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 윤선디자인의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정윤선 지음 / 길벗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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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는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무엇이든 손으로 하는(만드는) 열풍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혼자서 '손글씨'를 잘 쓰는 것에는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리 많은 캘리그라피 책을 산다 한들, 그를 열심히 따라 쓰는 노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테니까.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부단한 노력을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따라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워크북' 혹은 '라이팅북' 형식의 손글씨 책들이 눈에 자주 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엮어 놓았으므로, 따라 쓰면서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연습장 형태인 것이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의 저자 정윤선은, 이전부터 내가 블로그 구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포토샵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좋을 팁들이 가득 담겨 있는 폴더가 있어서 자주 찾아다니던 터였다. (포토샵 책을 내기도 한 그녀다.) 그런데 그 블로그에 어느날 '캘리그라피 책이 나왔어요'라는 포스트가 뜨더니, 그 책이 지금은 캘리그라피 분야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책 이름은 <내 손글씨로 완성하는 캘리그라피>. 이번엔 그 여세를 모아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형태로 책이 나왔다.

 

 

그녀의 블로그에 가서 몇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는건데, 작가가 주로 하는 캘리그라피는 먹과 먹물과 붓으로 하는, '붓'의 알 수 없는 방향성과 '먹물'의 자유로움으로 만들어진 한 편의 작품 같은 캘리그라피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그렇게 붓과 먹물을 휴대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으니, 이전 책은 캘리그라피 입문자들에게 차근차근한 설명으로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나 소소하게 손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책이었다. 나도 일상생활에서 펜으로 혹은 만년필 등으로 간단하지만 멋드러진 손글씨를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구매했었는데, 자신의 손글씨를 캘리그라피로 발전시키는 방법 등은 유용했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붓을 이용한 캘리그라피는 실천해 보기가 약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라이팅북은 손글씨를 쓰는 주체를 딱 2가지로 한정했고, 그 2가지는 일반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문구용품'들인 납작펜과 붓펜이다.


글씨를 쓸 수 있는 주체가 굉장히 간단해서 일단 구매부터 했다. 책 속에는 저자가 책을 쓸 때 썼던 제품들 이름을 정확히 밝혀 두고, 사진도 함께 있기 때문에 구매할 때 도움이 되었다. 캘리그라피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쿠레타케 붓펜'은 알파에서 6700원 정도에 구매했고, 'ZIG 납작펜'은 오프라인에서 못찾아서 온라인으로 3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사고 보니 ZIG 펜도 쿠레타케 붓펜을 만든 회사와 같은 회사더라. 책 속의 사진과 납작펜의 사진이 조금은 달랐지만 기능상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으니 쿨하게 패스.)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일단 붓펜과 납작펜을 사용할 때 알아야 하는 팁 같은 것을 5~6개 정도 알려준다. 어떻게 쓰면 글씨에 리듬감이 생길 수 있는지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팁이란게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몰랐다면 꽤 밋밋했을 것 같은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10개 정도의 단어를 따라쓰게 만들면서 붓펜과 납작펜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 단어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따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쉽게 한 번에 저자가 의도한 느낌을 낼 수 있지는 않다.) 그리고 책 제목이 <내 손글씨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된 이유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담긴 30개의 글귀들이 차례대로 저자의 캘리그라피와 함께 예쁘게 꾸며져 있다. 왼쪽에는 저자의 완성 작품이, 오른쪽에는 흐릿하게 따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빈 종이가 등장한다. 캘리그라피를 많이 보면서 가질 수 있는 건 글을 배치하는 능력이나 비율 등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렇게 저자의 캘리그라피를 본따서 직접 써 보면서 그 느낌을 가늠할 수 있는 점이 꽤 익숙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에 함께 붙어 있는 부록 CD로 똑같은 글귀를 마음껏 출력해서 써 볼 수 있도록 배려 또한 잊지 않은 것도 장점.

 

 

아무래도 직접 붓펜을 가지고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농도 조절이라든지 글씨체 조절이라든지 획의 굵기 조절이라든지가 쉽지 않았다. 저자가 말한대로 눕혀서 썼는데도 불구하고 끝이 뾰족해진다거나 갈라진다거나. 헤매기도 많이 헤맸는데 이것들은 한 두번 한다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납작펜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상시에 사용하는 펜들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잘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납작펜은 경사가 없이 납작한 펜이라 손에 익숙해지는 데만 해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획의 굵기를 조절하는게 붓펜으로 조절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서 많이 헤맸다. 그렇게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만들어낸 붓펜과 납작펜 손글씨. 저자의 손글씨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 뿐인데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실망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얼추 비슷해 졌을 때의 만족감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모르지 싶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뭐.. 처음이니까.

 

 

휴대할 수 있는 펜들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조금이라도 힘이 들어가거나 힘이 안 들어가면 원하는대로 글씨가 나와주지 않으니까. 예전부터 글자의 비율이나 배치들로 인해서 캘리그라피처럼 보이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따라 써보면서 배치하는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 때 이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펴서 따라 쓰면서 손으로 직접 만든 카드를 전해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마음을 전하기 어렵다면 열심히 연습한 손글씨로 슬쩍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손글씨 연습이 필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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