조금은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도 보인다. 그러나 그건 작가가 조사한 자료의 한계라고 보지 작가의 한계라고 보지는 않는다. 얼마만큼의 자료를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두서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팬들의 세계를 잘 요약해 놓았고 설명해놓았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한 게 여러 번. 팬페이지, 움짤, 플짤, 찍덕, 서포트, 조공, 차트 지붕 뚫기, 팬픽 등등 주위에서 늘상 접하던 단어들을 이렇게 책 안에서 보니까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팬이 아닌 사람이라면 팬들에게 문득

그 열정과 애정으로 아이돌이 아닌 다른 관심사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자아계발은 물론 사회에 이바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뛰어난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그 근성으로 고시를 준비하라는 제안과 비슷하다. 팬덤은 나의 아이돌을 위해서일 때에만 강력한 에너지를 터뜨린다.

 

 

이 나이에 무슨 아이돌 팬질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일코라고 불리우는 '팬질하는 것을 알리지 않는 것'을 해야만 한다. 정말 위의 말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봤기 때문이다. 팬들도 잘 안다. 오빠 학력고사가 있다면 전국 1등은 나일거라고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곤 하니까. 알고 있기에 사회에선 조용히 하는 것이다.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애정을 보이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 리 없고, 엄청나게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는데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단락이 꽤나 마음에 박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관심이 아니다

계 몽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활동기간 동안 사고없이 성취를 거듭하는 자랑스러운 아이돌을 원한다. 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취향에 대한 말없는 존중을 원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HOT의 데뷔로부터 지금까지 팬덤이 획득하지 못했던 사회적 배려들이다.

 

 

 

많 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정말 작가의 저 단락은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내 놓은 답인 것 같다. 취미생활은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존재이지 해악을 입히는 존재가 아니듯,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가진 이들에게 굳이 색안경을 끼고 들이댈 필요가 있을까. 취미생활을 하는 걸 가지고 욕을 듣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이가 피아노가 취미라고 하면 별 말 없이 넘어가는 것처럼, 오늘도 팬들은 누군가가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 한마디 보태지 말고 별 말 없이 넘어가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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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프닝 - 하루 한 끼, 당신의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
김미라 지음, 조정빈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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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내가 DJ가 된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DJ가 되어서 어디선가 방송을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아 마 이 책을 쓴 작가의 원고를 읽었던 DJ들의 느낌이 바로 내가 느낀 이 느낌이 아니었을까.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그를 통해 위로를 전하거나 생각하기를 권하거나를 자신의 목소리로 할 수 있다는 것. 참 마음 따스해 지는 기분. 한 페이지의 글을 읽고 나면 그 뒤에 이렇게 말을 붙여야만 할 것 같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여기는 0000입니다."라고.

 

 

 

 

사람들은 흘려버리듯이 라디오를 듣고, 혹은 배경으로 깔아두고 이야기를 한다. 라디오는 일상에서 늘 그런 존재다.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것. 편한것. 요즘같이 디지털 시대에는 느끼기 힘들테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 탄 버스에서도, 급하게 탄 택시에서도, 음식을 먹으러 들어간 음식점에서도, 팬시점에서도, 미용실에서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 라디오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렸을때부터 라디오를 많이 들은 편이었다. 물론 학교에 다녀야 하는 특성상 라디오는 주로 저녁시간때 듣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험공부를 할 때는 독서실에서 내 가장 친구이자 벗이었다. 그렇게 접하기 편해서 그런가, 아니면 마음먹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라디오 오프닝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오프닝을 귀담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프닝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귀담아 듣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 라디오 시작 시그널이 나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첫곡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새삼 책을 읽으면서 느낀 오프닝 원고의 깊이...

 

아무래도 라디오의 진수는 2시간동안의 DJ 솜씨도 아니고, 음악 선곡 능력도 아니고, 게스트 섭외 능력이나 게스트를 이끌어가는 솜씨도 아닌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라디오의 진수는 바로 오프닝 원고같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라디오의 특성상 매일 다른 이야기로 오프닝을 끌어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닐테다. 하루의 아주 잠깐 지나간 일 조차도 오프닝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만큼 관찰력도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할 것이고. 세상엔 수많은 생각들이 있고 수많은 지식들이 있다. 그것들을 잘 엮고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고, 생각할거리를 적어내서 열심히 짜낸 것이 프로그램의 첫 시작 오프닝. 실상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글이지만, 이 짧은 글 속에 담긴 작가의 노력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짧 은 글로 사람의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할 수 있는 감성. 나는 작가의 그 감성이 마음에 든다. 전혀 생뚱맞은 두 개의 이야기를 엮어서 글을 썼을땐 두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었고, 이렇게 썼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글들도 있지만, 역시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에 나까지도 온순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거리를 들고 오거나 경험을 얹고 말을 잇고 살을 붙이고. 그 곁에 따스한 자신의 시선을 보태서 만들어진 오프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중립에 서서 담담히 이야기 한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에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라는 부제를 달았나보다.  

같이 공존하기 힘들 것 같은 지성과 감성이라는 녀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먹는 브런치처럼 삶의 여유를 맛볼 수 있게 만드는 책. 

읽기 어렵지 않고, 쉬운 내용들 뿐이니, 머리 복잡할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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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심리술 - 단숨에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기술
시부야 쇼조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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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으로 읽으면서 한 생각은 '읽기 쉽다'였다.

대체로 심리학 책이라고 하면 아무리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해도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책들도 물론 많지만 일반적인 생각이라는 게, 심리학은 결코 쉽지 않다는 선입견이다. 그래서 실제로 눈 앞에 배송돼 온 책의 두께를 보고 1차적으로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얇다. 이렇게 얇을수가!!! 하지만 읽으면서 또 놀랐다. 한 가지의 이야기를 오래 끌지 않고 2~3페이지의 분량으로 끊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 읽기 쉬웠다. 지루하지 않고 그냥 술술 넘어가는. 심리학 책이라고 해서 은근 기대했었는데 심리학적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인간관계 심리술>은 이야기한다.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입니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말은 쉽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것이 한 번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거니와, 늘 언제나 고민의 대상이 되곤한다.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라는 단어는 늘 어렵다. 대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처세술 책은 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심리학 책이고, 표지에 있는 카피가 내 마음을 이끌었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까? 사랑받는 것도 이제는 기술입니다!"

 

사 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세상 그 어느 누구라도, 하다못해 본인을 자그마한 방에 가둔 히키코모리들조차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랑받기를 원할 거라 생각한다. 사랑받고 싶은 것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니까. 관계라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해 늘 고민을 하던 나에게 좋은 책일 것 같아 서평에 신청했다. 책은 인간관계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포커스를 '나'에게 맞추고 있다. 생각보다 별건 없었다. 하지만 당연하게 '그럴것이다'라고 이해되는 상식이 빗나가는 경우라는 것들이 꽤 존재한다. 누구나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일들. 근데 쉽게 찾아내기 쉽지 않은 것들의 내용들도 존재하지만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내용들도 존재해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국에는 '내'가 잘해야 한다지만,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없는 책은 아니다. 기술,이라고 거창하게 타이틀을 달아놓았지만 작은 습관 하나, 실천 하나로 사람들에게 호감이 될 수 있는 팁을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법칙, 혹은 ~하라! 등의 정리된 내용들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든다. 

 

 

 

 

거 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상냥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단지 소심한 것뿐입니다. 인간관계가 거절하는 것 정도로 흔들린다면 한심한 게 아닐까요? 거절한다고 해서 화를 내는 상대라면 교제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p.26

 

인간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 숙지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말에 일일이 상처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상처 입지 않도록 조심해서 말하는 배려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상대방이 무심코 흘린 불쾌한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기술도 중요합니다. -p.62 

 

영리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 사람은, 뭔가를 알아챘을 때,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잖아. 이런 일을 해서 거꾸로 폐를 끼치면 어떻게 해?'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꾸물대는 사람입니다. 모처럼 눈치를 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82

 

유태인은, '만장일치로 결정된 일은 실행하지 않는다'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전원이 같은 의견을 갖는 일은 본래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만장일치가 되었다는 것은 동조하는 힘이 작용했음에 틀림없다, 위험하므로 그만두자는 사고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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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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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에 써 있는 글이 참 인상적인 책이었다.

"어떤 생이든 한 우주만큼의 무게가 있다"

 

왜 이 문장이 내게 와 닿았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왜인지 이 문장은 서정적으로 내 감성을 두드려왔고, 책표지의 일러스트의 묘한 느낌과 함께 나를 잡아 끌었다.  

 




제목인 <숲의 대화>는 책 속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이 단편을 보고선 확신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첫번째 단편소설 숲의대화는 울림이 남는 소설이었다. 이 이야기는 뒷쪽에서 자세히..) 사실 이 책 속에 수록된 모든 단편들은 채 4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대체로 30페이지 정도의 글인데, 글을 읽으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또는 미소짓게도 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단편들 속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 잠시 주변으로 눈을 돌려 본다면 충분히 마주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누군가를 사랑했던 이야기, 부모님과 자식간의 이야기,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 어느 이야기는 먹먹하고, 어느 이야기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조용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고, 아주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예쁜 그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 또한 뛰어난 책 <숲의 대화>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아무래도 책의 제목과 동명의 소설인 <숲의 대화>. 읽으면서 먹먹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 셋 모두가 답답하리만큼 먹먹한 사람들인지라, 읽는 그 잠깐 사이에도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혁재, 운학, 순심이. 혁재 도련님과 종이었던 운학이는 한 여자 순심을 사랑했고, 프롤레타리아 사상을 가진 혁재는 자신을 좋아하는 순심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로부터 얼마뒤 만삭을 한 순심이 운학을 찾아오고, 그 뒤로 운학과 순심은 함께 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죽은 순심의 유골을 뿌린 한재의 바위에 매일 소일거리 삼아 오르던 운학이 젊은 혁재의 혼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줄거리다. 세 줄로 요약이 될만큼 간단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길지 않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세 사람의 마음이 모두 느껴져서 읽는 내내 안쓰러웠다. 사랑하는 여자와 뱃속의 아이까지 있지만 자신의 사상을 포기할 수 없어 운학에게 떠나보낸 혁재의 마음도, 뱃속에 아이를 품고 운학을 찾아왔지만 혁재를 잊지 못하고, 운학에게 마음이 가지만 혁재 때문에 모든 마음을 줄 수 없어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던 순심이도, 혁재의 아이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찾아온 여인을 품고 죽을때까지 곁에서 지켜주며, 순심이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전전긍긍하면서 본인이 누리는 것들이 실은 혁재의 것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삶을 살았던 운학도. 결국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 마음이 완전히 상대에게 닿지 못하고 오롯이 아프기만 하다.  

 

순심을 모질게 운학에게 보내고 결국 순심을 잊지 못해 순심이 머물던 그 자리에 돌아와 죽어가던 혁재의 마음을 생각하며 운학이 속으로 생각하는 문장 중에 '아득히 멀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주인공들 모두....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아득히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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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완자가 1
완자 글.그림 / 재미주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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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그것은 그 무엇을 차치하고 모두 축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완자와 야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랑이 있다. 동성애,라는 것 또한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사랑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힌 유교의식은 다른 것은 강하게 내치는 경향이 있어서, 동성애에 대해 의식적으로도 밀어내는 강도 또한 생각외로 굉장하다. 그 생각차이를 충분히 알면서도 신인 작가가 동성애에 관련된 웹툰을 한다고 했을때 걱정이 먼저인 건 당연하다. 책에 대해 처음 접하고 웹툰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웹툰, 생각했던 것만큼 걱정스럽지 않고 가벼운 일상툰이었다. 동성애 관련 일상툰- 느낌이 어감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이 웹툰은 이 책은 그저 사랑하는 사이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호기심이 있었던 것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웹툰을 보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세상엔 나처럼 생각이 바뀌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호모포비아들도 있다. 내가 본 퀴어 영화 중 한 편인 <백야>도 호모포비아로 인해 강제 아웃팅을 당한 한 남자가 복수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데, 이 영화 덕분인지 호모포비아들에 대한 내 인상은 무척 나쁜 편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완자 작가의 웹툰엔 늘 그네들의 댓글이 달린다. 가끔씩 댓글창을 보면서 '아, 세상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새삼 느끼곤 한다. 세상엔 사람들이 빼곡히 살고 있고, 그 빼곡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만큼 생각도 존재한다. 완벽히 같은 의견은 찾기 힘들고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완벽히 나와 같은 사람이 나 말고는 있을리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조심한다. 혹시나 자신의 의견이 다른 이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조심 조심. 그런데 동성애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조심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아마,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 누구도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책에서 작가가 밝혔듯, 누구에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고 아웃팅 당할까봐 조마조마해 한다. 부모에게 말하기가 어렵고, 벽장 속에 마음을 넣고 문을 잠그기도 한다.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으로 인식 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상황이라면... 사랑을 하는 것이 왜 숨겨야만 하는 것이란 말인가. 마음의 문을 닫아야만 한다는 것인가. 늘 안타깝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에피소드가 몇 편 있다.

하 나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는데, 혹시나 본인에게 용기내서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면 '알고 있었다'라는 이야기만으로도 큰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에피소드- 웹툰으로 올려졌을때 댓글 폭탄이 일었던 에피소드였다. 생각을 많이 하게 했던 에피소드 중 하나.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같이 산다'는 에피소드. 세상엔 여러 가지 가치관이 있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고 해서 서로를 틀렸다 비난할 수 없으니 적어도 싸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 에피소드 또한 공감하는 바이다.

 

아직까지는 공론화가 많이 되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들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당연한 것이 될 수 있겠지. 그 언젠가는.

자, 진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완자는 작가의 애칭이다. 완전 자기멋대로의 준말이라고. 야부는 여보의 큰말이라고 완자 작가가 여자친구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처음에는 나만의 여보라는 뜻으로 만들었다는데 이젠 만인의 여보가 되었다고 난감하다는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굉장히 소소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어디서나 볼 듯한.






캐릭터가 귀여워서 그런지 이 둘의 사랑이야기까지 알콩달콩.

나도 얼른 이런 귀여운 사랑 해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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