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사후세계를 믿습니까? 사이비단체에서 사람들을 꾀어내는 데 종종 쓰이곤 하는 이 익숙한 짧은 문장을 화두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의 경우엔 사후세계를 믿는다. 사실 나는 사후세계를 믿던 안 믿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믿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내가 사후세계를 믿기에 그때를 대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옳다고 믿기 때문이고 내 스스로가 순간순간 떳떳해지기 위해서다. 내세를 대비하여, 혹은 사후세계를 대비하여 착한 일을 하고 바른 삶을 산다는 것은 진정한 선이 아니라 결국 위선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쉽게 와닿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사유세계라던가, 자아성찰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읽는 내내 손발과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네 중학교 책에 써 있음직한 내용을 마치 심오한 철학을 나누는 것처럼 묘사된 내용들이 낯간지러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그 느낌과 지루함의 농도는 점점 짙어졌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주인공이 사망 후, 사후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내용을 열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중후반부로 넘어 갈수록 그게 아니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반복되는 내용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속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책의 홍보문구대로 이 책은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같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세상에서 벌어지는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일 것이라고 믿었것만, 현실은 한없이 늘어지고 제법 따분하기까지한 사랑이야기가 1%남짓 들어가 있으며, 스스로가 몹시 철학적이라고 믿는 소설 책이였다.  

물론 주인공 크리스와 그의 사랑하는 부인 앤의 희생적인 사랑이야기는 좋았다. 하지만 그 사랑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반복해서 비슷한 에피소드를 계속 나열한 것은 지루했다. 그리고 사후세계의 이야기로 책 분량의 3분에 2이상을 잡아먹은 것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 아니였다. 차라리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크리스와 앤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해서 긴박하게 소설을 구성했다면 훨씬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사후세계에 대한개념과 자아성찰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비록 그 내용이 우리에겐 너무 낮은 수준의 사유였기에 책의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이 책의 역자는 이런 작가의 주제의식 덕분에 이 책이 사랑과 영혼같은 통속적인 러브스토리가 되지 않았다고 평한다. 하지만 나는 사랑과 영혼을 보고는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지만 이 책을 읽고는 지루함에 눈에 눈꼽만 가득 꼈을 뿐이다. 사람마다 보는 시선과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이 소설은 밍밍한 쥬스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작가의 동양에 환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땅치 않았다. 서양만세 같은 사상은 현세에서면 충분하다. 사후세계에서까지 서양만세를 외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런 고로 아마도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크리스의 아내사랑과 작가의 부드러운 글 솜씨 뿐 이였다고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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