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의 플러스 마이너스 퀘스천 (+ - ?) 영어 - 국가대표 영어 선생님
에리카 최 지음 / 사람in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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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윤성빈 선수와 봅슬레이팀 선수들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까지의 과정과 메달획득 관련 뒷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너무 당연하게도 윤성빈 선수의 아이언맨 헬맷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면서 아이언맨 주인공인 로다주를 만나러 촬영이 끝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간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거기가 싱가포르였던가. 기억은 잘 안난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다 얼마전 유튜브를 통해 로다주와 윤성빈 선수의 만남을 우연히 보게 됐다. 로다주와 단 둘이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모습을 말이다.

앞서 내가 윤성빈 선수의 이야기를 꽤 길게 꺼낸 것은, 윤성빈 선수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에리카 선생님의 <에리카의 플러스 마이너스 퀘스천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사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대학교까지 무려 16년을 영어공부에 매달리지만, 입을 떼는 데는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윤성빈 선수는 외국인인 로다주와 대화를 자유자재로 편하게 한다. 물론 1년에 어느정도는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존재하니 그 메리트를 제외하고서라도, 뭔가 공평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 대해 책의 저자인 에리카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그건 ‘스피킹에 맞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선수들이 토익/토플 시험을 한 번도 보지 않았는데도 해외에서 유창하게 외국인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반대로 토익/토플 점수는 높은 사람들이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스피킹을 제대로 하려면 스피킹 강화 트레이닝을 잘 받아야 합니다.

영어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익힐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훈련보다는 눈으로 하는 학습에 너무 치중해 있다는 뜻입니다. 즉, 밸런스가 맞춰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인 거죠.



저자 에리카는 잘못된 영어 훈련이 스피킹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었다. '영어회화 훈련의 균형이 깨져 있다' 즉, 문법이나 독해 훈련은 많이 되어 있어도 스피킹 훈련의 강도는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이 밸런스만 잘 맞춰줘도 스피킹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저자가 특별히 고안해 낸 것이 플러스(+), 마이너스(-), 퀘스천(?) 영어다. 

뭔가 되게 있어 보이는 듯 한데, 이론은 간단하다. 플러스의 문장들은 평서문의 형태, 마이너스의 문장들은 부정문의 형태, 퀘스천의 문장들은 의문문의 형태로 여러가지 단어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이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입니다'처럼 일상적인 문장들을 '~아니다'의 형태로 만들어보고, 또 '~입니까?'의 형태로도 만들어보는 훈련. 동사를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해야 문장에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실히 알게 하는 훈련 형태인 것이다. 에리카 선생님은 국가대표들의 선생님을 주로 맡아왔는데, 영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없는 선수들의 특성상 기본이 되는 식을 알려주고 +,-,?으로 바꿔 말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그들이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외국 선수 혹은 코치들과 소통이 필요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도록 고안해 낸 것이다. 

책 속에 있는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모두 아는 단어들만 나오고 좀 쉬운 느낌도 들어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동사'들은 중학교 수준의 영어만 알면 모두 알 수 있는 단어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연습한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다. 예를 들어 조동사 can의 경우 부정문으로 만들때는 can not, 의문문으로 만들때는 문장의 맨 앞에 can~?으로 만드는 것은 되게 쉬운 수준이 아니던가. 영어를 1도 모른다 하더라도 되게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게다가 책 곳곳에 에리카 선생님의 팁이라든지, 중요한 부분은 몇 번씩 반복+강조 되어 있다. 이 책 한 권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영어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겁니다'라는 말이 책에 적혀 있다. 쉽다는 건 그만큼 간편하게 지나칠 수 있다는 말이고, 소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꾸준히 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은 없는데, 과연 이 책에 빈칸을 모두 적어난 후엔 스피킹이 얼마나 늘어나 있을까. 스피킹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스피킹 훈련책. 내게도 스피킹이 조금은 쉬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어 발음을 입 밖으로 뱉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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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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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장 수집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책을 읽다보면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을 자주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어디에든 적고 본다. 다이어리에 각 잡아 예쁘게 적어놓을 때도 있고 시간이 없을 땐 알아보기 힘들만큼 날려쓰기도 한다. 종이가 없거나 혹은 쓸 시간이 없을 땐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고, 쓸 시간과 종이가 있어도 펜이 없을 땐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다. 내가 왜 문장을 수집하고 있는지 나조차도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참 아무 이유없이 시작했다) 핸드폰에 차곡히 쌓인 책 리스트를 볼 때마다 흐뭇해진다. 배도 부르는 것 같고.

서두부터 문장 수집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이 <문장 수집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도 느꼈지만, 저자와 나는 각자 수집하는 문장들이 참 많이 다른 듯 하다. 내 경우엔 문장이 예뻐서, 내게 유용해 보여서, 언젠가는 쓰고 싶어서 등등 모든 이유가 나에 맞춰져 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문장을 쓰고 싶으니 이런 문장을 모아보자!'라고 할까. 하지만 저자의 경우는 다르다. 저자가 모아놓은 소설 속 문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적이면서도 나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 문장인 경우가 많았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다름. 아마도 이건 저자와 내가 책 읽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일 테다.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문장을 수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카피를 작성하기 위해서니 말이다.

<문장 수집 생활>은 소설 속 문장이 카피라이터 이유미를 만나 카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가 왜 그 소설 속 그 문장을 택했는지의 이유부터 카피로 바꾸기 위해 저자가 했던 생각의 여러 꼬리들, 나아가 어떤 식으로 변형시켜 카피로 재탄생 시켰는지까지의 모든 과정을 말이다. 50권의 책에서 탄생한 50개가 넘는 카피들은 확실히 책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를 이곳에 옮겨본다.


사진이라는 건 참 좋구나 싶었습니다. 찍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사진을 보는 나를 볼 수도 없고 그런데도 그 사람이 지나간 풍경을 영원한 정지 화면으로 가슴에 안고 갈 수가 있습니다. ㅡ니시카와 미와 <유레루>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 당신의 시선을 영원한 정지 화면으로 간직합니다 : 사진집 (48~49쪽)

내게 기대한 반응이 웃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ㅡ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문학동네, 2017)
*** 너에게 기대하는 반응, 없음. 그저 올라가 앉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캣타워 (92~93쪽)

커피 잔을 내려놓고 책꽂이에서 책을 몇 권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 들고 한때 줄을 그어놓았던 문장들을 다시 접해보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ㅡ파비오 볼로 <아침의 첫 햇살> (소담출판사, 2014)
*** '그때'가 보이는 밑줄.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본다.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새로 읽는다. 그때 내 고민과 질문과 생각들이 깃털처럼 얇은 볼펜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다. : 깃털 볼펜 (208쪽)


저자가 어떻게 카피를 활용하게 됐는지 저자의 생각들을 따라가면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난다. 물론 더하고 빼고 조금은 곱하고 나누기도 하지만, 그렇게 정리된 카피를 보면 재미있다. 전혀 관련이 없는 소설 속 문장을 꺼내와 카피를 만들고, 아주 연관있는 문장은 꺼내와 그대로 적어놓기도 한다. 마술처럼 변하는 의미들이 신기해진다. 아 이런 생각은 참 재치가 있네. 이건 나도 생각할 수 있을 법 한데? 자꾸 저자의 생각을 알아맞추려고 하고, 요즘말로 '신박한' 아이디어는 신선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보는 재미뿐만이 아니다. 사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온라인샵 29CM의 컨슈머 특성상 조금 더 감성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저자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책 속에서는 다양한 팁을 전달받기엔 충분하다. 책 속에는 이런 류의 조언이 많으니 말이다.


가장 매력적인 글은 솔직한 글이다.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다. (53쪽)
모방은 가장 좋은 기초 훈련이다. 글쓰기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일단 필사부터 해보기를 추천한다. 따라하기와 흉내내기를 충분히 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만의 것이 탄생할 수 있다. (87쪽)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도 좋고 자기계발서도 좋다. 닥치는 대로 읽자. 눈에 꽂히는 표현은 밑줄 그어 따로 메모해두자. 나만의 비밀병기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128쪽)


<문장 수집 생활>의 재미는 책의 뒷표지에도 존재한다. 원래는 뒷표지겠으나, 이 책은 바코드가 붙어 있는 쪽부터 새 책을 읽는 기분을 낼 수 있도록 편집을 기존 책과 다르게 했다. 책의 부록인 '뭔가 다른 카피의 기술', 일명 카피라이팅 가이드. 문장이 상투적이진 않은지, 막힐때 체크하면 좋을 것들, 유행어의 폐해, 익숙해서 식상한 말들 버리기 등등 좋은 카피를 쓰는 자신의 노하우를 방출한다. 저자의 모든 노하우를적어놓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병아리들에겐 피와 살이 될 조언이다. 물론 이 조언은 카피라이팅에 한정되어 사용할 수 있는 조언은 아니다. 나조차도 아차! 싶었던 부분이 있으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들여다 볼 만한 부록. 

부록까지 모두 읽고 책을 덮을 즈음엔 소설이 좋았을 뿐인데 카피라이터가 됐다는 저자의 말은 그저 겸손이라는 것을 안다. 문장을 골라내는 안목, 물건과 연관시키는 센스, 좋은 카피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모든 것이 한 순간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지, 얼마나 많은 문장을 수집했을지 알 수 없지만 저자의 부지런함이 지금을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세상에 그냥 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술사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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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닌 순간이 있을까
수수하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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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이 밝혀왔듯이, 나는 제목에서 뭔가 느낌이 오는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사랑이 아닌 순간이 있을까>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책 제목을 읽자마자 '이거 읽어보고 싶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인지 설명하라고 한다면 못하겠지만.) 더불어 파란색 계열로만 이루어진 표지 그림도 궁금증에 한 몫을 담당했다.

<사랑이 아닌 순간이 있을까>는 제목에도 이미 밝혔듯이 사랑했던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이 시간에 흐려지지 않도록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게 됐다'는 저자 수수하다는, 들어가는 말에서 '오늘의 사랑에 소홀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 책 뒷표지에도 나오는 '매번 같은 상황은 있을지라도 매번 같은 사랑은 없을 거예요.'라는 문장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사랑이니, 오늘의 사랑이 어제의 사랑과 같다며 사랑하는 어떤 순간에도 소홀하지 말자는 이야기. 들어가는 말부터 콱 하고 꽂힌 이 이야기말고도 책 속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루 종일은 아니더라도
하루 중 한 번은
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길 바라. (45)

내 시선이 향하고
내 마음이 닿는 곳에
당신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모든 순간이 참 행복한 요즘이야. (65)


<사랑이 아닌 순간이 있을까>는 모든 글들이 1인칭 시점이다. (당연하다. 저자의 입장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이겨보려 시작한 작업 아니던가.) 그림이 글의 부연설명을 하기 때문에 쉽게 감정이입도 된다. 읽기 쉬운 책이고, 읽다보면 당연하게도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의 사랑을 시작하는 '나'의 감정들이 참 좋았다. 말로는 잘 표현되지 않는 그 몽글몽글한 마음이 꼭 어느 순간의 내 마음 같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야기에는 하나의 그림이 반드시 함께 자리하고 있다. 모든 부분에 선이 있지도, 그렇다고 모든 부분에 선이 있지도 않은 신기한 그림이. 동글동글한 그림 속 주인공들은 이야기에 맞춰 추상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그려져 있다. 모두 파란색 계열의 색상들로만 이루어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보다 그림이 더 좋을 때도 있었고, 그림으로 인해 글이 훨씬 빛나던 때도 있었다. 저자가 모두 직접 그리고 쓴 글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더 일어난 듯 보인다. (둘의 조합이 퍽 좋다.) 가끔은 그림들 옆에 작은 글씨로 이야기가 요약되어 있기도 한데, 본문보다 마음의 소리를 내놓은 듯한 그 작은 글씨들이 더 와 닿기도 했다.


당신은 금방 보내버렸는데
당신과 함께 만든 무수한 작은 추억들은
한 번에 지워버릴 수 없어 너무 괴롭다. (134)

포기도 선택의 일종이라 믿고
현실과 타협하며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차선을 최선으로 만들어 버렸다. (186)


사랑을 하기까지, 사랑을 하고 나서의 사랑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한 후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믿음, 기대, 실망, 체념 등 상대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많은 감정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다 결국 사랑을 손에서 놓아버리게 되고, 옆에 늘 있던 누군가의 빈자리를 느끼며 힘들어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하기 위해 잃어버린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마음을 다독인다. 사랑에 빠져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순간 / 사랑하면서 느끼는, 절대로 상대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소소한 불안함 혹은 찌질함 / 이별 후의 허한 마음 / 다음을 위한 나 다독이기. 책 속의 4개의 주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꽤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나. 

사랑에세이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읽어봄직 하다. 예쁜 문장, 공감가는 문장을 좋아하는 이들도, 아기자기한 책을 좋아하는 이들도, 연애를 하고 싶은 이들도, 연애를 하고 있는 이들도. 아니, 세상 모든 사랑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파란색으로 그려낸 사랑의 순간을 싫어할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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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 인생을 바꾸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한마디!
함정임.원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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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내용 짐작만으로 상상했던 책과는 뭔가 다른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책을 처음 받아 든 느낌은 '두툼하고, 묵직하고, 뭔가 외형은 조금은 투박하다'였다. 책이 참 단순한 외형이라 의외였다. 예술가들의 말을 담은 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예술가라고 하면 갖는 선입견 같은 것이 나에게도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속은 완전히 다르다. 투박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사실, 이 책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는 예술가들의 '말'을 모아놓은 책이다. 명언집을 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명언집과 비슷하다. 저자는 많은 예술가들의 말들을 주제를 묶어 엮었다. 따로 저자의 생각을 넣지 않은 채, 책 속엔 오롯이 예술가들의 말들만이 담겨 있다. 말들의 무게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한다. 단순한 말들의 나열이라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멀리 던져버려도 된다. 책 속에 나열되어 있는 예술가들의 말은, 폰트와 글자 크기를 달리해 지루할 새 없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쭈욱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INSTEAD OF LOOKING AT THINGS, LOOK BETWEEN THINGS. ㅡ JOHN BALDESSARI
무언가를 보는 대신, 무언가의 틈 사이를 보라. ㅡ 존 발데사리 (18)

IF WE DROP BEAUTY, WHAT HAVE WE GOT? ㅡ JOHN CAGE
우리가 아름다움을 포기하면 무엇이 남는가? ㅡ 존 케이지 (66)


책 속에 담긴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아름다움이나 빛 같은 추상적인 주제부터 일과, 작업실 같은 일상적인 주제까지 42가지의 주제는 다양한 것을 담고 있다. 주제가 다양한 만큼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 오는 날씨가 몇 달은 계속될 예정인데, 작업에 방해가 된다'라고 말하는 예술가(빈센트 반 고흐), '내 그림은 이해시키기 위해 그리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예술가(르네 마그리트) 등 예술가들을 많이 알지 못하는 나지만 이름만 보고도 누군지 알만한 예술가들이 책에 등장한다. (물론 더 유명한 이들이라고 책에 따로 표시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회색은 내 그림에는 절대 쓰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예술가들(게르하르트 리히터, 외젠 들라크루아), '셔터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예술가(아널드 뉴먼) 등 잘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예술가들도 책에 등장한다. 


I'M MORE CONCERNED WITH LIGHT THAN COLOR. ㅡ EDWARD HOPPER
나는 색보다 빛에 더 관심이 있다. ㅡ 에드워드 호퍼 (101)

I'D RATHER HAVE NO STYLE THAN ANY STYLE. ㅡ ED RUSCHA
나는 어떤 스타일을 가지기보다 차라리 아무런 스타일도 가지지 않겠다. ㅡ 에드 루샤 (230)


"인용구는 (여러 사람들에게) 돌고 돌아서 마치 표면이 부드럽게 문질러진 동전과 같은 것"이라 했다던 루이스 메난드의 말이 책의 서문에 등장한다. (이 표현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서문을 읽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책은 아직 순환되지 않고 시간에 흐름에 닳지 않은 이야기들" 이라고 말했다. 아마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것은 조금은 특이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예술가들의 말들을 읽어보는 경험이라는 건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그들이 했던 이야기들은 전혀 낯선 것들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갖는 묘함이 발생하는 것 같다. 낯선데 낯설지 않은. 

과연, 책 속의 어떤 문장이 표면이 부드럽게 문질러진 동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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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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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책 제목을 보고 생각했다. 우리는 순간을 살고 있다. '하루'라는 긴 시간은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특별한 순간만이 남고, 나머지는 망각의 영역으로 사라진다. 그 살아남은 순간들을 기억이라고도, 추억이라고도 부른다. 책의 제목을 딱 보자마자 '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접하게 된 '본디 순간이라는 것은, 그때마다 생긴 나름의 감정들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라는 저자의 프롤로그에 적힌 말은, '과연 순간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사랑은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복잡하고 복잡해서 하나로 정의할 수가 없다. "만진다. 잡는다. 간다. 온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느낀다. 슬퍼한다. 화난다. 춤춘다. 노래한다. 밉다. 운다. 웃는다. 사랑한다. 상처입는다. 이 수많은 말들 중 나하고 상관 없는 말 있어?"라고, <로맨스가 필요해>라는 드라마 속엔 이런 대사가 있다. 두 사람이서 하는 사랑이란 건 이만큼, 아니 이보다도 더 많은 단어들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많은 순간들 속에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책의 제목처럼 사랑하는 순간에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


보고 싶다. 
이렇게 잠시 떨어져 있어도
금방 애틋해지는,
내 사람. (26쪽)

확실히 너는 내가 확신한 그 사랑이었다.
그런 너와 여행하는 어둠이라면
굳이 빛을 찾아가며 눈을 비비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101쪽)


책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그런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하면서 겪은 떨림, 설렘, 행복, 불안, 슬픔, 고통, 후회 등. 중간 중간 페이지를 건너뛰고 읽더라도 이야기가 묘하게 연결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았는데, 읽다보면 어떤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했고. 마치 내 이야기인 양, 책 속의 어떤 순간들은 어제의 너 같기도, 오늘의 나 같기도 했다. 더군다나 따뜻한 터치의 일러스트가 군데군데 곁들여져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흐뭇했다. 예쁘다,란 생각이 절로 나는 그림들이 함께 있으니, 이야기가 한층 아기자기해 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미 상처를 받았고, 시간이 흘러 그 상처가 아물었고, 약간의 흉터가 남은 것. 그게 전부다. 
그 상처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 억지로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219쪽)

그런 사람이 있어.
딱 한 번만 얼굴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하루빨리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사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픈 사람.
또 그렇다고 다 잊기에는
너무 가득한 사람. (238쪽)


물론 사랑에 꽃다운 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니, 이별 이후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너를 잊지 위해 힘들어 하는 나, 그런 나를 다독이는 나, 다 잊었지만 가끔씩 그리운 너, 그날의 분위기, 이제는 가물가물한 그때 그 계절의 날씨. 요즘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이별이랑은 영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봄이라고 이별이 생각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가보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내려갔다.

살면서 얼만큼의 사랑을 더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은 역시 어렵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랑하는 순간들 어디엔 꼭 네가 있다는 것. 남들에겐 의미없는 문장 한 줄에 줄줄이 소환되는 추억들은 그때의 네가 내게 얼만큼의 크기였는지 굳이 확인시키고 사라진다. 한겹 덧씌워진 필터 사이로 행복했던 나의 모습을 봐서일까. 그 순간들이 내게 소중했음을 되새기지 않아도 알겠더라. 요즘 TV 속엔 사랑 이야기들이 넘쳐나던데, 진짜 봄이긴 한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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