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띠지에 써 있는 글이 참 인상적인 책이었다.

"어떤 생이든 한 우주만큼의 무게가 있다"

 

왜 이 문장이 내게 와 닿았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왜인지 이 문장은 서정적으로 내 감성을 두드려왔고, 책표지의 일러스트의 묘한 느낌과 함께 나를 잡아 끌었다.  

 




제목인 <숲의 대화>는 책 속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이 단편을 보고선 확신으로 돌아섰다. (그만큼 첫번째 단편소설 숲의대화는 울림이 남는 소설이었다. 이 이야기는 뒷쪽에서 자세히..) 사실 이 책 속에 수록된 모든 단편들은 채 40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대체로 30페이지 정도의 글인데, 글을 읽으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또는 미소짓게도 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단편들 속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 잠시 주변으로 눈을 돌려 본다면 충분히 마주칠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누군가를 사랑했던 이야기, 부모님과 자식간의 이야기, 지난 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 어느 이야기는 먹먹하고, 어느 이야기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조용한 느낌의 이야기들이고, 아주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예쁜 그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 또한 뛰어난 책 <숲의 대화>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아무래도 책의 제목과 동명의 소설인 <숲의 대화>. 읽으면서 먹먹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등장인물 셋 모두가 답답하리만큼 먹먹한 사람들인지라, 읽는 그 잠깐 사이에도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혁재, 운학, 순심이. 혁재 도련님과 종이었던 운학이는 한 여자 순심을 사랑했고, 프롤레타리아 사상을 가진 혁재는 자신을 좋아하는 순심과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로부터 얼마뒤 만삭을 한 순심이 운학을 찾아오고, 그 뒤로 운학과 순심은 함께 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죽은 순심의 유골을 뿌린 한재의 바위에 매일 소일거리 삼아 오르던 운학이 젊은 혁재의 혼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줄거리다. 세 줄로 요약이 될만큼 간단한 스토리이다. 그런데, 길지 않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세 사람의 마음이 모두 느껴져서 읽는 내내 안쓰러웠다. 사랑하는 여자와 뱃속의 아이까지 있지만 자신의 사상을 포기할 수 없어 운학에게 떠나보낸 혁재의 마음도, 뱃속에 아이를 품고 운학을 찾아왔지만 혁재를 잊지 못하고, 운학에게 마음이 가지만 혁재 때문에 모든 마음을 줄 수 없어 미안하고 고맙기만 했던 순심이도, 혁재의 아이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찾아온 여인을 품고 죽을때까지 곁에서 지켜주며, 순심이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전전긍긍하면서 본인이 누리는 것들이 실은 혁재의 것이 아닌가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삶을 살았던 운학도. 결국엔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 마음이 완전히 상대에게 닿지 못하고 오롯이 아프기만 하다.  

 

순심을 모질게 운학에게 보내고 결국 순심을 잊지 못해 순심이 머물던 그 자리에 돌아와 죽어가던 혁재의 마음을 생각하며 운학이 속으로 생각하는 문장 중에 '아득히 멀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주인공들 모두....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아득히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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