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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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연재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P35 봄이 오고 있다 봄의 한가운데에다 고양이가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봄에 만날 고양이를 떠올린다 공터에 봄볕이 쏟아지고 배부른 고양이가 바닥을 뒹구는 장면을 떠올리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기에 상상할 수 있다 '아직'이라는 말은 미완이지만, '언젠가' 올 시간이기에 일부러 완성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날이 올까? 더군다나 내가 고양이를 이해하는 날이 올까?

P80 이제는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독립 출판물이나 단행본 종수도, 출판사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들은 항상 작가가 기본으로 필요하기도 하고, 저마다 각자의 SNS에 끊임없이 글을 쓰는 시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작가란 대단하고 멀리 있는 존재라기보다는, 요리를 하거나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가까이에 일상적으로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 모두가 작가가 되어가는 시대야말로, 더 좋은 시대라 믿고 있다

사실, 작가란 우리 모두이기도 하며, 모든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작가가 되어 가는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이, 어쩌면 모두에게 더 나은 축복일지도 모른다

P96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한다 순간의 기분으로 문 너머 외로운 누군가에게 다가가려다가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결국에는 가장 차가웠던 그때의 내가 떠올라 발을 멈춘다 끝까지 내밀 손이 아닐 것 같으면 이내 거둔다 항상성이 없는 섣부른 호의가 만들어 내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두렵다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 때 사이에서

에세이 새벽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는 북크루의 책장에 살고 있는 고양이 셸리가 작가들에게 받은 그날의 글들을 구독자에게 배송하는 '작가 에세이 구독 서비스'이다 첫 번째 시즌 '당신의 언젠가'는 7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썼다 한 가지 주제에 7명의 작가의 글이라 주제는 같아도 이야기는 전혀 다른 색깔의 매력이라 읽는 동안 즐거웠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기존의 작품을 통해서 알지 못했던 작가님의 삶과 인생이야기가 더해져 더욱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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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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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대한민국 법조1번지'라는 거창하고 유난스러운 별칭을 가진, 서울 서초동 주변을 기웃거리며 살아온 한 변호사의 하잘것없는 일상과 단상을 담았다(제목과는 달리 쾌활한 장 운동의 카타르시스는 담겨 있지 않다)

친절하게 생활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변호사 같은 건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P113 2020년 4월 1일 기준, 대한변호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 땅에는 2만 3,334명의 변호사가 개업하고 활동 중이다 어떤 사정으로 휴업 중이거나 아직 개업하지 않은 변호사(휴업 상태이거나 미개업 상태이더라도 변호사 자격은 보유할 수 있다)까지 더하면 당신 주변에누 이미 2만 7,880명 이상의 변호사가 우글거리고 있다 게다가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변호사가 퇴장하는 변호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게 될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의 면면도 2만 7,880가지 이상으로 다양할 것인데, 희한하게도 의뢰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는 딱 두 종류다 '변호사 놈' 아니면 '변호사 님'

82년생 9년차 변호사로 브런치에 <생계형 변호사>라는 짠내 나는 필명으로 재미로 쓴 글이 제7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며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보던 변호사, 법조인의 모습은 일에 찌들어 있을지언정 돈걱정 따위 없는 화려하고 근사한 삶을 사는 듯 보였는데 이 책을 통해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정의를 실현한다'라는 거창한 포부보다는 직장인으로 존버하는 웃픈 현실을 빵빵 터지는 말빨, 글빨에 웃으며 끝까지 읽었다 어려운 법률 용어가 나오고 길고 지루한 법정 싸움이 나오는 그런 다큐 같은 에세이가 아니라 시트콤 같은 유머 속에 드라마 같은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낯선 변호사에게서 느껴지는 동변상련의 향기!
마음을 다해 존버하는, 먹고사니즘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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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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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되고 살이 되는 아나토미 드립의 향연!

인간계에
인싸와 아싸가 있듯이

근육에도 화려한
가로무늬근과
수수한
민무늬근이 있다

친쉬한 근육인 '골격근', 즉 '가로무늬근'은 주로 결 방향으로 수축하며 몸을 움직인다

민무늬근은 주로 속이 빈 장기의 벽을 담당하고
마찬가지로, 결 방향으로 수축해 순환과 배출을 돕는다

민무느근은 골격근에 비해 덜 주목받지만
피가 순환하지 않거나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면 죽게 되므로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근육이다

내장 중 예외적으로 가로무늬근인 심장은 '자가 흥분성'이라 활동에 필요한 전기 신호를 스스로 만들고 움직이지만 골격근은 전기 신호를 만들지 못한다

그 대신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이 적절한 자극을 준다

신경은 근육 뿐 아니라 내분비계, 소화계, 호흡계 등 우리 몸의 모든 활동을 조절하는 킹갓 핵심 기관이시다

P126 '허리의 문제'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디스크, 정확히는 '추간판 탈출증'이다

4-5번째 허리뼈 사이의 척추사이원반

이것이 흔히 알려진 '디스크 통증'이다
허리에 있는 척추사이원반이 옆에 있는 신경을 눌러 허리 아래가 아파지는 것이다

하지만 원반이 터져도 신경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통증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엑스레이로 허리사이원반 탈출 증후군이 나왔다 해도
그것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지 않는 편이 좋다

일상에서 겪는 허리 통증은 허리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허리 근육과 인대의 문제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리 통증은 '허리 네모근'의 긴장으로 인한 것이다

때로는 엉덩이 근육의 통증을 허리 통증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비교적 뒤쪽에 있는 장기들이 허리 통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허리 통증의 원인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디스크'부터 떠오르는 것은 오늘도 열일 중인 허리뼈와 척추사이원반에게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03 발의 아치는 체중을 지지하고, 땅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하며, 신경과 혈관, 근육이 지나가는 자리를 확보해준다

P224 인간은 '감각'을 통해 세계를 느끼고 '감정'을 통해 세계를 넓혀간다

감각과 감정, 거기에서 나온 '생각'과 '마음'은 모두 뇌에서 이뤄지므로 '영혼'을 물질로 본다면 그것은 아마도 '뇌'일 것이다

해부학 책을 읽는다는 생각도 못 했는데 더구나 우리 뼈와 근육, 관절에 관한 책을 배꼽 빠지게 웃으며 읽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렇게 뼈때리는 책을 만나다니, 며칠 전부터 갑자기 테니스 엘보가 아팠는데 테니스 치지도 않는데 테니스 엘보가 왜 아프냐고 너무 공감이 되었다 나이가 드니 몸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내 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의학도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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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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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P34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모두에게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 한들, 모집 정원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수능을 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모두가 명문대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쉽게 얻은 기회인 만큼 쉽게 딜레마에 빠졌다 죽어라 노력해서 97점을 받아봤자 나머지가 다 100점을 받으면 꼴찌가 되는 현실이다 그래놓고 정당한 패배를, 노력의 부족을, 의지의 박약을 받아들이라 말한다

P120 우리는 절대 우리를 상처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들로부터 상처받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타인에 대한 불신을 학습한다 자세히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실수는 용납하지 않고, 작은 성공 따위에 칭찬하지 않으면서 실패에는 혹독하기 짝이 없다 알고 보면 우리에겐 그저 두렵지 않고 방향을 가르쳐주는 어른이 필요할 뿐인데. 실패해도 괜찮다고, 나도 너 나이 땐 실수투성이였다고, 누구나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되는거라고, 대단한 걸 해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적어도 내가 보기엔 넌 절대 한심한 놈이 아니라고, 매일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는, 미지의 가능성을 가진 청춘이라고 말해줄 어른 말이다

P180 우리 사회에 빛이라는 게 있다면 그 형태는 아마 스포트라이트일 것이다 조명이 미치는 곳의 주인공은 더할 나위 없이 밝게 빛나며 주목받지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엑스트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로 보면, 아주 일부분에 불과한 사람들을 비추기 위해서 대다수가 버려지는 셈이다 구성원의 대부분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라면, 평균적으로는 행복하기보다 불행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90년대생들은 '당신이 바라던 주인공이 되지 못해서' 부모님 세대는 '자식을 다른 인생의 조연으로 만들어서' 서로 미워하고 미안해한다 지금껏 해가 뜨지 않은 건 우리 중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젊은 것들,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그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쌍둥이도 세대차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90년대생들을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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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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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P83 "얘, 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너는."
나는 얼어붙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우친 것처럼
나는 그 길로 도망쳤다 집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이 잦아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 눈빛과 목소리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꿈속에서도 맴돌았다 할아버지는 그 말 외에 덧붙인 것도 없었다 그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옭아맸다
그 눈빛 안에, 네가 다른 애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려고 하면 될 것 같냐는 말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그 할아버지 때문이라기엔 뭐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로 컸다 이를테면 뜨거운 국을 들 때, 국을 손등에 엎질렀을 때의 내가 느낄 화끈거리는 통증을 생생하게 상상한 후, 절대로 국그릇을 엎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아이가 되었다 실수를 별로 하지 않아서 실수를 하면 엄마가 정말? 네가? 하고 묻는 아이가 되었다

P100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96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비극적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 '유원', 십여 년 전 금정동 화재 사건으로 어린 동생 유원을 살리고 떠난 언니 그리고 11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으며 삶과 몸이 망가진 아저씨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자기혐오, 증오, 가족에 대한 부채감 등 섬세한 심리적 묘사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된 수현과 가까워지며 치유를 받게 된다
ㅇㅇ사건, ㅇㅇ생존자 너무도 많은 사건 속 그 사람들 기적,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되고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꼬리표 눈빛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작은 관심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음을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를 잇는 올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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