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 인생을 바꾸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한마디!
함정임.원경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과 내용 짐작만으로 상상했던 책과는 뭔가 다른 책이 집으로 도착했다. 책을 처음 받아 든 느낌은 '두툼하고, 묵직하고, 뭔가 외형은 조금은 투박하다'였다. 책이 참 단순한 외형이라 의외였다. 예술가들의 말을 담은 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예술가라고 하면 갖는 선입견 같은 것이 나에게도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속은 완전히 다르다. 투박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사실, 이 책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는 예술가들의 '말'을 모아놓은 책이다. 명언집을 본 적이 없어서 자세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명언집과 비슷하다. 저자는 많은 예술가들의 말들을 주제를 묶어 엮었다. 따로 저자의 생각을 넣지 않은 채, 책 속엔 오롯이 예술가들의 말들만이 담겨 있다. 말들의 무게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한다. 단순한 말들의 나열이라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은 멀리 던져버려도 된다. 책 속에 나열되어 있는 예술가들의 말은, 폰트와 글자 크기를 달리해 지루할 새 없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쭈욱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INSTEAD OF LOOKING AT THINGS, LOOK BETWEEN THINGS. ㅡ JOHN BALDESSARI
무언가를 보는 대신, 무언가의 틈 사이를 보라. ㅡ 존 발데사리 (18)

IF WE DROP BEAUTY, WHAT HAVE WE GOT? ㅡ JOHN CAGE
우리가 아름다움을 포기하면 무엇이 남는가? ㅡ 존 케이지 (66)


책 속에 담긴 주제는 천차만별이다. 아름다움이나 빛 같은 추상적인 주제부터 일과, 작업실 같은 일상적인 주제까지 42가지의 주제는 다양한 것을 담고 있다. 주제가 다양한 만큼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 오는 날씨가 몇 달은 계속될 예정인데, 작업에 방해가 된다'라고 말하는 예술가(빈센트 반 고흐), '내 그림은 이해시키기 위해 그리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예술가(르네 마그리트) 등 예술가들을 많이 알지 못하는 나지만 이름만 보고도 누군지 알만한 예술가들이 책에 등장한다. (물론 더 유명한 이들이라고 책에 따로 표시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회색은 내 그림에는 절대 쓰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예술가들(게르하르트 리히터, 외젠 들라크루아), '셔터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예술가(아널드 뉴먼) 등 잘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예술가들도 책에 등장한다. 


I'M MORE CONCERNED WITH LIGHT THAN COLOR. ㅡ EDWARD HOPPER
나는 색보다 빛에 더 관심이 있다. ㅡ 에드워드 호퍼 (101)

I'D RATHER HAVE NO STYLE THAN ANY STYLE. ㅡ ED RUSCHA
나는 어떤 스타일을 가지기보다 차라리 아무런 스타일도 가지지 않겠다. ㅡ 에드 루샤 (230)


"인용구는 (여러 사람들에게) 돌고 돌아서 마치 표면이 부드럽게 문질러진 동전과 같은 것"이라 했다던 루이스 메난드의 말이 책의 서문에 등장한다. (이 표현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서문을 읽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책은 아직 순환되지 않고 시간에 흐름에 닳지 않은 이야기들" 이라고 말했다. 아마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것은 조금은 특이한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예술가들의 말들을 읽어보는 경험이라는 건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그들이 했던 이야기들은 전혀 낯선 것들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갖는 묘함이 발생하는 것 같다. 낯선데 낯설지 않은. 

과연, 책 속의 어떤 문장이 표면이 부드럽게 문질러진 동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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