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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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아 2016년 수능부터는 시행된다고 하고,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이 모든 공무원 시험에서 필수가 되어 있는 지금 대한민국. 한국사는 따분한 암기과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이들도 이젠 안중근 의사가 왜 의사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모를 수도 있지만..)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왜곡된 역사와 숨겨진 역사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듯 하다. 국사 교과서들은 검정을 할 때마다 종북이니 친일이니 내용이 어떻니라며 떠들썩한 이야기거리가 되곤 하고, 사람들도 편을 갈라 싸우면서, 한데 입을 모아 과거 청산을 부르짖지만 결국에는 사람들 관심에서 금방 사라져 버리는 현실 속에서, 한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원리원칙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지 못한 채 말이다.

 

흥미로운 주제여서 집어 든 책이었지만 보면 볼 수록 내가 제목에 적어놓은 대로 '깊은 빡침'과 '깊은 깨달음'이 번갈아 느껴졌다. 아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Fact를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왜 친일 청산은 제대로 되지 못했던 것일까. 책 속에 처음부터 등장하지만 독립군과 친일파의 이야기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친일파들의 말도 못할 잔인한 행동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게 당연한 것이 어떻게 권선징악을 부르짖는 나라에서 가능한 이야기냔 말이다. 뭐 이 이야기는 차차 더 하기로 하고. 이렇게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6.25가 끝난 뒤의 이른바 '빨치산' 소탕까지의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나타나있다.

 

책 속의 내용들은 교과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실들이 누락된 것인지 고의로 누락시킨 것인지 알 길없지만) 그리고 현재 이런 내용들을 가르쳐 주는 곳도 없을 테다. 물론 대충은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되지 않은 역사들은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들이 많이 나뉘고 논의 또한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승리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역사는 언제나 한켠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하지만 책 속의 이야기들은 그리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새삼 저자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여기 저기 조각나 있던 이야기들을 한 데 끌어모아 하나의 사건들 속에 편입시켜 될 수 있는 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어 진 뒤, 북한과 관련되 역사 자료들은 삭제되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부러 삭제한 것이다. 작가의 말에도 나오지만 김일성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밝혀진 일이다. 우익들은 이를 두고 또 종북이니 빨갱이니 할 테지만, 독립운동은 사상과는 다른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우리는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철저히 사회주의 사상쪽의 이야기는 배제된 역사만을 배웠다. 강점기때부터 수뇌부에 있던 친일파들이 해방 후에도 여전히 수뇌부에 있으면서 만든 역사책을 보고 배우면서 말이다. 한 나라의 역사가 몇 사람의 농간으로 가려지고 지워졌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수치이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에라도 알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인간'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나약하며 그래서 발전하는 존재니까 말이다. 지금 우리가 배워나가야 하는 한국사의 숨겨진 사실들 또한 그런 나약한 인간들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내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정확한 눈을 갖는 것. 역사를 대하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객관성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떠도는 이야기나 매스컴이 주는 정보에 무비판적으로 기대게 되고, 결국은 사고력과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기 십상이다.

 

깊은 빡침은 이쯤에서 그만 대물림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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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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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 공감단 2차 미션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다.

 

연말과 어울리는 훈훈한 미션이지만, 올 겨울은 누군가를 만나기가 여의치 않은 겨울이기도 해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누나>는 죽일듯이 달려들며 싸우지만 그래도 언제나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남동생 녀석에게,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아직도 여전히 젊게 살고 있는 골드 미스 언니에게, <잠깐 저기까지만>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었는데 그 누구도 만나기가 여의치 않다... 왜 동생녀석도 바쁘다고 집에 오질 않는거야? 왜왜왜왜???? (현재 동생녀석은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시험기간이라고 코빼기도 보기 힘들다) 

 

무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해야만 따뜻한 겨울은 아니니까, 나는 셀프선물을 하기로 했다. 딱 좋게도 12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고, 크리스마스 선물 겸 연말 선물 겸 2014년을 보내는 선물 겸 정말 겸사겸사ㅡ (변명하기 딱 좋다는 게 함정.)

 

나는 나에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라는 에세이를 선물하기로 했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들 중 유일하게 갖고 있지 않은 책이기도 했고, 마스다미리의 초창기 그림체를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해서였다. 그리고 내년에는 너도 연애 좀 하라고.

 

 

 

 

 

이 책에는 사랑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옆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옆모습 뿐만 아니라 그녀들이 하는 의뭉스런 생각들까지 함께 말이다. 그 생각들을 보면서 '넌 뭐 느끼는 거 없냐?'라는 느낌으로 산 책이다. 사랑을 안 한지 얼마나 됐을까.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피하고는 있었지만, 외롭다는 거 아마 느끼고 있었을 거다. 사랑받고 있다는 그 충만한 느낌을 잊을리가 없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참 큰 수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집어 들었다. (물론 이봄에서 나온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모두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건 둘째였다니까!!)

 

그와 더불어 생일 축하 카드도 골랐다. 책과 깔맞춤 빨간 영국 2층버스의 생일 축하 카드.

 

 

 

 

 

 

2015년에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랄게.

아주 끝까지 바닥까지 치는 연애라고 해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음에 기쁘고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ㅡ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를 샀던 이유를 제대로 집어 넣었고,

 

"아침에 눈 떴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하루. 이런 유쾌한 하루가 앞으로의 인생에도 분명히 많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보는 건 좋은 일이다." 마스다 언니의 말처럼 사랑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것 잊지 말고.

ㅡ 마스다 미리의 좋은 글귀들 중 내게는 가장 와 닿은 글도 적어넣고,

 

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카드를 써 본 건 내 인생 처음인 것 같은데 느낌이 좀 색달랐다. 진짜로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도 들고.. 나에게 쓴 첫 번째 카드는 고이 책 속에 끼워 놓았다. 미래의 나는 책을 꺼내 볼 때마다 이 날을 기억하면서 생각하면서 웃게 될까. 미래의 나는 늘 유쾌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면서.

 

미래에도 비록 사랑으로 점철된 삶은 아니라 할지라도 즐겁고 유쾌한 일이 가득한 2015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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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스윙스 (Swings)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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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윙스가 누군지 잘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기에 자세히는 알지 못할 뿐더러, 힙합은 내가 취향 타는 음악들이 좀 많은데다가 영어 스웩을 찾는 그런류의 힙합은 전혀 관심이 없어서 말이다. (랩퍼들이 내뱉는 허세와 자랑 가득하고 욕설이 난무한 그런 음악들을 내키지 않아할 뿐이지 힙합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힙합도 각자의 컨셉이 여러가지니까..!) 올해 젊은 층에서는 꽤 많은 관심을 끌었던 <쇼 미더 머니>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TV에서 <쇼 미더 머니> 얘기가 나오면 웃을 수가 없다. 뭐 내 상황은 대충 이러하다. 이런 내가 스윙스를 안다는 것?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알아보니 스윙스는 디스의 대명사(?) 던데 (이것도 자세히는 모른다) 난 그 컨트롤 비트 디스전도 관심이 없었던지라 이것도 패스.

하지만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라는 음악의 랩 피쳐링을 한 사람의 목소리는 안다.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랩퍼였다.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Monthly Project를 좋아해서 강승윤이 불러 흥행하기 전의 "본능적으로"부터 아고 있는데, 귀에 콕콕 와서 꽂히는 발음들과 그 리듬감은 랩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좋았다. 곡의 진행상 껄렁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치는 그 목소리는 '이 목소리는 누굴까?'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름 세 글자(영어 이름도 세글자) 스윙스를 내게 각인시켰다.

 

내가 아는 건 스윙스라는 이름과 그의 목소리, 그리고 그가 피쳐링 한 몇 곡의 음악이 전부다. 아마 대중들은 스윙스를 더 많이 알지도, 더 모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명확하게 호불호로 가려질 지도 모르겠다. (일단 난 아는 게 많이 없어서 호불호를 따질 입장은 아닌데 거의 무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호'쪽이려나.) 어쨌든 이 책은 내가 잘 모르는 스윙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금 독특하게-

 

이런 책 구성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아니 몇 번 쯤은 봤으려나. 

목차도, 차례도, 소제목도,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없는 그런 책.

그저 짧고 긴 이야기들이 줄줄줄 이어지는 그런 책.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마치 스윙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니면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쯤이랄까.

 

 

 

읽다보면 빨간색 문장에 더 눈이 가는데, 스윙스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곳에 색깔을 달리한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위에 찍어놓은 것처럼 "인간이란 여러 면을 가진 주사위야"라든가 "성숙해진다는 건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당황하지 않는 것" 뭐 이런 것. 툭툭 나온 말들이고 본인도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지 할만큼 스쳐 지나친 문장들인데 곱씹어 보면 좋은 뭐 이런 것들. 이런 것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책이고 여백이 많은 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 (물론 스윙스에 대한 호감이 있다는 전제하지만 말이다.)

 

그냥 스윙스가 자신의 생각을 손이 가는대로 썼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제도 없다. 그러니 소제도 없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세상 그 어떤 이야기든지 담았다. 그 속에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풀려가는 지금의 이야기, 랩을 하게 된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TV 프로그램 이야기 기타 등등. 한 데 묶을만한 카테고리를 정하기도 그렇고 안 정하기도 그렇고. 그래서인가. 글의 새로운 시작에는 꼭 숫자가 붙어 있다. 숫자가 붙어 있지 않은 페이지는 글이 새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앞 페이지와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준은 글 앞에 숫자가 있냐 없냐 정도. 그래서 더 일기장 같다. 사람 냄새가 난다. 킁킁킁킁. 랩퍼가 아니라 그냥 옆집 오빠같은 사람 냄새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랩퍼 스윙스보다 옆집 오빠같은 스윙스가 더 좋은 것 같다. (욕이 난무하고 자음이 남발된다. 'ㅋㅋㅋ'나 'ㅂㅅ'같은 이런 류의 글자를 이런 번듯하고 제대로 된 책에서 보는 느낌은 꽤 묘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자신의 랩을 해석해놓은 이 마지막 부분이다. 자신의 가사들을 쭉 적어놓고 마치 자신이 빨간펜 선생님이나 문학 선생님이 된 것 마냥 해석을 달아놓았다. '나는 이런 가사에서는 이런 느낌으로 글을 썼어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랩퍼 지망생들이 한번씩 봐도 좋을만 하다. 누가 가사를 어떻게 쓰라!고 이야기해주지는 않으니까, 이런 팁을 주면 바로 알아채는 센스쟁이들이 어딘가에 있겠지-

 

 

 

독특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스윙스를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가 꽤나 속이 깊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방황하는 누군가에게는 방황해봤던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은,

그렇지만 욕이 자연스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거침없는

그런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라는 것 밖에는.

(아니 이건 꽤 많이 아는 건가.)

그냥, 이 책은 스윙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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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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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되다"

라는 눈에 띄는 ​카피를 내세운 <한복 입은 남자>라는 소설은 사실과 픽션 사이의 아주 묘한 줄타기를 한 소설이다. 사실 카피만으로 굉장히 궁금해지는 책이다. 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접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으며, 조선과 로마(이탈리아)는 현재에서도 물리적으로도 굉장히 먼데 지금으로부터 600년도 전에 만났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며, 더군다나 스승이라니. 이것이 어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래서 신청했다. <한복 입은 남자>의 사전리뷰단에..! 그리고 사전리뷰단에 선정돼서 PDF 파일로 받아보게 됐다. (사전리뷰단은 종이책으로 나오기 전 교정단계에 있는 PDF 파일을 메일로 받아보고 리뷰를 쓰는 서평단을 의미한다. 이런 사전리뷰단은 이번에 처음으로 신청했던 거라 낯설음이 더 컸다.) 

 

아무래도 책보다 컴퓨터로 글을 읽어야 해서 눈도 더 아프고 속도도 좀 더딘 듯 했지만 그런 단점들이 무색하게끔 내용이 흡입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장영실이라는 조선 최고의 과학자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서양 최고의 과학자와의 만남을 주장하면서 그 사이사이 증거들을 빼곡하게 나열하는 것이 이 책에 쏟은 작가의 노력을 알 수 있었다. 무릇 팩션이라 함은 작가의 상상력이 바탕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세세한 자료 조사가 없다면 상상력을 엮어나갈 이야기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흡입력있는 소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복 입은 남자>는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무리가 없을 만큼 말이다.

 

책은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의 그림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PD 진석이 엘레나 꼬레아라는 유학생을 만나 비망록이라는 책속 비밀을 풀어나가는 게 큰 줄거리이다. '비망록'에는 장영실의 어마어마한 모험이 담겨져 있고, 진석과 그의 친구 강배가 그 비밀을 풀어나간다. (오강배는 진석의 친구이자 헌책방 주인이며 문학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비망록의 모든 번역을 도맡는 인물이다.) 더이상의 이야기는 스포일러성이므로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진석과 장영실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는데, 장영실이 등장하는 부분은 비망록을 번역한 부분인거고 진석이 등장하는 부분은 현실의 이야기인데,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건 "실제로 이랬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과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의 시점이 왔다갔다 할때마다 두 가지의 생각도 교차로 이어졌다. 장영실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에 남아있는 사료에 등장하는 것들이었고, 그것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장영실이 다빈치의 스승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도 사실일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대표적인 과학자로 칭송받는 다빈치의 스승이, 동양보다 서양이 우수하다 느끼는 그 우월감의 존재인 다빈치의 스승이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의 사람이라는 것이 말이다. 서양중심으로 쓰여 있는 역사에 통쾌한 한 방을 먹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읽으면서 흥미진진했다. (물론 장영실의 노년으로 갈수록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짐으로써 얼개가 아주 꽉 짜여져 있지는 않은 느낌을 받긴 하지만 후루룩 읽어버리는 데는 문제 없다.)

 

역사란 우연을 가장하여 때론 치밀한 각본을 만들어내기도 한단 말이야. ㅡ264

 

<한복 입은 남자>의 부제가 '장영실 미스터리'일만큼 장영실 일대기에 관한 내용을 꽤 진득하게 쫓아간다. 사실 한복 입은 남자가 장영실이라는 추측을 기정 사실로 놓고 진행하는 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새삼 잊고 있던 장영실을 재조명하는 계기도 되는 것 같아 색달랐다. 왜 우리는 그동안 장영실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토록이나 세종대의 과학의 꽃을 피웠던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이 책은 장영실의 재발견이라는 명목에서만 보더라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어떤 진리도 처음에는 부정되기 쉽다. 하지만 진리 그 자체가 변화하진 않는다. 그것은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ㅡ511

 

장영실의 삶이 실제로 이리 파란만장 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장영실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는 굉장한 사람이었고, 나아가 모험을 두려워 앉는 사람이었으며,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의 영화화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한다. 책에서 느꼈던 것이 얼만큼 각색되어 눈앞에 펼쳐질 지는 알 수 없지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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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500개 키워드로 익히는 역사상식
휴먼카인드 역사문화연구소 지음 / 휴먼카인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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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부터 어마어마한 이 책. 생각보다 두꺼워서 받아들자마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책 제목이 참 전투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두께 또한 한껏 전투적이라서 이 책은 뭔데 이렇게나 두꺼울까 궁금함이 앞섰다. 책은 하나같이 독자의 신경을 건드리는 전투적임을 갖고 있는 표지들을 갖고 있다. 띠지에는 "역사를 모르는 무식한 국민에게 고함"이라고 적어뒀다. 이건 독자랑 싸우자는건가?란 생각이 들만큼의 강한 어조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사상식은 심각한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알지 못한다고 해도 딱히 사는데 불편하지 않으니 더더욱 몰라도 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안중근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

"야스쿠니 신사는 야스쿠니에 사는 젠틀맨"

"3.1절 이거 삼점일절이라고 읽는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이라면서 언젠가 SBS에서 기획으로 취재했던 기억이 난다. 삼일절을 '삼점일절'로 읽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물론 방송에 나온 청소년들이 대다수인지 극소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만큼의 역사인식이 낮다는 것만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책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그런 문제점에서부터 출발했다.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역사책이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키워드들이 크다랗게 적혀 있다. 어느 페이지를 펴더라도 키워드는 큼지막하게 독자를 맞이한다. '키워드로 익히는 역사상식'이라는 부제는 괜히 붙은 게 아니다. 

 

 

 

모든 페이지가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어느 시대인지 시대구분부터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는 큰 클씨로 키워드가 나오고,

아래엔 키워드의 의미와 설명이 간단하게 되어 있다.

 

이 책이 아주 깊은 역사를 알려준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설명은 없고, 시험에 많이 나오는 중요 단어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페이지에 1개의 키워드만 존재하므로 책을 읽어나가는데 큰 부담감도 없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볼 수도 있다.

 

 

역사가 너무 다가가기 힘들다 생각한다면, 이 책으로 간단한 키워드들부터 익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시작일 것 같다. 더 깊이 공부할수록 따로 키워드들을 익힐 시간이 없고, 키워드들을 제대로 익혀두지 않으면 내용이 뒤죽박죽 되기 쉬우므로, 공부한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읽어본다 생각하고 이 책을 마주하면 키워드들이 결코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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