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상징 하우스 오브 나이트 1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상상속의 이미지나 전설들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고 종종 매혹되곤 한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할 것들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런 대표적인 매혹의 대상 중 하나가 요즘 가히 붐이라 불릴정도로 대중매체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있는 뱀파이어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젊은과 아름다움 그리고 위험한 매력을 동시에 내뿜고 있다.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씨를 갖고 있기에 현대에 사는 우리는 자꾸만 상상속에만 존재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현실로 꺼내오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뱀파이어들에게 매혹되고 있는 것은 이런 표면적인 이유외에 또다른 내면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이런 욕망을 갖게 한 문제들 중에 하나는 이 책의 주인공 조이가 갖고 있던 문제와 같다. 바로 인간소외현상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갈망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 속에는 조이처럼 긍정적인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종종 잘못된 쪽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 잘못된 방향으로의 발전에 서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종교에 광적으로 매달리게 되는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재미있었다. 은연중에 현대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의 내면에 파고든 광적인 종교문제를 꼬집으며, 그런 멍청한 문제들을 자신의 소외감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며 매달리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를 잘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곧 우리는 이런 인간의 모습들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멋진 현대사회의 모습이 피를 먹는 괴물이라는 존재들보다 더 괴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런 은근한 비꼼의 미학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의 요소중에 하나지만, 사실 이 책은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뱀파이어 소설들처럼 10대 여주인공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 소설이 기존의 소설들과 다른 조금 특이한 점은 피가 흥건한 으스스한 이야기나,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우정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춘기 10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기에 러브스토리는 빠질 수 없는 감초처럼 등장하지만 그 러브스토리가 이야기의 전체에 그 축을 담당하고 있을만큼의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게다가 아직은 여자주인공의 나이가 16살이라는 점도 러브스토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16살은 아직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 하기엔 조금 어린감이 있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10대이다. 그래서 가끔은 어리석지만 용감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 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내적, 외적으로 성장해간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10대들의 모습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고, 다른 소설들처럼 과장되지 않게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이 책의 공동작가 중 하나가 이제 갓 10대를 지난 여성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한국번역본에서는 노숙한 단어들의 사용으로 묻혀지는 감이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중간중간 매끄럽지 못한 번역 역시 이런 아쉬움을 더 해주었다.  

하으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는 총 10권이라는 거대한 시리즈다. 그 중에 이 상징편은 겨우 이야기의 도입부분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간중간에 등장한 기묘한 사건들을 앞으로 진행될 시리즈에 대한 포석으로 깔아 독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돋군다. 그리고 주인공 조이의 러브스토리도 이런 흥미로운 요소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은 이 시리즈의 강점으로 작용하겠지만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시리즈가 처음에는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첫 시리즈 출판 후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시리즈의 5편을 더 기획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늘어난 시리즈가 드라마나 소설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선례를 보지 못했기에 앞으로 이시리즈가 중심축을 잃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내 염려가 단순한 내 기우였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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