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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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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고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읽기 딱 안성맞춤일 것 같은 화사한 표지가 썩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펴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교사생활을 한 작가의 경험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치 창가의 토토같은 이야기를 조금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고 살짝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책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기에 읽어나가는데는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의 구성은 조금 특이했다. 저자 자신이 시인이기에 책의 곳곳과 이야기 중간중간에 시가 등장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짤막한 글들이 그 사이에 존재하기도 했다. 시집과 에세이집 중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이 책에 대한 간략한 요약으로 적당할 것 같다.  

모든 글은 자신의 모든 경험에 대한 출력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자신이 삶을 살면서 느꼈던 감정, 기억에 대한 모든 것들을 총칭한다. 이 책 역시 작가의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 자신의 평생에 삶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는 30년을 넘게 교직생활을 한 사람답게 그리고 평생을 향촌에 몸담은 사람답게, 그가 쓴 글에는 사람의 향기와 그 뒤에 숨겨진 흙내음이 났다. 그리고 작가가 시인이라는 점 때문이였을까? 유난히 촉촉한 그 글들이 마치 봄비처럼, 매마른 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  

나 역시 시를 써본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강제에 의해 억지로 썼었다. 억지로 만든 각자의 개인문집에 강제로 써내야 했던 것은 꽤 고역이였고, 그렇게 담임선생님과 함께 했던 1년간은 내게 지옥으로 기억 되어 있기에 시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내게 무리였다. 후에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시의 맛을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내게 조금 불편한 존재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의 내용이 내 예상과 달랐던 것에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현직 담임선생님이였던 사람의 이야기가 시와 함께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도 자신의 경험안에서 책을 읽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이런 내 기억과 감정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  

하지만 작가의 제자들에 대한 애정어린 글을 읽으며, 내가 걱정한 불쾌감보다는 오히려 그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당돌함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게 되었다. 그리고 내 어린시절을 더듬어 보게 되었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능청맞은 어른이 되어 있지만 나에게도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었으니 뭔가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릴 때는 나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저렇게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을테지. 그러나 어른이 되어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순간 어린시절의 재기발랄한 순수함을 잃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피카소 역시 다른 모든 이들처럼 어린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 않던가?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한 아이들이 후에 이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싶다.  

이 책은 작가가 평생을 몸담은 교직생활을 정리하며 그간에 쓴 글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 추가도 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전반에 약간의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그 쓸쓸한 기운이 묘하게 지금 우리를 찾아오고 있는 봄날이라는 따스한 분위기와 어울려서 신기했다.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글들 때문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촉촉한 시 때문이였던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섬진강 유역의 포근하고 흙내음 나는 삶이라는 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글도 좋았지만 작가의 제자들에 짤막한 글들 역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좋았던 이 책이 이번 봄날 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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