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 윤선디자인의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정윤선 지음 / 길벗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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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는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무엇이든 손으로 하는(만드는) 열풍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혼자서 '손글씨'를 잘 쓰는 것에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많은 캘리그라피 책을 산다 한들, 그를 열심히 따라 쓰는 노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테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부단한 노력을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워크북' 혹은 '라이팅북' 형식의 손글씨 책들이 눈에 자주 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엮어 놓았으므로, 따라 쓰면서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연습장 형태인 것이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저자 정윤선은, 이전부터 내가 블로그 구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포토샵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좋을 팁들이 가득 담겨 있는 폴더가 있어서 자주 찾아다니던 터였다. (포토샵 책을 내기도 한 그녀다.) 그런데 그 블로그에 어느날 '캘리그라피 책이 나왔어요'라는 포스트가 뜨더니, 그 책이 지금은 캘리그라피 분야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책 이름은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이번엔 그 여세를 모아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형태로 책이 나왔다.

 

 

그녀의 블로그에 가서 몇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는건데, 작가가 주로 하는 캘리그라피는 먹과 먹물과 붓으로 하는, '붓'의 알 수 없는 방향성과 '먹물'의 자유로움으로 만들어진 한 편의 작품 같은 캘리그라피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렇게 붓과 먹물을 휴대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으니, 이전 책은 캘리그라피 입문자들에게 차근차근한 설명으로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나 소소하게 손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책이었다. 나도 일상생활에서 펜으로 혹은 만년필 등으로 간단하지만 멋드러진 손글씨를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구매했었는데, 자신의 손글씨를 캘리그라피로 발전시키는 방법 등은 유용했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붓을 이용한 캘리그라피는 실천해 보기가 약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라이팅북은 손글씨를 쓰는 주체를 딱 2가지로 한정했고, 그 2가지는 일반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문구용품'들인 납작펜과 붓펜이다.


글씨를 쓸 수 있는 주체가 굉장히 간단해서 일단 구매부터 했다. 책 속에는 저자가 책을 쓸 때 썼던 제품들 이름을 정확히 밝혀 두고, 사진도 함께 있기 때문에 구매할 때 도움이 되었다. 캘리그라피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쿠레타케 붓펜'은 알파에서 6700원 정도에 구매했고, 'ZIG 납작펜'은 오프라인에서 못찾아서 온라인으로 3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사고 보니 ZIG 펜도 쿠레타케 붓펜을 만든 회사와 같은 회사더라. 책 속의 사진과 납작펜의 사진이 조금은 달랐지만 기능상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으니 쿨하게 패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일단 붓펜과 납작펜을 사용할 때 알아야 하는 팁 같은 것을 5~6개 정도 알려준다. 어떻게 쓰면 글씨에 리듬감이 생길 수 있는지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팁이란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몰랐다면 꽤 밋밋했을 것 같은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10개 정도의 단어를 따라쓰게 만들면서 붓펜과 납작펜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 단어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따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쉽게 한 번에 저자가 의도한 느낌을 낼 수 있지는 않다.) 그리고 책 제목이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된 이유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담긴 30개의 글귀들이 차례대로 저자의 캘리그라피와 함께 예쁘게 꾸며져 있다. 왼쪽에는 저자의 완성 작품이, 오른쪽에는 흐릿하게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빈 종이가 등장한다. 캘리그라피를 많이 보면서 가질 수 있는 건 글을 배치하는 능력이나 비율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저자의 캘리그라피를 본따서 직접 써 보면서 그 느낌을 가늠할 수 있는 점이 꽤 익숙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에 함께 붙어 있는 부록 CD로 똑같은 글귀를 마음껏 출력해서 써 볼 수 있도록 배려 또한 잊지 않은 것도 장점.

 

 

아무래도 직접 붓펜을 가지고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농도 조절이라든지 글씨체 조절이라든지 획의 굵기 조절이라든지가 쉽지 않았다. 저자가 말한대로 눕혀서 썼는데도 불구하고 끝이 뾰족해진다거나 갈라진다거나. 헤매기도 많이 헤맸는데 이것들은 한 두번 한다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납작펜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에 사용하는 펜들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잘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납작펜은 경사가 없이 납작한 펜이라 손에 익숙해지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획의 굵기를 조절하는게 붓펜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서 많이 헤맸다. 그렇게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낸 붓펜과 납작펜 손글씨. 저자의 손글씨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뿐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실망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얼추 비슷해 졌을 때의 만족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모르지 싶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뭐.. 처음이니까.

 

 

휴대할 수 있는 펜들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거나 힘이 안 들어가면 원하는대로 글씨가 나와주지 않으니까. 예전부터 글자의 비율이나 배치들로 인해서 캘리그라피처럼 보이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따라 써보면서 배치하는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 때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서 따라 쓰면서 손으로 직접 만든 카드를 전해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마음을 전하기 어렵다면 열심히 연습한 손글씨로 슬쩍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손글씨 연습이 필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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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 위대한 실패 vs. 위험한 실패, 성공한 기업들만 아는 말할 수 없는 비밀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1
윤경훈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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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이라고 적힌 표지를 펼치면 제일 먼저 보이는 프롤로그. 프롤로그에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등장한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저마다의 실패담을 자랑하는 기업가들의 모임 failcon. 저자는 이 모임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벤처기업가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투자자들과 후배 벤처기업가들에게서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발견한 듯 했다. 저자는 이 모임의 가치를 Pay it forward 라고 정의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든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뜻'으로, 알기 쉽게 말하면 기업가들이 실패를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실패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9쪽)


우리가 잘 아는 명언으로 하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사자성어로 한다면 타산지석, 반면교사 정도일 내용을 담고 있는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은 저자의 말마따나 '실패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군가의 실패를 통해서 내가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것. 비슷한 이유로 당할 수도 있었을 실패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 누군가의 실패를 보면서 그런 예방이 가능하냐 묻고 싶겠지만, 가능하다. 비슷한 직종이라면, 아니 비슷한 직종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선두로 나서는 그룹이 있다면 후발로 좇는 그룹도 존재한다. 선두하는 그룹이 무조건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놓친 부분에서 그리고 그들의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모두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하지만 사실 대한민국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나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많아 '이 기업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가 덧붙인 그 기업들의 전성기 시절 위상을 알고보니 절로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그룹들이었다. '아니 이렇게나 대단한 그룹들이 어떻게 위기를 맞고 실패를 맞게 된 건지?'란 의문이 너무도 당연하게 피어올랐고, 그들이 실패를 맞게 된 이유는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에 소개된 그룹의 수 만큼이나 다양했다. (저자가 카테고리별로 묶기는 했지만, 실패의 '이유'가 제각각이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코닥, 샤프, 스타벅스, 도시바, 트위터, 코치, 레고, 아베크롬비, BBC 등등 내가 알고 있는 그룹만 벌써 10개 가까이 된다. 이 그룹들이 모두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그룹들이라는 게 새삼 놀라웠다.


코닥은 2012년 파산했는데, 그 이유는 기존 카메라 시장의 틀을 지키고 그러한 틀 안에서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이 자신의 회사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9쪽) 샤프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큰 액정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적자 경영난에 빠졌다. 저자는 코닥과 샤프의 상황을 통해 시장을 이끌며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의 판을 새로 짰던 기업들이 '혁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하고, 혁신에 내제된 실패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않은 채 기술에 대한 자만과 과신은 멀리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아베크롬비는 '뚱보는 우리 옷 입지마'라는 발언, 장애를 가진 직원의 보직 이동, 아프리카계 미국 남자직원의 해고 등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최고경영자와 그룹의 행동에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스타벅스는 눈앞의 단기이익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베이커리 브랜드 라블랑제와의 협업에서 손을 놓은 행동에서. 두 그룹의 최고 경영자들의 순간의 선택이 바꿔놓은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도 한다.

또한 트위터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수익구조나, 코치의 '저렴한 사치품'이라는 전략에서 필수적인 생산량 절감을 위한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 등의 선택, BBC의 방만한 경영과 등돌린 여론 등으로 볼 때 결국 실패의 원인은 제각각이다. (BBC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K모 방송국이 생각나기도 한다만..)


"실패한 상태에서 그만두면 실패가 된다. 하지만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성공이 된다." 즉,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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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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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처음부터 나름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라니. 남편들에게는 꽤 매정해 보이는 제목이 아닌가. (물론 반기는 쪽도 있겠지만) 예의상이라도 다시 태어나면 너랑 살아주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다시 태어나면 너랑 결혼 안 할건데?라고 이야기하는 책 제목이 말이다. 그래서 굉장히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 제목이 이런(?)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좀 더 범위를 줄여보자면,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중년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범위를 구체화 해보자면 '중년 여자 작가가 이야기하는 중년 여자의 이야기'가 되겠다. 일상적으로 흔히 마주하는 아내, 엄마,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중년이 될 예정이거나 중년이거나 중년이었던 여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유머러스함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글솜씨는 보너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지금까지 내가 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늙었으나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 이유를 찾고 싶어져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것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니 이 책은 작가가 찾은 그 숨은그림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공간이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앞으로 펼쳐질 책 전체의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아!


기본적으로 에세이 형식이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유머러스함을 시종일관 놓지 않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이야기들 속에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중년 여자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조금씩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 탱탱한 젊음은 가고 유연한 지혜가 온다는 것, 그래서 나이가 드는 것이 괴롭지만은 않다는 것. 아직은 중년 여자가 되지 않은 내가 느낀 감정들은 이렇다.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가슴이 깊숙히가 아닌 머리여서 아쉬웠다는 것만 빼면.) 하지만 책은 '중년 여자'로 주제를 한정하지만은 않는다. 보편적인 '나이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감정들도 무수히 등장한다.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나이듦의 즐거움' 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중년 여자로서 느끼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나이 들었다고 '꼰대짓' 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의문을 품는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한다. '나이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건 초라하게 나이 들고 있다는 증거다'라는 제목이 있을만큼 (하나의 이야기로 묶일만큼) 작가는 나이가 유세인 양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말도 안되는 고집들을 경계한다. 나이를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노화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나이로 대접받지 않고 나 자체로 존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이 듦의 방향을 정했다"(115쪽) 라는 작가의 결정은 나중에 내가 따라하고 싶을만큼 젊고 나이스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나이스함과 반대로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는 것에 슬퍼하고,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에 발끈하며, 할머니옷(?)에 눈독 들이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늙어 보이기 싫은 건 만국 여자들의 공통일 테니까.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다. 그렇다고 오면 오는 대로 세월을 정통으로 맞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80쪽)" 그래서 작가는 매력적으로 나이 듦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기도 한다.


한 때 모두가 주연이었던 우리는 이제 몇 계단 아래로 내려와 조연으로서의 삶을 즐길 때가 된 것 같다. 때가 되었는데도 주연 자리에 미련을 놓지 못하고 새로 올라오는 이들의 손마디를 밟아 떨어뜨리는 이의 모습은 추하다. 나는 삶의 횡단면에서 주연 사퇴를 한 요즘이야말로 내 삶에서는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타인의 기대와 시선, 무지와 부족한 판단력 등에 묶여 꼭두각시 주연으로 살아온 젊은 날에서 해방되어 내가 쓰는 대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주연 말이다. (68쪽)


아무래도 내가 가장 관심이 있던 부분들은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아직은 내가 닿지 않은 세계이고, 그렇기에 그 세계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조차 재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에는 결혼생활과 육아, 워킹맘으로서의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귀엽고 엉뚱한 시선의 작가 모습을 지켜보는 매력이 쏠쏠하니,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폭풍 공감을 일으킬만한 주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할 테니 말이다. 여자 마음은 여자가 가장 잘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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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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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들의 '요즘 연애'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책 이름은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책 이름이 꽤나 직접적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요즘 남자'라는 것은, 특별한 남자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일 뿐이다.) 세상이 많이 변화한만큼 연애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고, 남자들의 모습도 그대로인 듯 많이 바뀌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다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연애에 관해 꽤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서 '요즘 남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의 성격은 저자의 '책머리에'에 나온다. "엿보기 어려웠던 남자들의 수다를 풀어냈지만 꼭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6쪽)" 라고. 그러니까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라고 한다면 누구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맞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만나기만 하면 꿀 떨어지는 시간들을 지나,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 넷이라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남자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바람대로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네 명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수다'를 선사한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났던 신선함은 '남자들의 수다'였다.) 여자들의 시시콜콜함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 했다. 수다에는 늘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작가가 만들어낸 <섹스 앤 더 시티> 남자판 등장인물 소개를 좀 해 볼까. 먼저 화자인 '나'가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듯 한 주인공인데, 에세이 속 이름은 '태희'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칼럼을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는 중이다. 여자는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는다는 주의.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준'은 현재는 소셜데이팅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이자, 과거에는 애널리스트와 게임 tv 아나운서 등의 직업을 가졌던 화려한 직업란의 소유자. 사랑에 데인 기억이 너무나도 커 여자는 믿지만 사랑은 믿지 않는다. '주영'이라는 친구는 인간문화재 아버지를 따라 가업(아버지는 칼을 만든다)을 잇는 게 싫어 집에서부터 도망쳤다. 현재는 요리사. 여자와 사랑 모두 의미가 없다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 '세운'은 기간제 교사로, 여전히 여자와 사랑 전부를 믿는 쪽. (챕터 1의 3번 이야기 참조) 프롤로그에서 태희가 실연을 당하자 모두 솔로였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그에게 위로 비슷한 걸 건네는 부분부터 본격 등장하는 4명의 친구들은, 여자에 대해 꽤나 솔직하면서도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와중에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말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여자인 내가 봐도 공감가는데 남자들이 보면 얼마나 더 공감할까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여자로서는 '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엿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은 그냥 잘라버리는 편이 나아." 남녀 관계 역시 그렇게 꼬여버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뒀던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져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그땐 잘라버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유턴을 했다. (63쪽)


책 속에는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1인칭 소설처럼 혹은 에세이처럼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하나의 챕터가 끝나는 식이고,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굉장한 텀을 두고 혹은 짧은 텀을 두고 이어지기도 한다. 쉽게 읽히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이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거기에 남자의 이야기들을 여자가 보더라도 괜찮을 만큼 '순화'해서 적어놓았으니 말이다. (실제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들은 순화하지 않으면 여자들이 많이 낯선 법이라 했다.) 그 와중에 연보라색 종이에 적힌 이야기들은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태희가 프롤로그에서 쓰기 시작한 '사랑은 없다'라는 가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도남'이라는 주인공이 있고 ('도시 남자'의 준말이다.) 어떤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기보다 '사랑'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느낌이지만 읽어보면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느낌.


이해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바로 연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연애는 이별이란 허무한 결말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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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 - 넘어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힘
무무 지음, 이지수 옮김 / 프롬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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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결국 나를 지켜주는 것은 사소하다 여겼던 행복의 조각들입니다.

내딛는 말의 이 문장이 너무도 좋았다. 작가의 말들은 대체로 책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꼭 읽어보는 편인데, 무무의 글이라 첫 장부터 취향을 저격당한 문장을 만났다고나 할까.

 

사실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집은 아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 일종의 처세술 책이다. 그동안 작가 무무가 썼던 <오늘 뺄셈>이라든가 <사랑을 배우다> 등의 책들에서처럼, 책을 인용해서 옛날 이야기를 인용해서 하고 싶은 글을 이어나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따뜻한 무무의 시선도 비슷하고 유려한 글솜씨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같지 않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제목까지 이렇게나 감상적이니, 읽는 내내 '자기계발서의 탈을 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무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나온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가 반가운 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일 듯 하다.

 

자기계발서, 특히 '힐링'이라는 단어를 위시한 자기계발서들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모두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마치 '너무도 새로운 진실'인 양 써 놓는 글들을 아주 자주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힐링'이라는 단어, '위로'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팍팍한 삶에 지쳐서일텐데 독자의 머리위에서 배놔라 감놔라 타령하는 글들은 전혀 유쾌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무무의 이번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무무가 하는 이야기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모든 게 본인에게 달렸다는 요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부분들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부분들은 아니다. 하지만 난 무무의 그 따뜻한 글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 취향저격 '문장'들을 찾아다니는 데 몰두했다. 작가의 주옥같은 이야기들 또한 물론 좋지만, 역시 위로와 힐링은 내게는 좀 맞지 않는 단어같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으면서 말이다.


 

인생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화려한 수채화든 정갈한 소묘든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다. (31쪽)

 

나는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영원히 붙잡아 두지 못했다. 어떤 물건을 평생 간직하고자 하면 금방 잃어버렸고 사랑을 붙잡아 두려 하면 떠나갔다. 이후에야 깨달았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것임을. -미국 작가 닐 도날드 월시 (71쪽)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 나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고약한 함정이 많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괴로운 일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다. (110쪽)

 

세상에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아무리 세차게 내리는 비도, 우중충하고 어둑어둑한 날씨도 언젠가는 맑게 개고 따스한 햇볕이 비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비가 내린 후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로운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고 상쾌한지 말이다. (265쪽)


 

책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내려놓음에 대한 찬사, 어린아이같은 단순함의 힘, '행복'에 관한 고찰,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 포괄적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총 6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와 주변,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모든 이야기 속 중요한 무게의 추는 '나'에게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음 편한 모자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지 않는 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테다,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데 있어 2~3가지 이야기들로 예시를 들어주어 그 상황의 안타까움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만든다.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게 매끄럽고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구성도 뛰어난 편이라, 읽는 데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적재적소에 넣인 예시들은 글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하거든. 결국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에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자기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른소리 모음집 같은 느낌도 난다. 읽는 내내 '잘 사는 것이란 뭘까'란 생각을 하게 했던, 중심을 바로잡기 어려웠던 이들을 향한 메시지북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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