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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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서려면 언제나 용기가 필요했다

P83 "얘, 너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너는."
나는 얼어붙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깨우친 것처럼
나는 그 길로 도망쳤다 집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쿵쾅거리는 심장이 잦아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그 눈빛과 목소리가 아침에도 저녁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꿈속에서도 맴돌았다 할아버지는 그 말 외에 덧붙인 것도 없었다 그 말 한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옭아맸다
그 눈빛 안에, 네가 다른 애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려고 하면 될 것 같냐는 말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그 할아버지 때문이라기엔 뭐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로 컸다 이를테면 뜨거운 국을 들 때, 국을 손등에 엎질렀을 때의 내가 느낄 화끈거리는 통증을 생생하게 상상한 후, 절대로 국그릇을 엎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는 아이가 되었다 실수를 별로 하지 않아서 실수를 하면 엄마가 정말? 네가? 하고 묻는 아이가 되었다

P100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96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가게 했다

비극적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 '유원', 십여 년 전 금정동 화재 사건으로 어린 동생 유원을 살리고 떠난 언니 그리고 11층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받으며 삶과 몸이 망가진 아저씨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과 자기혐오, 증오, 가족에 대한 부채감 등 섬세한 심리적 묘사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우연한 계기로 친하게 된 수현과 가까워지며 치유를 받게 된다
ㅇㅇ사건, ㅇㅇ생존자 너무도 많은 사건 속 그 사람들 기적,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이슈가 되고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꼬리표 눈빛만으로도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작은 관심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 있음을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아몬드,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를 잇는 올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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