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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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이라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노란색의 <보통의 존재>라는 책으로 더 유명한 작가이자 뮤지션이다. 노래보다는 밴드 이름이 더 익숙한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멤버이기도 하고. 글을 주로 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던 <보통의 존재>는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도 내가 산 책 한 권, 선물 받은 한정판 양장본 한 권 총 2권을 갖고 있었더랬다. 물론 같은 책이라 한 권은 다른 이에게 선물했지만 말이다.) <보통의 존재>는 어떤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책이기에 그에 대한 설명은 살짜쿵 패스하지만, 사람들은 이때부터 이석원이라는 작가에게 신뢰를 주었다. 그리고 나또한 그랬다. 그의 첫 소설집이 그렇게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때도, 또 그의 새로운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출간되었을 때도 말이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보통의 존재>로의 회귀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똑같은 산문집이지만, 그의 글과 생각이 주는 묵직함이 있었던 <보통의 존재>와는 달리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소설 같은 글'이 담겨 있는 것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이기 때문이다. 산문집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1인칭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또 어찌보면 1인칭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중간중간 마음 속 이야기인 양 칠해진 보라색 문장들 때문이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색이 다른 글들은 꽤 감성적인 글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의 '남자' 마음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이야기 같으면서도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에게 가 닿으면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평범하지만 감성적인 글. 예를 들면

 

"난 갈수록 사랑을 모르겠어. 어딘가 고장난 걸까."
"고장 아니야.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게 될 걸." (166쪽)

 

"난 니가 좋은 게 좋아."
"어쩌죠. 저도 당신이 좋은 게 좋은데." (221쪽)

 

이 감성적인 글들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 속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것. 맞다. 이 산문집 속의 큰 줄기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 남자 이석원과 '그녀' 여자 김정희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시작되는 일종의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크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부딪혀가며 이야기가 하나씩 전개되고, 그럴 때마다 드러나는 두 남녀 관계의 모호성, 그리고 그 모호성에 대한 해답들은 이 글이 '소설'처럼 느껴지는 큰 이유를 주기도 한다. 전적으로 1인칭 시점으로 되어있는 글이고, 그렇기에 편파적으로 한 쪽의 의견밖에는 들을 수 없는 글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외려 자신의 생각을 적는 산문이지만 산문같지 않은 느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 떨어져 피어나는 것.
누군가 물을 주면
이윽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
ㅡ마음(26쪽)

 

1부는 생각지도 않은 소개팅으로 만나게 된 '김정희'라는 여자와의 만남, 그 하루동안의 이야기다. 소개팅이 잡혔으므로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가 알게된 자신의 이상형이 홑꺼풀의 단발머리라는 이야기부터, 어이없게도 살짝 비켜서 만나게 된 김정희라는 여자와의 만남까지. 그 와중에 '마음'에 대한 이석원의 생각은 참 예쁘다. 예쁘다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마음을 민들레 홀씨에 비유한 이 글은 두고두고 생각날 듯 한 느낌.

 

사근사근한 느낌의 1부가 끝나고 2부로 넘어가면, 갑자기 '불운 올림픽'이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혹시나 이 이야기가 앞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꽤 열심히 읽었는데, 다 읽어보니 1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2부가 끝날 때쯤에는 3부와 4부도 이렇게 다른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했는데, 3,4부는 다시 1부와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도대체 2부는 왜 중간에 끼워 넣은 것일까?라는 생각은 책을 읽어본 모든 이들이 할 테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2부가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니 중간에 열내지 말고 책을 마저 다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쨌든, 3부부터 다시 시작되는 남자 이석원과 여자 김정희의 이야기는 1부의 설렘보다는 답답함이 먼저 다가온다. 아무래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남자의 1인칭 시점으로 쓰인 글이니 여자의 상황은 전혀 알 길이 없고, 그저 남자에게 대하는 그녀의 태도만 단편적으로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일반적이지 않은 희한한 만남을 이어나갔고, 그것은 독자에게도 그리고 이 일반적이지 않은 만남을 쿨하게 인정한 남자에게도 답답할 뿐이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남자는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게 한 번 뿐이기 때문. 사랑도 고통도 하늘도 꿈도 바람도. (192쪽) 이런 말을 되새기며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 뿐.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까지만 가'라고 해서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는 것이던가.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해도 이미 마음을 줘 버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홀로 기억할 때 그 순간은 나만의 것이 된다. (138쪽)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순간을 혼자 기억하거나 바라고 또 바라고 포기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338쪽) 포기하지 않는 것 정도.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 제목은 남자가 여자에게서 들었던 말들 중 가장 좋아하는 '뭐해요?'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이 단어가 문자로 도착하면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언제 들어도 설렜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각해본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란, 누구에게나 주관적인 것인데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을까 라고. 누군가에겐 '밥 먹었어요?'라는 스치듯 지나는 안부 인사가 세상 가장 좋은 말 일 수도,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흔한 배웅말이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일 수 있는데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책 제목은 단순하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었던 '뭐해요?'의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잘 가. 언제 들어도 슬픈 말. (297쪽) 언제 들어도 슬픈 말 쪽을 적어 놓았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가장 현실스러운 이별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책은, 인생을 살아내느냐 아니면 견디느냐에 관한 문제. (339쪽) 라면서 결론적으로 그녀와의 이별에 힘들어하는 본인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는 듯 끝을 맺으려던 맨 마지막,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열린 결말을 두고 마무리가 된다. 에필로그식으로 쓰여진 'au revoir', 프랑스어로 '또 봐요'라는 뜻처럼 말이다.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다라며 작가의 말을 써 놓은 그의 글을 보며,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금방 읽었으며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도 됐었다는 말도 함께. 하지만 가끔씩 쿵하고 박히는 글들은 이번에도 참 좋았다는 말도 함께 말이다. 아마도 다음 이석원의 글 또한 나는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책을 덮는다. 'au revoir'를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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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김홍탁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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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에 대해 이야기 하기 이전에, 김홍탁이라는 사람을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는 것부터 이야기해야 겠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광고인인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대학생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다 읽은 후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미루어 보아 그가 광고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책 날개에 적힌 그의 약력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명하고 알려진 사람이었더라) 솔직히 책을 고를 때 '저자의 이력'은 내 관심 밖이다. 이공계를 졸업했건 예술계를 졸업했건 그것이 '글'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책은 컨텐츠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정말 시덥잖은 흔한 이야기들을 나열한다면 읽다가 금방 내팽겨쳐 버릴테니 말이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이 있었던 것은 꽤나 많은 뜻이 들어 있을 것 같았던 책의 제목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라는 것, 그리고 몇 문단 밖에 안되는 책 미리보기였다.


책 소개에 등장하는 책 미리보기 속에 발췌되는 글들은 아주 짧은 글들이다. 불과 대여섯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글. 하지만 그 글들을 읽고 나서 책 속에 담긴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100가지나 되는 이야기들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짧은 글들 속에서 느껴지는 생각들이 나머지에는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지. 그리고 예상대로 역시나. 처음부터 '본질'이란 것을 꿰뚫어 보는 내용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앞으로는 어떤 날카로움이 숨어 있을까 두근두근하게 됐다.


애초에 작가는 '이 글은 그동안 우리의 생각에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서, 혹은 우리 문화의 생태계에서 부족했다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단상입니다.' 라는 문장으로써 못박아 두었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은 핑크빛이나 예쁘기만 한 것들이 아니고 아름답지 않더라도 어떤 미화를 하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 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라는 그의 또 다른 문장 속에는 그런 것들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365일을 꽉꽉 채워 행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본질에서 벗어난 어리석음과 어이없음으로 마음이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에서 시작해 봅시다. 삶의 '질'을 높여 봅시다. (7쪽)


사실 <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는 제목은 책에 등장하는 100가지 이야기 중 하나의 제목이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요약하면, 우리가 금반지를 볼 때 눈앞의 반짝임에 가려져 '금'에 포커스가 맞추곤 하는데, 금반지에서 중요한 것은 금이 아니라 '반지', 그러니까 손에 끼워지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된 이야기만 보더라도, 왜 이 이야기의 제목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이야기와 제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도 이야기 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겪으면서 생각하게 됐던 것들도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광고와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경제나 문화와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어떤 것이든 주객전도 되어버린 것들에 대한 짧은 생각들이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들이라 100가지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추린 것이기에 글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았던 까닭이었겠지만, 그 짧은 분량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해 내는 데 능숙한 저자의 글솜씨는 새삼 감탄스럽다. 짧게는 2페이지, 길게는 5페이지 사이의 이야기 속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옳은 이야기는 아니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라고 독자에게 묻는 느낌도 난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인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만이 그것을 해결한다. 빈티지는 단지 낡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물 또는 어떤 집단의식이 가지고 있는 시간의 총량이자 축적된 가치다.
빈티지 감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시간의 가치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주는 감동 또한 영원하기 때문이다.
ㅡ빈티지의 가치 (20-22쪽)


내 온몸의 감각으로 부딪힌 체험들이 훌륭한 멘토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나에게 셀프 모티베이션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동력은 셀프 모티베이션이다. 그것은 그 무엇도 당할 수 없는 강력한 동인이자 추진력이기 때문이다. 셀프 모티베이션은 몇몇 귀에 감기는 달콤한 얘기로는 결코 얻어지지 않는다. 결국 나의 멘토는 나 스스로 부딪쳐 얻게 되는 낯선 체험과 그것을 통해 자가발전하는 에너지의 총합인 것이다.
ㅡ멘토 (132쪽)


남을 의식하지 않을 때 자유로워진다.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남 창피해서 어떻게 사느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내 두 발로 뛰어 얻은 교훈이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주위의 모든 사람과 함께 똑같이 교육받은 내용은 레퍼런스일 뿐이다. 타인의 눈에 보기 좋으라고 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남과 같아야 마음이 놓이는 건 잘못된 습관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 인생에 해법을 줄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유일자로 태어났다.
ㅡ우리 모두는 원본으로 태어났다 (299쪽)


고개를 끄덕이기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것과 알고 있으면서 직시하는 것. 저자는 후자를 택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아마 그의 글은 누군가에게는 명쾌한 해답이 될 수도 있겠고, 틀렸던 생각을 바로잡을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기도 했을테다.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본질만을 좇으며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본질을 좇으면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처한 상황에서 본질을 놓친 채 엄한 것들에 힘을 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남녀노소가 있듯이 게이는 그저 게이일 뿐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다. 인정하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무관심하시라.
ㅡ커밍아웃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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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 음악평론가 최은규의 클래식 감상법
최은규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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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즐길 수 있을만큼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TV 속 드라마나 광고에서 자주 사용되어 익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얼굴말 알고 있는 동창처럼, 멀고도 가깝기에 다가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익숙한 음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이야기고, 호감은 일종의 업텐션을 만들어 고도의 집중력을 부여하기도 하니까. 얼굴만 알고 있는 동창과 이야기 하다 생각보다 맞는 부분이 많아서 놀라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여전히 클래식에 다가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역사, 그리고 남의 것인 것만 같은 그들만의 용어들, 클래식만이 가진 의식과 예절 등이 그 예이다. 모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특성도 한 몫 한다. 하지만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라는 책에서는 클래식이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겐 당연한 일이 타인에겐 몹시 궁금하고 신비로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6쪽) 는 저자의 깨달음이 클래식을 정말 하나도 모르는 사람조차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총 5장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 중 1장과 2장은 클래식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초급' 수준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오케스트라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 악기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과 악기들의 매력들을 설명해 준다. 일반인들은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다른 점을 들어도 들어도 잊어버리지 않나. 이 책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물어봄직한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플루트는 금관으로 되어 있는데 왜 목관악기에 편재되어 있는지까지 말이다. (플루트는 본래 목관악기지만 금관으로 만드는 것이 소리가 더 좋아 요즘에는 대부분 목관 플루트는 사용하질 않는다고 한다.) 대충은 알고 있었거나 혹은 처음 아는 내용이거나. 악기들을 누군가가 세세하게 설명해 준 적이 없어서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한층 악기들과 친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독주악기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각각의 독주악기들이 독주연주를 할 때의 느낌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바이올린은 로맨틱한 음악에서 돋보이고, 비올라와 첼로는 용서와 사랑의 이미지에 가깝다는 이야기 등- 악기가 가진 이미지를 쉬운 비유로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상상만으로도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싶다. 저자의 설명 중 꼭 들어보고 싶었던 독주는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의 호른의 소리, 그리고 <윌리엄 텔> 서곡의 첼로 독주의 소리.

 

 

 

 

 

2장은 클래식 용어를 풀이해 주는 장이다. 카덴차라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부터, 세레나데와 쇼팽의 녹턴으로 유명한 녹턴, 협주곡, 교향곡, 서곡과 전주곡, 주제와 변주, 푸가까지. 오케스트라로 연주할 수 있는 방식들은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모두 해 준 것 같은 느낌이다. 이론이 길어지면 어렵겠지만, 길어지지 않게끔 적당한 때에 자르면서도 각각의 용어들이 유래된 단어부터 시작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를 간단하면서도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3장은 유명한 작곡가들의 작곡 이야기와 명곡들 이야기로 꾸며진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3장인데, 비발디와 베토벤과 바흐와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차이콥스키와 베르디와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와 베르디와 브람스까지. 살면서 한 번은 들어본 적 있는 작곡가들의 이름이 전부 여기 모여 있었다.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말이다. 그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들부터 시작해서, 그 악보를 연주했던 음악가가 했던 이야기, 그리고 당대의 평가와 함께 저자의 풍부한 이야기들, 가장 중요한 곡의 느낌과 묘사들까지. 이 부분을 읽는다면 어디가서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자랑할 수 있을만큼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장은 저자가 다른 매체에 기고했던 에세이를 다듬어서 실은 부분이다. 클래식에 대해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 읽는 글들이라 자체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완성의 곡들에 대한 소개라든가 '편곡'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은 되게 새롭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의 변천사라든가 장조와 단조 음악의 차이라든가 약음기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이제까지 피아노를 오래 치긴 했지만 교향곡이 실내악버전으로 편곡되어 피아노버전이 나와 있다는 얘기는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또한 피아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약음기가 다른 현악기나 금관악기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도. 오케스트라에서 호른 주자가 벨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약음기 역할을 한다는 것도 말이다. 확실히 앞선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약음기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은 내가 어떤 느낌인지 알아서 인 것 같다는 생각 잠깐.

 

 

 

 

어렵지 않다. 확실히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악기를 전혀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관심만 있으면 될 뿐이다. 무슨 주기처럼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베토벤 바이러스>때가 그랬고, <노다메 칸타빌레>가 그러했다. 그리고 클래식과 관련한 <밀회>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 리메이크판인 <내일도 칸타빌레>가 방영되기도 했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서 듣는 OST들을 즐겨 듣는 편인데, 그럴때마다 가까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좀 더 내 귀에 듣기 좋은 곡들을 더 찾아듣는 편이다. 조금은 편식이 심하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클래식에 맛을 들이라 했다!!) 앞으로도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클래식 소재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나의 관심도 한시적은 아닐 테다. 그러니 이 참에 클래식과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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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 삶의 관점을 바꿔주는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찾은 인생의 해법!
변지영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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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를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철학자 누구라 해도 내가 관심을 가졌겠냐마는, 그나마 교육철학자들은 조금 아는 편이다. (전공은 무시할 것이 못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교육에 관한한 조금일 뿐이고, 철학이란 학문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딱 잘라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정답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를 손에 쥘 때만 해도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이름보다는 제목에 더 마음이 끌렸다. 현대 젊은이들은, 그리고 그에 속하는 나는, 현실에서 방황하고 끊임없이 '나'를 찾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목표를 위한 것이든 아니면 목표가 없는 것이든 자신을 찾고 싶어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얻을 것이 있나 기웃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작가는 책의 시작에서 '불안'을 이야기 했다.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불안하다는 그 불안의 원인이 집단의 힘과 속도,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문화 속에서 살면서 '나'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렇기에 사회가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을 때에만 평온할 수 있으며, 행여 그 역할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불안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불안은 단순히 노후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만은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같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단계는 생략한 채 정해진 기간 안에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후유증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항상 뭔가를 해야만 했던 무수한 날들의 보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쪽)

우리는 모두 자신의 진정한 욕구,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무척이나 미숙하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결과적으로 '미숙한 개인'이다. (10쪽)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테다.


이 시대의 불안을 녹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이다. 내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 그것을 배울 수 있는 철학을 평생 연구한 사람이 쇼펜하우어다. (12쪽)

작가는 쇼펜하우어의 책 속 글들을 인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는 쇼펜하우어의 책을 전부 다 읽으면서 철학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간단하면서도 꽤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철학이 무언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이라도 전혀 두렵지 않도록 책을 구성했다.

 

 

 

 

일단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책 속의 10개의 주제에 나뉘어 드러나는데, 그 철학들이 하나같이 어렵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라 읽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다.

* 어릴 때에는 삶을 이끄는 중대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우렁찬 드럼과 트럼펫 소리를 동반하며 등장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그런 일이나 인물들 모두 아주 조용히,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뒷문으로 살짝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8쪽)

* 과거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 관련성이 없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이고 실제다. (102쪽)

* 비참해지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더 행복해지겠다고 발버둥치며 고군분투하는 것보다는 즐거움과 행복, 재산과 사회적 지위, 명예 등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글어내리는 것이 한결 바람직하다. (148쪽)


책을 읽다보면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는 참... 인생을 냉철하게도 바라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밝고 기쁜 내용보다는 너무도 냉정한 이야기들만 전부 쏟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사람에게 삶이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그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 현실로 눈을 돌려 자신이 잘하는 것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보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노력하는 것- 찾아보니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페시미즘의 대표 철학자였더라.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하는 말들이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다 맞는 말 뿐이어서 읽으면서도 씁쓸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쇼펜하우어의 말에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다. 작가만의 시선으로 쇼펜하우어의 글을 발전시키기도,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것을 읽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읽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면, 작가의 말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경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생각하고 또 다른 것을 발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험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작가는 '경험이 많아도 여전히 어리석다면'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222쪽) 단 한 마디로 정리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이 신선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 마디로 문장을 정리할 때면 일러스트들이 함께 실리곤 하는데, 일러스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러스트 작가가 작가의 단 한 마디를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 냈기 때문에 작가의 한 마디가 임팩트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림 퀄리티도 너무 좋아서 한 번 보는 것보다 여러 번 보면 처음에는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러스트다. 숨어 있는 뜻이 많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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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가 쓴 문장 그리고 작가가 새로 더한 문장들까지 함께 읽다보면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 확신한다. 오랜만에 진득하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나온 것 같다. 철학책도 아닌 것이 자기계발서도 아닌 것이 묘한 느낌의 책이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주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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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히는 말, 팔리는 말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장은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따라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책들이 많아졌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책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있다는 뜻일 테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어느정도는 관심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허구 많은 책들 중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건 책에 담긴 내용이 '글'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문장'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글과 문장은 차이가 있다. 글은 흐름이 중요하지만 문장에는 흐름보다는 다른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선보이려 하는 것은 '심장에 각인되는 한 줄'에 대한 이야기다.


의외로 '한 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이 광고의 카피 한 줄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무심코 적은 한 줄이 상품의 판매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한 줄'은 글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말했지만, 나는 책을 선택할 때 제목부터 먼저 보는 편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테지만 말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책 소개를 보고 책을 선택할지 말지 고민한다. 그러니까 내게 선택되는 책들은 먼저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거나 무언가가 좋게 와 닿았다거나, 어찌됐든 내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책 <꽂히는 말, 팔리는 말> 또한 제목에 호기심이 일었고 책 소개를 보고 끌렸다. 이렇게 책의 제목을 정하거나 글의 제목들이 큰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 꽂히는 문장에서 핵심은 헤드라인이다. 헤드라인은 광고뿐 아니라 기획서나 메일을 쓸 때도 필요하다. 헤드라인의 힘만으로 물건이나 아이디어가 팔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33쪽)

- 만약 헤드라인에서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헤드라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35쪽)


책에서는 일단 1장에서 헤드라인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뒤, 3장에 헤드라인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따로 적어두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한 줄'이라는 것은 헤드라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것은 블로그와 SNS의 한 줄에 대해 설명한 4장이었지만, 가장 도움이 많이 될만한 것을 고르라면 3장을 고를 만큼 헤드라인을 만드는 여러가지 많은 방법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들어있다. (무려 14가지의 법칙을 설명하며 헤드라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헤드라인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책에는 간단하지만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법칙'들을 설명하고 있다. 1장부터 4장까지 총 61개의 법칙이 등장하는데, 그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어렵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쉽다. 마케팅과 광고 쪽에서 필요한 내용들일 거라 예상하고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저자의 말에 격한 동의를 하고 있는 내가 남았을 뿐이다. 2장에는 꽂히는 문장을 만들기 위한 법칙들이 구체적으로 주르륵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 법칙들을 설명함에 있어 여러가지 예시들을 들어 놓으면서 '당신이라면 어떤 것이 더 좋겠나?'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내어놓는다. 블렛, 시즐 등의 나름 전문적인 용어들(하지만 어렵지는 않은)이 등장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고려하면서, 가능한 단순하게, 중요한 것은 반복하는 것이 좋고, 최대한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들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기획서를 쓰거나 마케팅을 당장 할 일이 없는 내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는 56번 법칙, '온라인에 필요한 보기 좋은 구성'이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웹상에서의 시선은 'F자'를 그린다고 한다. 즉 모든 행을 좌측에서 우측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며 우측 끝부분까지 읽는 건 첫줄이나 둘째 줄 정도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첫 몇 행을 읽고 나서 웹상의 좌측 문자를 훑듯이 내려가고, 또한 시각적으로 눈을 끄는 소제목 등을 조금씩 읽으면서 좌측을 향해 따라 내려가는 식이다. (215-216쪽)

이 글은 블로그를 하고 있는 내게 꽤나 필요한 이야기였다. 문단을 나누고,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이야기를 적는 내 본래의 포스팅 방식은 웹상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고 말이다. 앞으로 지금의 방식을 고수할 지 고치게 될 지는 알 수 없으나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꽂히는 말, 팔리는 말의 핵심은 바로 상대 중심적인 사고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그들의 언어로 전달할 때 비로소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6쪽)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줬지만,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처음 '시작하며'부터 1장,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 '상대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계속 해왔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에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 하다.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문장을 쓰는 것도 사람을 마음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니 말이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법칙들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든 그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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