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윙스가 누군지 잘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기에 자세히는 알지 못할 뿐더러, 힙합은 내가 취향 타는 음악들이 좀 많은데다가 영어 스웩을 찾는 그런류의 힙합은
전혀 관심이 없어서 말이다. (랩퍼들이 내뱉는 허세와 자랑 가득하고 욕설이 난무한 그런 음악들을 내키지 않아할 뿐이지 힙합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힙합도 각자의 컨셉이 여러가지니까..!) 올해 젊은 층에서는 꽤 많은 관심을 끌었던 <쇼 미더 머니>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TV에서 <쇼 미더 머니> 얘기가 나오면 웃을 수가 없다. 뭐 내 상황은 대충 이러하다. 이런 내가 스윙스를 안다는 것?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알아보니 스윙스는 디스의 대명사(?) 던데 (이것도 자세히는 모른다) 난 그 컨트롤 비트 디스전도 관심이 없었던지라 이것도
패스.
하지만 윤종신의 "본능적으로"라는 음악의 랩 피쳐링을 한
사람의 목소리는 안다.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인 랩퍼였다.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Monthly Project를 좋아해서 강승윤이 불러 흥행하기
전의 "본능적으로"부터 아고 있는데, 귀에 콕콕 와서 꽂히는 발음들과 그 리듬감은 랩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좋았다. 곡의 진행상 껄렁하면서도
자신감에 넘치는 그 목소리는 '이 목소리는 누굴까?'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름 세 글자(영어 이름도 세글자) 스윙스를 내게 각인시켰다.
내가 아는 건 스윙스라는 이름과 그의 목소리, 그리고
그가 피쳐링 한 몇 곡의 음악이 전부다. 아마 대중들은 스윙스를 더 많이 알지도, 더 모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명확하게 호불호로
가려질 지도 모르겠다. (일단 난 아는 게 많이 없어서 호불호를 따질 입장은 아닌데 거의 무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호'쪽이려나.) 어쨌든 이
책은 내가 잘 모르는 스윙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금 독특하게-
이런 책 구성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아니 몇 번 쯤은
봤으려나.
목차도, 차례도, 소제목도,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없는
그런 책.
그저 짧고 긴 이야기들이 줄줄줄 이어지는 그런
책.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마치 스윙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니면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쯤이랄까.

읽다보면 빨간색 문장에 더 눈이 가는데, 스윙스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곳에 색깔을 달리한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위에 찍어놓은 것처럼 "인간이란 여러 면을
가진 주사위야"라든가 "성숙해진다는 건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당황하지 않는 것" 뭐 이런 것. 툭툭 나온 말들이고 본인도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지 할만큼 스쳐 지나친 문장들인데 곱씹어 보면 좋은 뭐 이런 것들. 이런 것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책이고 여백이
많은 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 (물론 스윙스에 대한 호감이 있다는 전제하지만 말이다.)
그냥 스윙스가 자신의 생각을 손이 가는대로 썼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제도 없다. 그러니 소제도 없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세상 그 어떤 이야기든지 담았다. 그 속에는 남자와 여자에 대한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풀려가는 지금의 이야기, 랩을 하게 된 이야기, 친구 이야기, 고양이 이야기, TV 프로그램 이야기 기타 등등. 한 데 묶을만한 카테고리를
정하기도 그렇고 안 정하기도 그렇고. 그래서인가. 글의 새로운 시작에는 꼭 숫자가 붙어 있다. 숫자가 붙어 있지 않은 페이지는 글이 새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앞 페이지와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기준은 글 앞에 숫자가 있냐 없냐 정도. 그래서 더 일기장 같다. 사람
냄새가 난다. 킁킁킁킁. 랩퍼가 아니라 그냥 옆집 오빠같은 사람 냄새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랩퍼 스윙스보다 옆집 오빠같은 스윙스가 더 좋은 것
같다. (욕이 난무하고 자음이 남발된다. 'ㅋㅋㅋ'나 'ㅂㅅ'같은 이런 류의 글자를 이런 번듯하고 제대로 된 책에서 보는 느낌은 꽤
묘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자신의 랩을 해석해놓은 이 마지막
부분이다. 자신의 가사들을 쭉 적어놓고 마치 자신이 빨간펜
선생님이나 문학 선생님이 된 것 마냥 해석을 달아놓았다. '나는 이런 가사에서는 이런 느낌으로 글을 썼어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랩퍼 지망생들이 한번씩 봐도 좋을만 하다. 누가 가사를 어떻게 쓰라!고 이야기해주지는 않으니까,
이런 팁을 주면 바로 알아채는 센스쟁이들이 어딘가에 있겠지-

독특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스윙스를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가 꽤나 속이 깊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방황하는 누군가에게는 방황해봤던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은,
그렇지만 욕이 자연스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거침없는
그런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라는 것 밖에는.
(아니 이건 꽤 많이 아는 건가.)
그냥, 이 책은 스윙스 같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