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 음악평론가 최은규의 클래식 감상법
최은규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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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즐길 수 있을만큼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TV 속 드라마나 광고에서 자주 사용되어 익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얼굴말 알고 있는 동창처럼, 멀고도 가깝기에 다가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익숙한 음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이야기고, 호감은 일종의 업텐션을 만들어 고도의 집중력을 부여하기도 하니까. 얼굴만 알고 있는 동창과 이야기 하다 생각보다 맞는 부분이 많아서 놀라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여전히 클래식에 다가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역사, 그리고 남의 것인 것만 같은 그들만의 용어들, 클래식만이 가진 의식과 예절 등이 그 예이다. 모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특성도 한 몫 한다. 하지만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라는 책에서는 클래식이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겐 당연한 일이 타인에겐 몹시 궁금하고 신비로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6쪽) 는 저자의 깨달음이 클래식을 정말 하나도 모르는 사람조차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총 5장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 중 1장과 2장은 클래식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초급' 수준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오케스트라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 악기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과 악기들의 매력들을 설명해 준다. 일반인들은 비올라와 바이올린이 다른 점을 들어도 들어도 잊어버리지 않나. 이 책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물어봄직한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플루트는 금관으로 되어 있는데 왜 목관악기에 편재되어 있는지까지 말이다. (플루트는 본래 목관악기지만 금관으로 만드는 것이 소리가 더 좋아 요즘에는 대부분 목관 플루트는 사용하질 않는다고 한다.) 대충은 알고 있었거나 혹은 처음 아는 내용이거나. 악기들을 누군가가 세세하게 설명해 준 적이 없어서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한층 악기들과 친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독주악기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각각의 독주악기들이 독주연주를 할 때의 느낌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바이올린은 로맨틱한 음악에서 돋보이고, 비올라와 첼로는 용서와 사랑의 이미지에 가깝다는 이야기 등- 악기가 가진 이미지를 쉬운 비유로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상상만으로도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싶다. 저자의 설명 중 꼭 들어보고 싶었던 독주는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의 호른의 소리, 그리고 <윌리엄 텔> 서곡의 첼로 독주의 소리.

 

 

 

 

 

2장은 클래식 용어를 풀이해 주는 장이다. 카덴차라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부터, 세레나데와 쇼팽의 녹턴으로 유명한 녹턴, 협주곡, 교향곡, 서곡과 전주곡, 주제와 변주, 푸가까지. 오케스트라로 연주할 수 있는 방식들은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모두 해 준 것 같은 느낌이다. 이론이 길어지면 어렵겠지만, 길어지지 않게끔 적당한 때에 자르면서도 각각의 용어들이 유래된 단어부터 시작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를 간단하면서도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3장은 유명한 작곡가들의 작곡 이야기와 명곡들 이야기로 꾸며진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3장인데, 비발디와 베토벤과 바흐와 모차르트와 하이든과 차이콥스키와 베르디와 멘델스존과 슈베르트와 베르디와 브람스까지. 살면서 한 번은 들어본 적 있는 작곡가들의 이름이 전부 여기 모여 있었다. 그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과 함께 말이다. 그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들부터 시작해서, 그 악보를 연주했던 음악가가 했던 이야기, 그리고 당대의 평가와 함께 저자의 풍부한 이야기들, 가장 중요한 곡의 느낌과 묘사들까지. 이 부분을 읽는다면 어디가서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자랑할 수 있을만큼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장은 저자가 다른 매체에 기고했던 에세이를 다듬어서 실은 부분이다. 클래식에 대해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 읽는 글들이라 자체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완성의 곡들에 대한 소개라든가 '편곡'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은 되게 새롭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의 변천사라든가 장조와 단조 음악의 차이라든가 약음기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이제까지 피아노를 오래 치긴 했지만 교향곡이 실내악버전으로 편곡되어 피아노버전이 나와 있다는 얘기는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또한 피아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약음기가 다른 현악기나 금관악기들에서도 가능하다는 것도. 오케스트라에서 호른 주자가 벨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약음기 역할을 한다는 것도 말이다. 확실히 앞선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약음기에 대해 관심이 가는 것은 내가 어떤 느낌인지 알아서 인 것 같다는 생각 잠깐.

 

 

 

 

어렵지 않다. 확실히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악기를 전혀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관심만 있으면 될 뿐이다. 무슨 주기처럼 '오케스트라'와 관련된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베토벤 바이러스>때가 그랬고, <노다메 칸타빌레>가 그러했다. 그리고 클래식과 관련한 <밀회>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 리메이크판인 <내일도 칸타빌레>가 방영되기도 했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서 듣는 OST들을 즐겨 듣는 편인데, 그럴때마다 가까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좀 더 내 귀에 듣기 좋은 곡들을 더 찾아듣는 편이다. 조금은 편식이 심하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클래식에 맛을 들이라 했다!!) 앞으로도 대중매체에서 다뤄지는 클래식 소재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나의 관심도 한시적은 아닐 테다. 그러니 이 참에 클래식과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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