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 삶의 관점을 바꿔주는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찾은 인생의 해법!
변지영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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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를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철학자 누구라 해도 내가 관심을 가졌겠냐마는, 그나마 교육철학자들은 조금 아는 편이다. (전공은 무시할 것이 못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교육에 관한한 조금일 뿐이고, 철학이란 학문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딱 잘라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게 정답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를 손에 쥘 때만 해도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이름보다는 제목에 더 마음이 끌렸다. 현대 젊은이들은, 그리고 그에 속하는 나는, 현실에서 방황하고 끊임없이 '나'를 찾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목표를 위한 것이든 아니면 목표가 없는 것이든 자신을 찾고 싶어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을 보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얻을 것이 있나 기웃거리게 된다고나 할까.


작가는 책의 시작에서 '불안'을 이야기 했다.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불안하다는 그 불안의 원인이 집단의 힘과 속도,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문화 속에서 살면서 '나'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렇기에 사회가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을 때에만 평온할 수 있으며, 행여 그 역할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불안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겪고 있는 불안은 단순히 노후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만은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같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단계는 생략한 채 정해진 기간 안에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후유증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항상 뭔가를 해야만 했던 무수한 날들의 보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쪽)

우리는 모두 자신의 진정한 욕구,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데 무척이나 미숙하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은 결과적으로 '미숙한 개인'이다. (10쪽)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테다.


이 시대의 불안을 녹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이다. 내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 그것을 배울 수 있는 철학을 평생 연구한 사람이 쇼펜하우어다. (12쪽)

작가는 쇼펜하우어의 책 속 글들을 인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는 쇼펜하우어의 책을 전부 다 읽으면서 철학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간단하면서도 꽤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철학이 무언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이라도 전혀 두렵지 않도록 책을 구성했다.

 

 

 

 

일단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책 속의 10개의 주제에 나뉘어 드러나는데, 그 철학들이 하나같이 어렵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라 읽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다.

* 어릴 때에는 삶을 이끄는 중대한 사건이나 인물들이 우렁찬 드럼과 트럼펫 소리를 동반하며 등장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그런 일이나 인물들 모두 아주 조용히,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뒷문으로 살짝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8쪽)

* 과거나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 관련성이 없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이고 실제다. (102쪽)

* 비참해지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더 행복해지겠다고 발버둥치며 고군분투하는 것보다는 즐거움과 행복, 재산과 사회적 지위, 명예 등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글어내리는 것이 한결 바람직하다. (148쪽)


책을 읽다보면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는 참... 인생을 냉철하게도 바라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밝고 기쁜 내용보다는 너무도 냉정한 이야기들만 전부 쏟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이 사람에게 삶이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그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 현실로 눈을 돌려 자신이 잘하는 것고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보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노력하는 것- 찾아보니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페시미즘의 대표 철학자였더라. 하지만 쇼펜하우어가 하는 말들이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다 맞는 말 뿐이어서 읽으면서도 씁쓸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쇼펜하우어의 말에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다. 작가만의 시선으로 쇼펜하우어의 글을 발전시키기도, 독자에게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그것을 읽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문장을 읽는 것보다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면, 작가의 말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경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생각하고 또 다른 것을 발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경험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작가는 '경험이 많아도 여전히 어리석다면'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222쪽) 단 한 마디로 정리되는 쇼펜하우어의 문장이 신선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 마디로 문장을 정리할 때면 일러스트들이 함께 실리곤 하는데, 일러스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러스트 작가가 작가의 단 한 마디를 감각적으로 잘 표현해 냈기 때문에 작가의 한 마디가 임팩트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림 퀄리티도 너무 좋아서 한 번 보는 것보다 여러 번 보면 처음에는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러스트다. 숨어 있는 뜻이 많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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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그가 쓴 문장 그리고 작가가 새로 더한 문장들까지 함께 읽다보면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 확신한다. 오랜만에 진득하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나온 것 같다. 철학책도 아닌 것이 자기계발서도 아닌 것이 묘한 느낌의 책이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주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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