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 추억.시간.의미.철학이 담긴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
홍상만.주우미.박산하 지음 / 꿈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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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게 별 거 있을까.
책을 다 읽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왜 그 공간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는 걸까, 하고. 확실히 현실은 삭막하다. 소통이 중요하다 말을 하고 누구나가 소통하길 원하지만, 막상 소통할 공간을 찾지 못해서 소통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 스마트폰 속 세상에 의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시대다. 그런 것이 익숙해져서 현실의 누군가와 소통할때도 어색해하고, 눈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런 시대- 저자들은 사람을 보고 느끼고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어쩌면 그 삭막함을 날려버리고 조금이나마 행복을 전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에는 21개의 공간들이 나온다. 그 공간들이 무슨 마법을 부린다거나 휘황찬란하다거나 값비싸다거나 하는 곳들은 아니다. 오히려 품을 들이거나(공정여행사) 황당하거나(무인카페) 나눔을 실천하는(열린옷장) 곳들이다. 또한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허름한 누군가의 공방(가게)들도 등장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만약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발을 들이밀고 싶은 그런 곳들. 하나같이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추억. 시간. 의미. 철학이 담긴 공간들"이라는 책의 소개가 책을 처음 받아들 때보다 더 확 와 닿았다.

 

 

 


<열린옷장>은 TV에 출연한 적 있는 공간이어서 유독 눈길이 갔다. 자리잡고 있는 곳은 누군가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만들어질 때부터 따뜻함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유난히 눈에 더 들어왔다. 내가 직접 가서 무언가를 빌리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 취지 만으로도 충분히 있어야 마땅한 공간. 사실 면접 볼 때 꼭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딱히 입을 일이 없는 '정장'은 청년들에게는 계륵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이럴때 잠깐 빌려 입는 것은 저렴하고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쉽게 바꿔 말하자면 마치 이런거다. TV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세탁소 아저씨와 친분이 있는 주인공이 세탁 맡겨져 있는 옷을 잠시 주인몰래 빌려입었던 그런 것의 발전형. 재활용의 좋은 예. 집에 안 입는 정장들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 대학교 졸업할 때나 입학할 때 부모님께 선물로 받았거나, 혹은 너무 오래되었거나, 이젠 내 몸에 맞지 않는다거나, 유행이 지나 촌스러워졌다거나 등등 각각의 사연을 담은 그 정장들이 <열린옷장>으로 들어와 새롭게 탈바꿈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두근거림 위로 하나의 두근거림을 더한다. 그 두근거림들을 늘 들을 수 있는 그 곳. 라디오도 아닌데 무수한 사연이 켜켜이 쌓이는 특이한 공간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숲반> 에피소드는 단연 내 마음을 빼앗아 간 원탑! 에피소드다. 송파구에 위치한 어린이집 <숲반>은 국내 최초의 '숲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숲에서 생활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은 숲으로 '등교'한다. 굉장한 천재지변이 없는 한 아이들은 숲 속에서 생활한다. 울퉁불퉁 길을 걸으면서 평형감각을 익히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자립심을 키우는 유치원. 그저 숲에서 노는 것 뿐이고 커리큘럼은 없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음은 저자와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집중과 몰두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숲반의 원칙"이라는 말이 되게 낯설게 다가왔다. 아이니까 아이라서 간섭하고 대신 이야기해주는 요즘 교육방식과는 180도 다른 교육방식이다.


"오늘은 무엇이 되고 싶어요?"라는 교사의 질문에 "나무요!"라고 아이가 외치는 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가능하다. 자연과 같이 생활하고,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 깨닫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며,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 숲 속에서 뛰어다니면서 노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배우는 곳.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전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들로 생활하며, 조금만 눈을 돌리면 널리고 널린 것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 속에서, 어른들을 좌절로 만든 빈부를 만들어 내어 아이들 간의 괴리감을 만들어내는 현실과는 달리 숲반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가지고 있는 흙을 나누며 함께 뛰어놀고, 할 일이 없는 친구에게 같이 할 일거리(?)를 주는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놀거리는 무궁무진하며 왕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어 지저분해지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자연과 가까이에 있어 병치레도 끄떡없는 뜬뜬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내가 아이도 없으면서 오늘부터 참 탐내게 되는 유치원. 참 인상 깊으면서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책 속에 곳곳 묻어 있어 엄마미소를 짓게 만든 에피소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공간은 누군가가 있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기에 그 공간이 빛날 수 있음이고, 그로 인해서 더 소중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공간이 없다. 그 곳에서 풍기는 '사람냄새' 덕분이다. 너가 있고 내가 있어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 하는 소소한 행복이 존재하는 곳들. 누구를 만나도 좋고 그저 그 곳의 분위기를 즐겨도 좋다. 그냥, 지금 이대로만 여기 소개된 곳들이 유지되고 이런 비슷한 곳들이 하나씩 늘어나다보면 대한민국은 조금 더 사람냄새 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의 가치 + '소통'의 즐거움 = 행복
오늘도 여전히 그곳에서 행복을 만나는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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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블링 나만의 일러스트 플레잉 아트 클래스 2
카모 지음 / 북스토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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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펼친지 어언 한 달 남짓.. 올해는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며보리라 다짐했건만, 여전히 작년과 다름없이 밋밋한 글자들만 자리를 잡고 있다. 곧잘 무언가를 잘 따라 그리곤 하지만 또 묘하게 그림의 균형이나 발란스가 잘 깨지기도 하는 나로서는, 크게 그리는 것보다 작게 그리는 게 더 곤혹스럽다. 그래서 일러스트와 관련된 책들은 한 번씩은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따라그려보려고도 노력한다. 마음대로 잘 안되면 될때까지 해 봐야 하는 거니까..!!


이번에 '북스토리'에서 귀여운 일러스트 관련 책이 나왔다. <만만한 사계절 일러스트>에 이은 일러스트 2탄격으로 근 1년만의 출시다. 사계절 일러스트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번 책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 책도 분명히 내 마음에 쏙 들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꼭 시간 나면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사야지!) 볼펜 하나만으로도 예쁜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꿈같은 이야기인 것도 같은데, 이 책을 보다보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을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그리면 느낌이 달라지는지도 직접 여러개의 일러스트들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 노랑노랑한 책이 일러스트 책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책의 표지처럼 책 안쪽에는 무수한 일러스트 예시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그리고 아래쪽의 노트는 (책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하면 주객이 전도된 듯 하지만 어쨌든) 책과 함께 온 핸드메이드 노트다. 손잡이처럼 달린 단추가 너무 사랑스러운 데다가 천이 주는 까끌한 느낌이 좋아서 자꾸만 손이 가는 그런 노트. 모양은 2가지였는데 랜덤배송이라 나한테는 요게 왔다. 개인적으로는 곰돌이 인형이 있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는데, 여기엔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토끼가 있으니까 이건 이거대로 만족.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고 누구든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1대 1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닌 이상 '아주 쉽게' 따라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순서부터 느낌 노하우들은 활자를 통해서 전달받을 수 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활용법을 친절히 적어두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아주 기본적인 일러스트부터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일단, '볼펜 하나로 그리는 일러스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만큼 볼펜의 종류부터 가르쳐 준다. 어떤 종류의 재질에선 어떤 종류의 볼펜이 잘 그려지고 그림이 삐뚤게 나가지 않는지 경험을 담아서 친절히 설명한다.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준비되었으니 그 다음에는 실천할 차례. 서예를 배울때 신문지에 무수한 직선을 그리기 시작하듯이 이 책도 똑같이 선 그리기부터 시작한다. 직선과 곡선, 도형을 그리면서 그리기에 대한 어색함을 없애고 무언가를 그리기가 익숙해 졌을 때가 일러스트와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특이하게 얇은 종이를 책에 대고 똑같이 그려보라고 말한다.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는데 확실히 혼자서 그리는 것보다 선을 따라 그렸을 때가 일러스트가 가지고 있는 모양의 크기라든지 균형같은 것들을 직접 그리면서 느낄 수 있어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감이 온다. 작가는 뒷쪽에 그려져 있는 것들로 연습하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마음에 드는 페이지마다 종이부터 들이밀고 연습-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점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설명 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눈으로 직접 보고 따라 그리면서 아이와 어른을 그릴때의 차이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책에 담아 놓았다. 동물, 식물, 사람(가족), 인테리어, 파티꾸미기 등 약간만 응용하면 엄청나게 귀여워질 법한 아이템들을 쏟아내 놓았다. 게다가 세세한 디테일들과 더불어 자신이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깨달은 여러가지 팁들을 여기저기서 막막 전해주는데, 이런 것들이 확실히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을 표현할 때 훨씬 도움이 되었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귀엽고 사랑스러운 다이어리의 완성이다. 이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기자기했으면 하는 바람... 열심히 노력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미 노력하고 있으니.
아직은 혼자 그리면 균형이 깨져버려서 많이 속상하기도 하지만, 다이어리에 예쁘게 응용할 수 있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블링블링 일러스트는 책상 한켠에 꺼내두고 자꾸 들춰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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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이야기
이사생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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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을까.
난생 처음, 책을 읽어나가면서 꽤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면서도 신경은 자꾸 쓰이는 책을 만났다.


<금쪽같은 이야기>라는 책은 책의 제목 그대로 저자가 생각하는 '금쪽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 금쪽같은 이야기들은 꽤 친절하게도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고, 읽어나가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을만큼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는 신기한 책이었다. 뭐랄까, 무언가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잡아끄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눈으로 읽어내려가는 글들이 내 눈을 잡아 끄는 듯한 느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얇은 책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얇아서 놀랐고,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후루룩 읽어내려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후루룩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위에 언급한 이유들 때문인지 내 의식 때문인지 뭐 어쨌든- 중간정렬을 통해 글 전체의 모양을 동그란 항아리 모양을 만들어 놓아 시각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가독성은 떨어졌고, 묘한 자문자답으로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는 이 책을 '치료서'라고 했다. 이 책은 어떤 것을 위한 치료서일까. 자신의 마음? 다른 이의 마음? 여기서 등장하는 <그>는 신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책은 신을 믿는 이의 치료서인 것일까. 이사생이라는 저자 이름은 가명인데, 이 사람은 어떻게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인걸까. 한 문장이라도 그냥 읽어내려갈 수 없을만큼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이 책은 좋은 책인 걸까. 기타 등등 읽는동안 자꾸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인 것만은 분명했다.


여러 면에서 참 불친절한 책인 것 같다. 서평을 써보기 위해 3번이나 읽어봤는데도 여전히 작가가 원하고 의도한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 번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들은 몇 발견할 수 있었다. 그저 이 구절들로나마 이 책을 조금은 이해했다고 믿으면서, 이 책을 덮는다.

 

"왜, 아플까?" "아픔은 무엇일까?"
눈뜨면 아프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면 아프다.
무지에서, 망각에서, 깨어나면 아프다.
생각과 감정과 말과 행위의 술에서 깨면 아프다.
다시 더 깊이 잠들면 아픔이 사라진다.
삶은 아픔 위에 지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32쪽)

 

"무엇이 빛보다 빠른가?" 인생이다.
인생은 너무나 빨라서 빛이 들어갈 수도 없는
미래와 영원까지 이미 닿아 있다. (124쪽)

 

삶의 참 <선물>은 미래다.
"누가 현재(present)를 선물이라 하는가?"
"너는, 원치 않은 <선물>을 받고 기뻐할까?"
<미래>로 달려가라, 원하는 <선물>을 골라가라.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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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스케치북 - 컬러링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제롬 메이어비쉬 지음 / 어바웃어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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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른들의 어린이화,라고 해야할까. 광풍처럼 불어닥친 '컬러링북 열풍'. 모든 인터넷 서점들은 색연필과 세트로 묶어서 팔거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입소문과 마케팅의 힘까지 더해져서 앞으로 한동안은 컬러링북 열풍이 계속될 듯 하다. 그래서 나도 한 번은 꼭 색칠해보고 싶었던 컬러링북이다. 맨 처음 등장하다시피 한 '비밀의 정원'부터 책콩에서 굉장히 많이 서평단을 모집했던 여타 컬러링북들까지. 영 나와는 인연이 없는 듯 해 "에잇, 나 컬러링북 안해!!"라는 심보로 컬러링북 서평단은 죄다 넘겼었는데- 다른 컬러링북들과는 또 다르게 다가온 책 한 권, <여행자의 스케치북>.

 

 

 

 

단조로운 패턴이 즐비한, 색칠하다보면 지루한 느낌을 받는다는 여타의 컬러링북들과는 달리- 이 책은 저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여행지의 풍경들을 담아 놓은 책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이 색칠을 할 수 있게 단조로운 명암만을 줬다는 것- 이미 스케치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되어 있으니, 나는 색칠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눈 앞에 세계의 여러 절경들이 펼쳐져 있지만 선뜻 칠하기는 좀 어려웠다. 그래서-

저자가 앞쪽에 예시로 칠해놓은 것을 일단 롤모델로 놓고 모방부터 해보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띈 이 '에펠탑'부터.

 

 

 

 

확실히 롤모델이 있으니 모방하기도 좋고, 왜인지 내 그림실력도 쑥쑥 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붉게 물든 노을 아래서 에펠탑을 바라본 듯 한데, 이 에펠탑에 색을 칠하고 있으니 마치 내가 그 에펠탑을 눈앞에 두고 노을을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뭐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말이다.) 생각보다 색깔도 잘 나왔고, 음영도 잘 나왔다. 그래서 이에 용기를 얻어서 다른 그림들에도 도전해 봤다.

사진을 찾아보고 색을 많이 안 넣어도 되는 것들부터 시작했다. 색칠하고 완성을 해 놓고 보니, 실제의 그 도시의 분위기가 어떻든, 나는 내가 색칠한 이 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 많은 색의 색연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색깔 표현에 애를 먹긴 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잘 해냈다고 만족하는 중. 롤모델 없이도 잘했어!!라면서 토닥토닥.

 

 

 

 

사람들이 컬러링북을 찾는 이유가 '머리가 복잡해서'이다. 이 작은 칸 하나를 색칠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여타 복잡한 걱정거리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복잡해질 생활 속 어른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보면서... 칠하다 보니까 더 그림같이, 사진같이 잘 칠하고 싶어진다. 검색을 해서 그 곳의 여러 모습을 찾아보면서 세계와도 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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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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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서였다. 확실히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지. 맞아, 그래서 자신의 꿈을 투영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욕망을 대신 이뤄주길 바라기도 하지..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아마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이 책은 그런 류의 내용이 아니다. 훨씬 더 무겁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 그들이 힘들고 어렵게 선택한 자리를 꿋꿋이 지켜나가는 이야기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세상 모든 부모들의 이야기는 책 한권으로 엮어도 모자랄만큼 굉장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부모들은 세상에서 '평범'하다거나 '일반적'이라는 범주에 넣지 못하고 심하게는 배척까지 당하는 조금은 다른 이들의 부모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평범'이나 '일반적'이라는 단어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닌 세상에서 정해놓은 일률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인터뷰했던 한 어머니는 <사람들이 늘 <<하느님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주십니다>>같은 조언을 쉽게 던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과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은 선물로 운명 지워진 존재가 아니다. 그 아이들이 선물인 이유는 <우리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거의 기술되거나 그려진 적 없는 바로 그런 선택들을 주목한다. 부모들은 어떻게 그러한 결단을 내리고, 그들의 결단은 자녀와 그들이 속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12쪽) 서문에서 이 글을 보자마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요즘은 뭐든 쉽게 버리고 쉽게 놓아버리는 시대가 아니던가. 이 책은 10여년 간 저자가 인터뷰하고 모은 자료들을 바탕을 쓴 책이기 때문에 아주 최근과는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0여년 전에도 현재만큼이나 많은 것이 쉬웠던 시대라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것이 쉬운 시대에 청각에 장애가 있거나, 자폐를 가졌거나, 다운증후군이나 소인증을 가지고 있다거나, 정신분열증을 갖게 되었다거나 하는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이건 아이의 부모라는 책임감 만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여러 부모들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어떤 것이 진정 아이가 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허둥대고, 잘못된 선택을 해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마음을 졸인다. 무리하게 세상의 틀 속에 집어 넣으려 몰아붙여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이 선택했음에도 남들 앞에 선뜻 드러내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일단 부모도 사람이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 많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좌절하고 힘든 시간들을 아이들과 함께 걸어나가길 희망했다. 아이가 아파하면 곁에서 아파하면서 끝까지 함께 있기를 말이다. 아이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남들과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를 알려주고 또 알려주면서 보살펴주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차라리 어떤 상황이 더 낫겠다'라는 이야기는 내뱉을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온 힘을 다해 버텨내는 이들에겐 더 쉬운 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장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다. '아들'이라는 제목은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장의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 페이지를 할애해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있다. 뒷쪽의 여러 제목들과는 다르게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다른 것이 아닌, '성소수자들'을 자식으로 두고 있는 부모들에게도 같은 시각을 적용했다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니 저자가 생각한 대로 성소수자인 아이들의 부모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다른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같은 입장이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도, 자신의 아이를 변화시키거나 이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상황도 말이다. 저자는 이들을 한데 묶어 '우리의 몸집도 크다'라는 것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수수께끼는 소개된 대부분의 가족들이 피할 수 있었다면 절대로 마다하지 않았을 경험에 대해 결국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94쪽) ​라는 문장을 1장의 마지막쯤에 남겼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부모들이 '결국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들이다.


세세한 예시들이 줄을 잇는다. 저자와 인터뷰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의 세세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로 인해 부모와 아이가 어떤 상황에 놓였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독자에게 충분히 주지한다. 그래서 책이 방대해진 감이 없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부모들의 행동과 관련된 또 다른 사례들을 집어 넣기도 하고 분석하기도 하면서 조금이라도 답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은 309쪽부터 나오는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Holland)라는 이야기에 관한 내용이다. 무려 30년 전인 1987년도에 에밀리 펄 킹슬리가 이야기 한 내용은, 장애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부모들의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는 휴가를 이용해서 이탈리아로 떠나는 멋진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쯤이라고 한다면 출산은 여행지로의 도착으로 치환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이탈리아로 여행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것에 비해 착륙했을 때 승무원들은 이야기 한다.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지만 단지 장소만 다를 뿐이다. 네덜란드에 질병이나 기아나 테러위협이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럴 때는 새로운 여행안내서를 구입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적응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물론 이탈리아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특별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돌아가게 되면 그곳에서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냈는지 하나같이 자랑을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도 원래는 그곳에 가려고 했다. 내가 처음 계획했던 게 바로 그거다" 라고 이야기 한다고-


이 이야기는 부모들의 마음이 정확하게 비유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 막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또한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도와주려는 부모들의 이야기들도 꽤 마음에 깊게 다가왔고, 대체로의 가정들은 정상적인 부모 아래서 장애와 어떤식으로 관련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이므로 부모들도 당황한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어려운 이야기는 전혀 없기에 읽어 나가는데에 무리가 없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가게 되는 저자의 필력도 있다. 두께를 보고 도망치는 사람이 있다면 데려다가 권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가면 책의 두께따위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다리가 저리긴 하지만) 부모의 위대함은 감히 내가 상상하거나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아주 클리셰적인 이야기 또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마 내 주변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케이스라면 그렇게까지 공감은 못했을 텐데, 이 책 속의 부모들과 같은 입장의 '엄마'인 여자를 알고 있다. 내가 언니라 부르는 그녀. 그래서 좀 더 그녀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새삼 그녀가 위대해보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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