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 - 넘어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힘
무무 지음, 이지수 옮김 / 프롬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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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결국 나를 지켜주는 것은 사소하다 여겼던 행복의 조각들입니다.

내딛는 말의 이 문장이 너무도 좋았다. 작가의 말들은 대체로 책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꼭 읽어보는 편인데, 무무의 글이라 첫 장부터 취향을 저격당한 문장을 만났다고나 할까.

 

사실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집은 아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 일종의 처세술 책이다. 그동안 작가 무무가 썼던 <오늘 뺄셈>이라든가 <사랑을 배우다> 등의 책들에서처럼, 책을 인용해서 옛날 이야기를 인용해서 하고 싶은 글을 이어나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따뜻한 무무의 시선도 비슷하고 유려한 글솜씨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같지 않은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제목까지 이렇게나 감상적이니, 읽는 내내 '자기계발서의 탈을 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무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나온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가 반가운 것만은 변치 않는 사실일 듯 하다.

 

자기계발서, 특히 '힐링'이라는 단어를 위시한 자기계발서들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고, 모두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마치 '너무도 새로운 진실'인 양 써 놓는 글들을 아주 자주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힐링'이라는 단어, '위로'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팍팍한 삶에 지쳐서일텐데 독자의 머리위에서 배놔라 감놔라 타령하는 글들은 전혀 유쾌하지 않고 말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무무의 이번 신작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무무가 하는 이야기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모든 게 본인에게 달렸다는 요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 부분들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부분들은 아니다. 하지만 난 무무의 그 따뜻한 글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 취향저격 '문장'들을 찾아다니는 데 몰두했다. 작가의 주옥같은 이야기들 또한 물론 좋지만, 역시 위로와 힐링은 내게는 좀 맞지 않는 단어같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으면서 말이다.


 

인생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화려한 수채화든 정갈한 소묘든 나름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다. (31쪽)

 

나는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도 영원히 붙잡아 두지 못했다. 어떤 물건을 평생 간직하고자 하면 금방 잃어버렸고 사랑을 붙잡아 두려 하면 떠나갔다. 이후에야 깨달았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것임을. -미국 작가 닐 도날드 월시 (71쪽)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주변에 나쁜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고약한 함정이 많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괴로운 일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다. (110쪽)

 

세상에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아무리 세차게 내리는 비도, 우중충하고 어둑어둑한 날씨도 언젠가는 맑게 개고 따스한 햇볕이 비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비가 내린 후의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로운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고 상쾌한지 말이다. (265쪽)


 

책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내려놓음에 대한 찬사, 어린아이같은 단순함의 힘, '행복'에 관한 고찰,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 포괄적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총 6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나와 주변,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 모든 이야기 속 중요한 무게의 추는 '나'에게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음 편한 모자람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지 말고 돌아보지 않는 게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 오늘을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테다,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데 있어 2~3가지 이야기들로 예시를 들어주어 그 상황의 안타까움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만든다.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게 매끄럽고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구성도 뛰어난 편이라, 읽는 데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적재적소에 넣인 예시들은 글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하거든. 결국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에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듯 하다. 자기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른소리 모음집 같은 느낌도 난다. 읽는 내내 '잘 사는 것이란 뭘까'란 생각을 하게 했던, 중심을 바로잡기 어려웠던 이들을 향한 메시지북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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