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자 요즘 연애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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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자'들의 '요즘 연애'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책 이름은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책 이름이 꽤나 직접적이다. (제목에서 언급하는 '요즘 남자'라는 것은, 특별한 남자의 종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그냥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일 뿐이다.) 세상이 많이 변화한만큼 연애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고, 남자들의 모습도 그대로인 듯 많이 바뀌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다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연애에 관해 꽤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서 '요즘 남자'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의 성격은 저자의 '책머리에'에 나온다. "엿보기 어려웠던 남자들의 수다를 풀어냈지만 꼭 남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이해와 이별 사이에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6쪽)" 라고. 그러니까 <요즘 남자 요즘 연애>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라고 한다면 누구나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맞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만나기만 하면 꿀 떨어지는 시간들을 지나,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는 그런 시간들을 거쳐,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하지만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남자 넷이라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남자 버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던 작가의 바람대로 하는 일도 성격도 다른 네 명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수다'를 선사한다.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났던 신선함은 '남자들의 수다'였다.) 여자들의 시시콜콜함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 했다. 수다에는 늘 술이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 작가가 만들어낸 <섹스 앤 더 시티> 남자판 등장인물 소개를 좀 해 볼까. 먼저 화자인 '나'가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듯 한 주인공인데, 에세이 속 이름은 '태희'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칼럼을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하는 중이다. 여자는 믿지 않지만 사랑은 믿는다는 주의.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준'은 현재는 소셜데이팅앱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이자, 과거에는 애널리스트와 게임 tv 아나운서 등의 직업을 가졌던 화려한 직업란의 소유자. 사랑에 데인 기억이 너무나도 커 여자는 믿지만 사랑은 믿지 않는다. '주영'이라는 친구는 인간문화재 아버지를 따라 가업(아버지는 칼을 만든다)을 잇는 게 싫어 집에서부터 도망쳤다. 현재는 요리사. 여자와 사랑 모두 의미가 없다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친구 '세운'은 기간제 교사로, 여전히 여자와 사랑 전부를 믿는 쪽. (챕터 1의 3번 이야기 참조) 프롤로그에서 태희가 실연을 당하자 모두 솔로였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그에게 위로 비슷한 걸 건네는 부분부터 본격 등장하는 4명의 친구들은, 여자에 대해 꽤나 솔직하면서도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와중에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말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여자인 내가 봐도 공감가는데 남자들이 보면 얼마나 더 공감할까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여자로서는 '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엿볼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은 그냥 잘라버리는 편이 나아." 남녀 관계 역시 그렇게 꼬여버리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버려뒀던 감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져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냥 그땐 잘라버리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유턴을 했다. (63쪽)


책 속에는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1인칭 소설처럼 혹은 에세이처럼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유기적인 관계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 하나의 챕터가 끝나는 식이고,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굉장한 텀을 두고 혹은 짧은 텀을 두고 이어지기도 한다. 쉽게 읽히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이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거기에 남자의 이야기들을 여자가 보더라도 괜찮을 만큼 '순화'해서 적어놓았으니 말이다. (실제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들은 순화하지 않으면 여자들이 많이 낯선 법이라 했다.) 그 와중에 연보라색 종이에 적힌 이야기들은 태희와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태희가 프롤로그에서 쓰기 시작한 '사랑은 없다'라는 가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도남'이라는 주인공이 있고 ('도시 남자'의 준말이다.) 어떤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기보다 '사랑'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주로 한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느낌이지만 읽어보면 공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느낌.


이해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이별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바로 연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연애는 이별이란 허무한 결말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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