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결혼했다 - 우크라이나어로 쓴 트랙터의 짧은 역사
마리나 레비츠카 지음, 노진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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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사건은 한통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예순을 넘기신 아버지가 금발에 왕 가슴을 가진 우크라이나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믿기 힘든 선언을 한 것이다! 게다가 그 여자에겐 어린 아이도 하나 딸려있댄다! 오~! 아버지, 노망이라도 나셨나요! 어머니와 사별하신지 2년이 지났기에 재혼하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하필 상대가 그런 여자냐구요! 아버지를 이용해먹으려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그런 여자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버지의 저런 전화를 받는다면 주인공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라면 저 전화가 걸려온 시점에서 그 상대여자인, 발렌티나한테 쫒아가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서로의 코에서 빨간 시럽을 뿜어내며 아웅다웅했을 것이다. 책속의 아버지 니콜라이는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는 두 딸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내내 자식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하지만, 나와 비교해본다면 정말 천사같고 이성적인 딸들 아닌가?  

사실 읽는 내내 이렇게 나에게 격렬한 감정을 쏟아내게 만드는 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책의 특이한 제목 때문이였다. “우크라이나어로 쓴 트랙터의 짧은 역사”라. 대체 무슨내용일까? 책의 제목만 봐서는 쉽게 내용을 짐작하기 힘들었다. 우크라이나의 농부가 쓴 수필인가? 아니면 농기계 전문가들의 수기 모음인가? 아마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느끼는 감정일 것 같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오죽하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서점들이 이 책을 문학 쪽이 아니라 기술 쪽에 분류해 놓았겠는가.  

이렇게 오랜 세월 책과 동거동락 했던 서점가 사람들조차 헷갈려 한 이 책의 제목은 아버지가 재혼하겠다는 이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이해되어 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어로 쓴 트랙터의 짧은 역사라는 주제로 사회체제의 문제, 이민문제, 빈곤, 가난, 전쟁의 참혹함 등등 과거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들을 고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유물같이 느껴지는 문제들이 현대사회에 지구 어딘가에선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주인공들이 가진 이중성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지한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아버지의 황당한 전화한통으로 시작된 사건이지만 결국엔 나름대로 해피엔딩이 되었고, 독자인 나로 하여금 재미와 읽은 보람을 느끼게 해줬으니 그 아버지의 전화는 꽤 괜찮은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나와 책속의“나”는 이런 나름의 결과를 내기 위해 혈압으로 중간에 몇 번이나 터질 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중에 니콜라이가 명을 다해 하늘나라로 떠난다면 그의 아내에게 부탁 하나를 하고 싶다. 로우킥을 한번 날려달라고. 머리카락을 한웅큼 뜯어내도 괜찮을 것 같다. 미안해요, 니콜라이. 난 아직까지도 당신이 싫어요! 부디 하늘나라에선 이기적이고 철딱서니 없는 행동들을 고치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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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아름다운 ㅣ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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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후세계를 믿습니까? 사이비단체에서 사람들을 꾀어내는 데 종종 쓰이곤 하는 이 익숙한 짧은 문장을 화두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경우엔 사후세계를 믿는다. 사실 나는 사후세계를 믿던 안 믿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믿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내가 사후세계를 믿기에 그때를 대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옳다고 믿기 때문이고 내 스스로가 순간순간 떳떳해지기 위해서다. 내세를 대비하여, 혹은 사후세계를 대비하여 착한 일을 하고 바른 삶을 산다는 것은 진정한 선이 아니라 결국 위선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쉽게 와닿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사유세계라던가, 자아성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읽는 내내 손발과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네 중학교 책에 써 있음직한 내용을 마치 심오한 철학을 나누는 것처럼 묘사된 내용들이 낯간지러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그 느낌과 지루함의 농도는 점점 짙어졌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주인공이 사망 후, 사후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내용을 열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중후반부로 넘어 갈수록 그게 아니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반복되는 내용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속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책의 홍보문구대로 이 책은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세상에서 벌어지는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일 것이라고 믿었것만, 현실은 한없이 늘어지고 제법 따분하기까지한 사랑이야기가 1%남짓 들어가 있으며, 스스로가 몹시 철학적이라고 믿는 소설 책이였다.  

물론 주인공 크리스와 그의 사랑하는 부인 앤의 희생적인 사랑이야기는 좋았다. 하지만 그 사랑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반복해서 비슷한 에피소드를 계속 나열한 것은 지루했다. 그리고 사후세계의 이야기로 책 분량의 3분에 2이상을 잡아먹은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 아니였다. 차라리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크리스와 앤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해서 긴박하게 소설을 구성했다면 훨씬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사후세계에 대한개념과 자아성찰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비록 그 내용이 우리에겐 너무 낮은 수준의 사유였기에 책의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이 책의 역자는 이런 작가의 주제의식 덕분에 이 책이 사랑과 영혼같은 통속적인 러브스토리가 되지 않았다고 평한다. 하지만 나는 사랑과 영혼을 보고는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지만 이 책을 읽고는 지루함에 눈에 눈꼽만 가득 꼈을 뿐이다. 사람마다 보는 시선과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이 소설은 밍밍한 쥬스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작가의 동양에 환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땅치 않았다. 서양만세 같은 사상은 현세에서면 충분하다. 사후세계에서까지 서양만세를 외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런 고로 아마도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크리스의 아내사랑과 작가의 부드러운 글 솜씨 뿐 이였다고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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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의 지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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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배경인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나에겐 사막저편에 존재하는 너무나 막연한 나라니까. 그저 가끔 TV를 통해 스치듯 보게 되는 것이 전부인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의 나라라는 것 정도? 그리고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이 그러하듯 종교적인 이유로 여인들이 온몸을 천으로 감고 다녀야 하는 답답함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게 내가 아는 이란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이였다. 그런데 이 책으로 인해 이란이라는 나라는 불쑥 내 옆으로 다가왔고,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돋구었다.  

이 책의 배경은 1970년대로, 구소냉전시대의 영향으로 여러가지 사상들이 부딪히던 혼란스러운 시절로 사랑스럽지만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그 시절의 우리네를 보는 것과 같은 이란의 고단한 역사와 삶은 이 책의 이야기가 사막 저편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서 벌어지는 이웃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비밀경찰 시라크에게 쫒기는 그 시대의 신념가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들과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도 계속되는 사람들에 사랑과 질곡한 인생살이는 어찌나 우리 부모님들의 삶과 닮아 있던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자마자 당장 이란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내가 가진 이란에 대한 지식들이 얼마나 알량하고 형편없는 것들이였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내가 그랬듯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란의 모습과 많이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의 미덕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책은 아름답고 애닮으며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17살의 “나”라는 사람이다. "나"의 17살이라는 나이는 모호하다.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년도 아닌, 사춘기라는 터널 끝에 위치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이 아니기에 부모님의 의견을 거스르지 못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진학해야 했으며, 소년이 아니기에 눈떠버린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으로 가슴 아파해야 했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혼란스러운 자아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나” 파샤의 이야기는 이렇게 상징적으로 당시 이란에 모습과 맞물려 결코 가볍지 않은 이란의 역사와 그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쉽게 찬찬히 풀어나가고 있다.

"나" 파샤는 너무나 평범한 청소년이었다. 마치 우리 옆집에 사는 평범한 17살처럼 말이다. 다만 사는 곳이 이란이라는 것과 나라에 대해 입을 잘못 놀이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 며칠 뒤에 불구가 되어 나타나는 시절에 산다는 것이 우리 옆집의 아이와 다를 뿐이였다. 아, 우리나라의 인권에 대한 인식도 이 이야기의 배경과 같은 1970년대로 요사이 회귀하려 하고 있지? 어쩌면 조만간 이 책에 나오는 1970년대 이란과 너무나 닮았던 우리나라 독재권력의 모습과 그 편집증적인 상황들을 다시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면 이 책의 내용이 더 절실하게 와닿겠지. 물론 절대 그런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어쨋던지간에 이런 평범한 소년 파샤가 첫사랑에 빠져버렸는데, 이름은 자리요 약혼자가 있는 아름다운 처녀였다. 17살 혈기왕성한 청년이라면 그녀의 약혼자와 그녀의 집안에게 파샤의 절친한 친구인 아메드가 그랬던 것처럼 한번 덤벼들어 볼 법도 한데 그럴수조차 없었다. 하필이면 그녀의 약혼자가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는 멘토인 닥터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말 못할 사랑에 빠진 파샤의 가슴은 점점 썩어 문드러져만 간다. 그런데 이런 파샤에게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오니 바로 그 멘토인 닥터가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하다가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아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닥터의 부재로 사랑이 싹트던 자리와 파샤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처로 다가오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변명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꼭 이루어져야만 온전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파샤와 자리의 사랑이 이 책의 결말 이후에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슬픈 첫사랑의 이야기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둘의 가슴에 담긴 사랑이 어두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고 있기에, 별을 닮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기억하고 기억하고 싶다. 

책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낯설었던 이란이라는 나라를 내 옆으로 찰싹 끌어다 놓았으니까. 사실 그동안 은근히 중동 출신쪽의 작가들에 책을 기피해 왔는데, 그것은 내가 우리나라 소설을 피했던 이유와 같았다. 지나온 세월이, 그리고 지금 지나가고 있는 시간이 참 슬프고 힘들기 때문이였다. 현실의 삶에서 잠깐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는데, 책에서조차 현실의 각박함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한국소설에 대한 부정적인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거부감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었고, 이제는 중동쪽의 이야기에 대해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때마침 읽게 된 테헤란의 지붕은 내 첫번째 중동소설로써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부디 앞으로도 이 책의 작가 마보드 세라지의 책을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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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d 상징 ㅣ 하우스 오브 나이트 1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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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 수 없는 상상속의 이미지나 전설들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고 종종 매혹되곤 한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할 것들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런 대표적인 매혹의 대상 중 하나가 요즘 가히 붐이라 불릴정도로 대중매체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는 뱀파이어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젊은과 아름다움 그리고 위험한 매력을 동시에 내뿜고 있다.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씨를 갖고 있기에 현대에 사는 우리는 자꾸만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현실로 꺼내오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뱀파이어들에게 매혹되고 있는 것은 이런 표면적인 이유외에 또다른 내면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이런 욕망을 갖게 한 문제들 중에 하나는 이 책의 주인공 조이가 갖고 있던 문제와 같다. 바로 인간소외현상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갈망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 속에는 조이처럼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종종 잘못된 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잘못된 방향으로의 발전에 서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종교에 광적으로 매달리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재미있었다. 은연중에 현대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의 내면에 파고든 광적인 종교문제를 꼬집으며, 그런 멍청한 문제들을 자신의 소외감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며 매달리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를 잘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곧 우리는 이런 인간의 모습들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멋진 현대사회의 모습이 피를 먹는 괴물이라는 존재들보다 더 괴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런 은근한 비꼼의 미학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요소중에 하나지만, 사실 이 책은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뱀파이어 소설들처럼 10대 여주인공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 소설이 기존의 소설들과 다른 조금 특이한 점은 피가 흥건한 으스스한 이야기나,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우정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춘기 10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기에 러브스토리는 빠질 수 없는 감초처럼 등장하지만 그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전체에 그 축을 담당하고 있을만큼의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게다가 아직은 여자주인공의 나이가 16살이라는 점도 러브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16살은 아직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 하기엔 조금 어린감이 있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10대이다. 그래서 가끔은 어리석지만 용감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 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내적, 외적으로 성장해간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10대들의 모습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고, 다른 소설들처럼 과장되지 않게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이 책의 공동작가 중 하나가 이제 갓 10대를 지난 여성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한국번역본에서는 노숙한 단어들의 사용으로 묻혀지는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매끄럽지 못한 번역 역시 이런 아쉬움을 더 해주었다.  

하으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는 총 10권이라는 거대한 시리즈다. 그 중에 이 상징편은 겨우 이야기의 도입부분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등장한 기묘한 사건들을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에 대한 포석으로 깔아 독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돋군다. 그리고 주인공 조이의 러브스토리도 이런 흥미로운 요소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은 이 시리즈의 강점으로 작용하겠지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시리즈가 처음에는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첫 시리즈 출판 후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시리즈의 5편을 더 기획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늘어난 시리즈가 드라마나 소설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선례를 보지 못했기에 앞으로 이시리즈가 중심축을 잃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내 염려가 단순한 내 기우였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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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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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고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읽기 딱 안성맞춤일 것 같은 화사한 표지가 썩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펴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교사생활을 한 작가의 경험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치 창가의 토토같은 이야기를 조금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고 살짝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책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기에 읽어나가는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의 구성은 조금 특이했다. 저자 자신이 시인이기에 책의 곳곳과 이야기 중간중간에 시가 등장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짤막한 글들이 그 사이에 존재하기도 했다. 시집과 에세이집 중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요약으로 적당할 것 같다.  

모든 글은 자신의 모든 경험에 대한 출력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자신이 삶을 살면서 느꼈던 감정, 기억에 대한 모든 것들을 총칭한다. 이 책 역시 작가의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 자신의 평생에 삶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는 30년을 넘게 교직생활을 한 사람답게 그리고 평생을 향촌에 몸담은 사람답게, 그가 쓴 글에는 사람의 향기와 그 뒤에 숨겨진 흙내음이 났다. 그리고 작가가 시인이라는 점 때문이였을까? 유난히 촉촉한 그 글들이 마치 봄비처럼, 매마른 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나 역시 시를 써본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강제에 의해 억지로 썼었다. 억지로 만든 각자의 개인문집에 강제로 써내야 했던 것은 꽤 고역이였고, 그렇게 담임선생님과 함께 했던 1년간은 내게 지옥으로 기억 되어 있기에 시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내게 무리였다. 후에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시의 맛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내게 조금 불편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의 내용이 내 예상과 달랐던 것에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현직 담임선생님이였던 사람의 이야기가 시와 함께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도 자신의 경험안에서 책을 읽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이런 내 기억과 감정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  

하지만 작가의 제자들에 대한 애정어린 글을 읽으며, 내가 걱정한 불쾌감보다는 오히려 그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당돌함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게 되었다. 그리고 내 어린시절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능청맞은 어른이 되어 있지만 나에게도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었으니 뭔가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릴 때는 나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저렇게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을테지. 그러나 어른이 되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순간 어린시절의 재기발랄한 순수함을 잃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피카소 역시 다른 모든 이들처럼 어린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 않던가?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한 아이들이 후에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은 작가가 평생을 몸담은 교직생활을 정리하며 그간에 쓴 글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 추가도 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전반에 약간의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그 쓸쓸한 기운이 묘하게 지금 우리를 찾아오고 있는 봄날이라는 따스한 분위기와 어울려서 신기했다.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글들 때문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촉촉한 시 때문이였던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섬진강 유역의 포근하고 흙내음 나는 삶이라는 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글도 좋았지만 작가의 제자들에 짤막한 글들 역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좋았던 이 책이 이번 봄날 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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